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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더스 FINDERS Jan 05. 2022

뉴스레터의 시대

뉴스레터로 누군가의 취향을 짐작하는 시대가 왔다

스팸 메일로 뒤덮여 있던 메일함이 매일 아침 설렘을 주는 뉴스레터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누군가의 취향이 궁금하다면 그가 현재 구독하는 뉴스레터 리스트만으로 짐작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거지요. 


ⓒ FINDERS


대량 메일 서비스의 출현

뉴스레터의 기원은 인터넷과 이메일의 연대기를 추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선 1970년대 초, 미국 국방성이 군사 목적으로 각 대학 연구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 알파넷이 최초의 인터넷으로 평가됩니다. 당시 파일 전송 시스템을 개발하던 한 연구자가 키보드 맨 상단을 타이핑해 보낸 ‘QWERTYUIOP’ 메시지가 최초의 이메일로 남게 됐지요. 1978년 한 컴퓨터 장비 회사의 마케팅 매니저는 신제품 데모 행사에 사람들을 초청하기 위해 알파넷에 연결된 400여 곳의 기관에 동시 광고 메일을 발송했는데요. 이는 최초의 이메일 마케팅이자 뉴스레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기념비적 메일이었습니다. 다만, 국방성으로부터 거센 항의 연락을 받을 만큼 대량 광고 메일은 냉소적인 반응만 얻었다고 해요.


1990년대 들어 PC 보급과 함께 인터넷의 대중화가 이뤄졌고, 누구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면서 이메일 마케팅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는 ‘스팸 메일’의 시대를 여는 불온한 신호탄이기도 했고요. 2000년 대 초 고작 7퍼센트에 불과하던 스팸 메일의 비중은 2008년 90퍼센트를 상회하며 단숨에 개인 메일함을 잠식해버렸으니까 말이지요. 기업들의 마케팅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곧장 스팸 메일로 분류되기에 의미 있는 마케팅 효과를 얻기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미디어로 진화하다

메일링 서비스는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로 한 단계 진화했지만, 여전히 스팸 메일함을 겉돌며 지지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었습니다. 2010년대 이후 기민한 뉴미디어 기획자는 뉴스레터의 또 다른 잠재력을 발견하고 실험에 나섰습니다. 그 대표 주자가 바로 뉴욕 타임스입니다. 종이 신문의 하향세는 자연스레 광고 수익을 악화시켰고, 어떻게든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만 했는데요.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뉴스레터는 테스트베드로 제격이었지요. 이후 꾸준히 뉴스레터 구독자를 늘린 뉴욕 타임스는 현재 90개의 뉴스레터 서비스로 확장할 만큼 유료 구독 모델의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국내에서는 기성 미디어보다 신생 미디어들이 뉴스레터의 가능성을 발빠르게 알아챘습니다. 퍼블리, 뉴닉, 디에디트 등 디지털 기반 미디어는 뉴스레터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구독자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기존 웹사이트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 뉴스레터 포맷에 적합한 최적의 텍스트 분량과 이미지 그리고 문체까지 세심하게 전환시켰고요. 기성 미디어의 천편일률적 뉴스에 등을 돌렸던 MZ 세대에게 뉴스레터는 꽤 신선한 미디어로 다가왔고, 기꺼이 구독 버튼을 누르게 했지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플랫폼

뉴스레터의 진입 장벽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직관적인 서비스 툴을 활용하면 누구나 뉴스레터를 제작하고 발행할 수 있는데요. 유튜브나 팟캐스트만 해도 부수적 장비와 숙련된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뉴스레터는 글과 이미지 중심으로 콘텐츠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죠. 이런 조건은 1인 크리에이터가 뉴스레터로 유입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됐습니다. 국내 대표적 뉴스레터 서비스 툴은 스티비. 2020년 스티비를 통해 발송된 이메일만 12만5,000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스티비는 근래 뉴스레터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먼저 대량 발송에서 ‘개인화’가 이뤄진 점. 과거 단순한 대량 발송하던 시대에서 고객의 행동에 맞춰 이메일의 발송 시점과 내용에 변주를 주는 식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그 다음 결정적 요인으로는 광고에서 ‘콘텐츠’로 나아간 지점을 꼽는데요. 마케팅 수단으로 시작한 뉴스레터가 현재는 구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도가 달라졌습니다. IT, 이슈, 트렌드, 음악, 문학 등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뉴스레터의 내용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

미국의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은 2021년 봄, 6,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기업 가치는 투자 금액의 10배, 원화로 7,000억 원을 상회한다는 발표가 뒤따랐지요. 이는 무료 메일링 서비스에 불과하던 뉴스레터의 무한한 잠재력을 알려준 결정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뉴스레터 기반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무료 발행을 고수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나름의 구독자를 축적한 발행자들은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는 중인데요. 광고형 콘텐츠를 제작하며 우회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시대. 하지만 뉴스레터가 지속 가능한 콘텐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선 결국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적 정착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OTT, 오디오 스트리밍의 구독 모델처럼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수익 모델이 나오기까지 뉴스레터가 넘어야 할 허들은 아직 남아 있는 셈입니다.



※ 본 콘텐츠는 'FINDERS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의 수록 콘텐츠 일부를 재편집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파인더스 Issue02. 레터 보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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