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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논어읽기 71]

【09-04】 209/498 공자가 끊은 네 가지-의필고아

by 백승호

【09-04】 209/498 공자가 끊은 네 가지-의필고아

공자께서 네 가지를 끊었는데, 이치에 맞지 않은 사사로운 의견,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아집, 고집불통의 마음, 주견이나 나만이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하지 않으셨다.

子 絶四하시니 毋意, 毋必, 毋固, 毋我러시다

자 절사하시니 무의, 무필, 무고, 무아러시다


【해설】

의(意)는 정확하지 않은 사사로운 의견을 말한다. 완벽하게 검증되고 이치에 맞는 의견이 아니면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필(必)은 반드시, 기필코라는 뜻이다. 무필이라는 말은 반드시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고(固)는 확고하게 지키고자 하는 고루하고 고집불통을 말한다. 나의 의견이 확고하다고 고집하면 아집이 될 수 있다. 나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이다. 신념과 아집을 구분하지 못하면 고집불통 꼰대가 된다. 아(我)는 자기를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자아도취형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해야 한다. 나만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창의와 융합을 중시하는 시대에서는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을 버려야 한다. 자동차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은 “차는 20% 달리고 80% 서 있다. 서 있을 때 아름다운 차가 좋은 디자인이다.”라고 말하여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디자인을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편집 능력은 기존의 것을 하나로 융합하여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의 융합, 온고지신이 에디톨리지(편집)를 만나 새롭게 창조된다. 이러한 시대에 무의 무필 무고 무아가 더욱 필요하다.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사고가 필요한 시대이다.


좋은 책 : 법륜 지음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이 책 제5여리실견분에도 모든 형상의 허망함을 깨치고 집착을 뛰어넘어야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의미이다. 절대적 기준으로 자신의 잣대를 만들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은 신념이 아니라 아집이다.



【09-05】 210/498 하늘이 나를 지킨다.

공자께서 광이라는 땅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두려운 일이 있었는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문왕이 이미 돌아가셨지만, 문왕이 남긴 예악 문물이 여기 나에게 남아 있지 않으냐? 하늘이 장차 이 문화를 없애려면 곧 뒤 죽을 나에게 이 문화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늘이 이 문화를 없애고자 하지 않는다면 광땅의 사람이 나를 어찌하겠는가.”라고 하셨다.

子畏於匡이러시니 曰文王旣沒하시니 文不在玆乎아 天之將喪斯文也인

자외어광이러시니 왈문왕기몰하시니 문부재자호아 천지장상사문야인

댄 後死者 不得與於斯文也요 天之未喪斯文也인댄 匡人 其如予何리오

댄 후사자 부득예어사문야요 천지미상사문야인댄 광인 기여여하리오


【해설】

『사기』「공자세가」에 이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광땅의 사람들이 공자를 폭동을 일으킨 양호라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공자를 에워싸고 위협을 했다고 한다. 이때에도 의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며 하늘의 뜻이 나를 살려 도를 전하려 한다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떳떳하고 당당한 사람은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의연한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넓어지고 뭉클해진다. 공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자신 있는 삶과 의연한 태도로 살아가셨고, 생사를 초월하여 여유롭고 느긋한 성정을 가진 군자의 모습으로 살아가셨다.


【09-06】 211/498 나의 고난이 타인에게 힘이 되길

태재가 자공에게 묻기를, “선생님께서는 성인처럼 훌륭하십니다. 어찌 그렇게 할 줄 아는 것이 많습니까?”라고 하셨다. 자공이 대답하시기를, “선생님께서는 진실로 하늘이 내리신 큰 성인이십니다. 또한 재능도 많으십니다.”라고 하였다. 공자께서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태재가 나의 재능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젊었을 때 지위가 미천하여 잡다한 일에 아주 능하였다. 하지만 군자는 재능이 많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된다.”라고 하셨다. 뇌라는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젊었을 때 세상에 쓰이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기예를 익혔다.’라고 하신 적이 있었다.”라고 하셨다.


大宰問於子貢曰夫子는 聖者與아 何其多能也오 子貢曰 固 天縱之將聖

태재문어자공왈 부자는 성자여아 하기다능야오자공왈 고 천종지장성

이시고 又多能也라 子聞之曰大宰知我乎인저 吾少也賤야라 故多能鄙事

이시고 우다능야라 자문지왈태재지아호인저 오소야천야라 고다능비사

라 君子多乎哉아 不多也라 牢曰子云吾不試 故로 藝라하시니라

라 군자다호재아 불다야라 뇌왈다운오불시 고로 예라하시니라


【해설】

태재는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벼슬이다. 재상과 같다. 그러나 오나라 태재 비라는 설이 있으나 태재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공자는 젊은 시절에 미천한 일을 많이 하여 재능이 많았다.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재능이 쌓인다. 공자가 젊은 시절에 등용되어 더 큰 일을 했다면 여러 재능이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자가 당대에 많이 등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공자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공자가 승승장구하여 출세의 길을 간 사람이라면 이처럼 인류의 스승으로 받들지는 않을 것이다. 당대에 등용되지 않은 것은 공자의 불운이지만 현대의 우리에게는 행운이다. 사마천이 궁형을 당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사기』를 볼 수 있었을까? 다산 정약용이 유배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다산의 그 많은 서적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조금 고약한 말이지만 당대의 불운과 불행이 다음 세대에는 행운과 행복이 될 수 있다. 당대에 고난을 겪고 이런 일 저런 일 하면서 고생하더라도 후세에 길이 남을 흔적을 준비하는 것도 기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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