모가지

'루'도반의 시

by 도반

서슬퍼런 날들에 무릎을 꿇고

모욕의 타액을 삼킨다


더 나빠질 순 없어

이제 그 말은 하지 않아

더 나빠질 수 있으니까

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더 더러운 곳에 몸을 뭉게는 거야

더 나빠진다는 건 그런 것


이 마지막만 버티면 돼

이 깊은 어둠만 지나면 돼

그런 시덥잖은 희망의 모가지를

서걱서걱 잘라내었다


마른세수를 연거푸 하고서

문득 거울에 비추어진

나의 얼굴을 보자니

희망의 모가지를 자른 피로

얼굴에 피칠갑을 하였네


검붉은 몰골로 무릎을 꿇고

기꺼이 내 모가지도 내밀어 본다

이제 그만 거두어가오

입김으로 새어 나오는

텅빈 바람




'루'도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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