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김강은 하이커와 나눈 시시콜콜한 잡담
클린 하이커스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산에서 플로깅 모임을 진행하는 김강은 하이커. 클린 하이킹을 시작한 후 그의 일상도 크게 변했다고 합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가꾸는 김강은 하이커와 나눈 시시콜콜한 잡담을 들어볼까요?
나의 첫 클린 하이킹
신진주(이하 신)_클린 하이커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김강은(이하 김)_4년 전 아마추어 풍경 사진가인 아버지를 따라 지리산 일출 산행을 했어요. 끝내주는 일출을 본 다음 밥을 먹으러 대피소 문을 열었는데 아, 정말 충격이었죠. 술병과 일회용품, 플라스틱 막걸리 병과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어요. 담당 직원의 한숨에 제가 미안할 정도였죠. 그때 부끄러운 감정이 올라왔어요. 아, 아직 인식이 멀었구나.
대피소는 그런 공간이 아니죠. 결국 누군가는 이 쓰레기들을 가지고 내려가야 하는 일일 텐데요.
그 사람들은 3대가 복을 쌓아야 본다는 지리산 일출을 봤으니 엄청나게 자랑하고 다닐 거예요. 산을 좋아해서 등산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할까? 질문하기 시작했어요. 지리산에서 내려오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죠. 아버지도 저의 행동을 보고 함께 동참했고요.
솔선한 행동이 아버지에게 영향을 준 셈이네요.
근사한 풍경 사진을 주로 올리던 SNS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올렸어요.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소리였을 거예요.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쓰레기는 많이 나왔나요?
가방 하나를 가득 채웠어요. 담배가 가장 많고 물티슈, 일회용 플라스틱 통, 휴지와 과자 껍질이 흔해요. 사실 별별 것이 많아요. 치실, 알약, 꼬막 더미, 게딱지, 여자 구두, 술병, 건강 즙, 벽시계까지. 일상 쓰레기 대부분이 산에 있어요. 속옷이나 구두, 콘돔 등 비상식적 물건이 나올 때도 많아요. 이러다 사건 현장을 잡는 건 아닐까요?
가꾸고 싶은 하이킹 문화
동네 산, 지역 명산에서 출발했지만, 국경이 열리면 해외로 확장할 수 있겠어요. 우리의 자연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맞아요, 그런 꿈을 꿔요.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뚜르 드 몽블랑처럼 이미 다녀온 트레킹 코스를 클린 하이커스와 다시 가보고 싶어요. 클린 하이커스 활동이 BBC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어요. 전 세계 250개 채널을 통해 보도된 방송을 보고 문의가 참 많이 왔어요. 자국에서도 캠페인을 이어가고 싶어 방법을 물었죠.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이 클린 하이커스를 신청하기도 했고요.
해외에서 직접 경험한 등산 문화는 어땠나요?
뚜르 드 몽블랑 트레일이 너무 깨끗해서 감명을 받았어요. 주로 산악회나 단체로 움직이고 산에서 음식 늘어놓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등산 문화와 달랐죠. 사회적, 환경적 차이가 분명 있지만 조용히 하이킹을 즐기고 양보와 배려가 우선인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배울만 했습니다.
우리는 산에 왜 가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네요. 푸짐하게 챙겨 나눠 먹는 우리 정서의 영향도 있고요.
네, 문화적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그럼에도 쓰레기를 만들고 가져오지 않는 행동은 자연에 대한 존중이 아니죠.
그래서인지 유럽에서는 하이커에게 관대한 느낌이에요. 핀란드에서는 개인 사유지를 포함한 숲에서 버섯이나 과일을 먹는 행동을 ‘만인의 권리’라고 하더군요.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고요.
핀란드에서 온 하이커들은 버섯을 따서 바로 요리해 먹던데요? (웃음) 땅의 크기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은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천혜의 자연을 흔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조상에게 물려받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타고난 문화유산 덕분이죠.
안팎으로 일어나는 변화
거침없이 바위를 타시네요.
바위 타는 것을 좋아해요. 잡을 것이 확실히 확보되어 있다면요. 버킷 리스트로 언젠가 절벽에 매달려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아직 클라이밍 장비를 믿고 오르기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한 꿈인데요? 클라이밍은 90% 이상이 신뢰와 정신 작용에 관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하이킹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결국 혼자 가는 길이고 자연에서 깨닫는 것이 많죠. 곧 절벽에서 그림 그리는 강은 씨를 볼 수 있겠어요.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를 주우면서 많이 변했어요. 산을 다니기 시작한 초기에는 종주 산행이나 100대 명산 정상석 등산을 주로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숙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를 주우려면 한 곳에 여유롭게 머물러야 해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풍경을 지긋이 관찰하게 되고 여유를 찾게 됐어요.
계절의 미세한 변화도 느껴질 것 같아요. 자연을 대하는 감각이 더 세밀해지는 거죠.
네, 맞아요. 무엇보다 산을 자주 다니면서도 기억나지 않는 스폿이 많았는데, 그림으로 기록한 풍경과 머물며 경험한 느낌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요. 아날로그적인 부분도 있고, 완성도가 목적이 아니라 더 재미있어요. 취미 활동을 하면서 가치를 생각하게 된 큰 변화예요.
건강한 한 끼,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점심으로 채식 도시락을 싸왔네요. 평소에도 채식을 하나요.
‘채식 하루’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진지하게 채식을 실천하자는 마음이 모인 활동이에요. 심오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아, 이거 재밌겠는데? 하고 관심을 불러오고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놀이처럼 실천하고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한 달씩 시즌 별로 모집된 멤버들은 오픈 카톡 창에 모여 몸, 생각의 변화, 정보와 식단, 기분 등을 공유해요. 또한 채식 하루를 잘 실천할 수 있도록 가벼운 미션을 주고 채식 식품 키트나 레시피를 나누기도 합니다. 탄소 배출과 윤리적인 화두도 있지만 저는 건강해지기 위해 채식을 해요. 정말 속이 편해지더라고요. 코로나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진 후에는 비대면 줌 채팅으로 채식 먹방이나 쿡방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다양하지만 고유한 취향을 소비하는 MZ세대의 생활 방식이네요. 환경과 채식, 동물권 등 내가 사랑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의미 있는 행동을 추구하지요.
제가 딱 1990년대 생이예요. 등산과 환경, 제로 웨이스트와 채식, 나아가 생명 윤리와 인권까지 모든 것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관련 담론에 관심이 많고, 그것은 대부분 산을 오르내리며 배운 것들이죠. 클린 하이커스 멤버들의 비슷한 세대가 환경 문제를 훨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도 1인 결석 시위로 환경 운동을 시작했죠. 개인의 힘은 결코 작지 않아요.
땅의 쓰레기가 결국 흘러가는 곳은 바다, 지구예요. 플로깅이 쓰레기를 대하는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애초에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정부 기관과 대기업이 협력하고 국제적 대안을 찾아야 해요. 그동안 국립공원, 아웃도어 브랜드와 클린 캠페인을 협력해 왔는데, 같이 했을 때 얻는 시너지가 확실히 있어요. 힘을 받아 전국 멍 때리기 대회처럼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싶어요. 갈수록 책임감이 생겨요. 어떤 방법이 더 나을지, 또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 활동가로서 어려움은 없나요?
어린 여성 인플루언서라는 프레임 속에 판단되는 것이 있어요. 활동보다는 위치나 경력을 먼저 파악하려는 사람들도 있고요. SNS나 매체를 통해 보이는 모습은 마케팅적인 면이 많은데, 산행 방법을 훈계하거나 복장에 관해 불편한 소리를 내는 사람을 종종 만나요. 해외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는 본질 외의 것이 문제가 되죠. 흥미로운 건 적극적으로 플로깅에 동참하고 주체적으로 환경 활동을 하는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에요. 다이버, 서퍼, 클라이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로깅을 실천하는 분들과 함께 모여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김강은은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줍고, 예술 활동을 하는 하이킹 아티스트다. 2018년 ‘클린 하이커스’를 만들고 주기적으로 산에서 플로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클린 하이커스를 통해 경험을 쌓은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플로깅을 실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SNS 플랫폼을 통해 나눈다.
김강은과 인터뷰한 신진주는 프리랜스 여행 에디터로 걷고 정주하며 발견한 장소와 사람에 관한 글을 쓴다. 반려견 쿠루와 하이킹을 즐기며 종종 컨택 즉흥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