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뉴스레터에 대한 앙케이트
편지와 뉴스레터 사이 어딘가를 서성이는 11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 요즘 구독 중인 뉴스레터에 대해 물었다.
서랍 속 비밀 편지
아름답고 건강한 삶의 온실
각기 다른 교도소에서 무려 네 차례나 편지를 받았다. 연희동 글월 주소로 보내온 편지였는데, 그들은 교도소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여전히 편지뿐이라고 알려주었다(인터뷰를 할 때마다 얘기하곤 했는데 내게 무척이나 강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문주희 글월 대표
기분 좋게 넘치는 사랑 표현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받은 편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에 빼곡하게 글을 쓰고 나서 문구점에 가져가 한 장 한 장 코팅한 뒤, 모서리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달아 만든 편지였다. 종이가 썩어서 사라지지 말라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친구의 바람대로 그 편지는 지금도 새것처럼 빳빳하다. 형식에서 알 수 있는 이 편지의 특징은 과장이다. 편지의 내용 또한 무척 과장되어 있다. “네가 너무너무 좋아” “우리 영원히 친하게 지내자”와 같은 말들. 어쩌면 사랑은 과장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마음이 과장되고 넘쳐야 편지를 쓰게 되는 게 아닐까. 편지의 기본은 ‘과장’인 셈이다.
- 문보영 시인
용기를 주는 든든한 내 편
책을 쓰는 일은 잘 모르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내가 보내고 아주 가끔 답장이 오는. 누군가 길게 써 내려간 내 책의 리뷰를 읽을 때면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표지가 정말 예쁘고 청량해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에요”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집 같아요” 같은 따듯한 내용이 담긴 편지.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곤 한다.
- 영민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행운의 편지는 계속된다
2021년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를 제작하며 보낸 스무 통의 편지와 그 과정에서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 스무 명의 ‘언니’와 이야기를 궁리하고, 그 언니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독자에게 ‘행운의 편지’를 발송했다.
- 최지수 창비 인문교양출판 팀장
공들여 쓴 말의 선순환
<GQ>에서는 매년 12월 ‘MEN OF THE YEAR’를 선정해 발표하곤 한다. 그해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긴 사람을 위한 작은 헌사랄까. <GQ> 에디터로 일할 때, JTBC 손석희 사장을 섭외하기 위해 손 편지를 써서 비서실에 안개꽃 다발과 함께 전달한 적이 있다. 파란색 볼펜으로 참 공들여 쓴 그 편지에 무척 다정한 답 문자를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회사 사정상 인터뷰는 할 수 없다는 거절의 내용이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뉴스와 라디오를 통해 늘 듣던 그 문장 그대로 정확하고 사려 깊은 앵커 멘트 같은 그 문자를 아직도 지우지 않았다.
- 정우성 더파크 대표,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
취향의 퍼스널 쇼퍼
미국의 스포츠 저널리즘 ‘디 애슬릭The Athletic’을 구독하고 있다. 이 뉴스레터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팀, 리그, 저널리스트를 큐레이션해 구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관심사를 선택하면, 이를 기반으로 아티클을 추려 뉴스레터를 발송해준다. 미국이나 유럽의 스포츠는 오랜 역사만큼 로컬리즘이 강해 지역 뉴스가 제공하는 소식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글로벌화로 초지역적 팬이 많아진 만큼, 디 애슬릭은 로컬 너머의 팬에게까지 깊이 있는 소식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 김철진 프립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디지털한 아날로그 감성
요즘 가장 열심히 열어보는 뉴스레터는 창비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언니단’이다. 정세랑·니키 리·문보영·정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창작자가 또 다른 ‘언니’에게 띄우는 글인데, 마치 손 편지를 읽는 듯 다정하고 유익하다. 수신인은 몇 백 년을 앞서간 동서양의 위인부터 과거의 나까지 다양하다. 평소 나는 시대의 고민을 품은 여성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현재를 빚졌다고 느낀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오늘 하루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 김소영 대학내일 콘텐츠 에디터
메일로 여는 매일의 성장
제대로 준비할 틈도 없이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됐다. 뭘 어떻게, 얼마나 알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백코치의 코칭 리더십’이란 뉴스레터를 발견했다. 코칭과 리더십, 조직 문화, 스타트업계 정보, 교육 정보 등을 주제별로 정리해서 보내준다. 좋은 리더가 되는데 유용한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공유한다. 스크롤을 내리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 좋다. 좋은 문장은 따로 메모장에 저장해두고 3~4일 뒤에 다시 읽어본다. 오래 기억하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 박찬빈 MGRV 커뮤니케이션 팀리더
트렌디한 디깅 생활
지금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인 서울집시에서 발행하는 ‘월간집시’와 트렌드 따라잡기 뉴스레터인 ‘트렌드어워드’를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렇게나 독창적이고 맛있는 맥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걸까’ 생각하며 늘 서울집시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2021년 6월 월간집시가 발행된 이후로 매달 소식을 받아보고 있다. 트렌드어워드는 나만 뒤처지거나 소외된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포모Fear Of Missing Out족을 위해 매일 한 단어씩 공부해보자는 취지로 탄생한 뉴스레터다. 요즘 유행하는 것에 일일이 관심 주기 어렵고, 신조어는 감도 오지 않고, 요즘 트렌드가 따라가기가 버거울 때 우연히 알게 되어 열심히 구독 중이다.
- 김미나 우아한형제들 조직문화 담당자
매일을 새롭게 발견
되도록 많은 레터를 구독 중이다. 그중 해외 뉴스레터 ‘더 샘플The Sample’을 챙겨본다. 뉴스레터의 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분야별로 저널이나 뉴스레터를 데일리로 추려서 보내준다. 많은 레터를 한 번에 골라 볼 수 있다는 점, 잘 알지 못했던 저널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단점을 꼽자면, 내가 필요로 하는 최전방에 있는 글은 구글링이나 리서치를 통해 볼 수밖에 없다는 점 정도.
- 차우진 뉴스레터 TMI.FM 발행인, 음악·산업 평론가
모두가 아티스트인 시대
‘썸원의 Summary&Edit’ ‘뉴닉’ ‘북저널리즘’ ‘롱블랙’ ‘주말랭이’ ‘위그투’ 등등 여러 개 뉴스레터를 구독 중이다. 어떤 활동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구독할 때도 있고, 큐레이션된 정보들을 틈틈이 읽으면서 인사이트를 쌓기 위해 구독할 때도 있다.
- 정혜윤 뉴스레터 사이드 발행인, 마케터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