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손석희 앵커의 말-3) 팩트체크와 앵커브리핑
손석희 앵커는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네 가지 원칙인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제시했습니다. 이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어떻게 말을 실천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14년 9월 22일부터 새로운 메인 뉴스 ‘JTBC 뉴스룸’을 시작하며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로 정론 저널리즘을 표방했습니다. 팩트체크, 앵커브리핑, 비하인드 뉴스, 문화초대석 등의 코너는 사실과 공정, 균형과 품위를 실현하며 언론의 공기능에 충실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팩트체크 첫 방송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무원 또는 사회 유력인사들의 발언 가운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내용을 심층적으로 파헤쳐서 사실관계를 따져 보는 그런 시간입니다. 물론 그런 발언 내용뿐만 아니라 저희들한테 또 시청자 여러분께 의미가 있는 그 모든 사안에 대해서 저희들은 팩트체커 역할을 할까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고 입장이 서로 다르다 보면 논란이 많습니다. 논란이 많으면 입장과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됩니다. 그런데 계속 논란만 소란스럽기만 한 것은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모르거나 논란을 계속 부추겨 갈등을 일으키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논란이 많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사실에 대한 인지입니다. 서로 사실을 두고 그에 대해 참 거짓 공방을 벌여야 논란이 가라앉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을 거짓이라고 합니다. 거짓이 널리 퍼져 있으면 개인은 사실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공동체 구성원 사이에 오해가 생겨 서로 멀어집니다.
서로 의견이 대립될 때, 사실문제인지 가치문제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사실을 두고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려고 해야 감정적 다툼으로 번지지 않습니다.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공방을 벌이면 다투지 않아도 되고 감정을 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팩트체크는 논란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확인해야 진실공방을 벌일 수 있습니다. 진실을 규명해야 원인을 알 수 있고 칭찬할 일은 칭찬하고 비판할 일은 비판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의 출발은 진실규명입니다. 그러므로 진실을 온전하게 밝혀 정확한 가치판단을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저널리즘의 본질입니다. 사람들의 신뢰도 사실과 진실보도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과 서로 의견 차이가 있을 때는 상대적 관점에서 넘어가면 됩니다. 하지만 사실을 잘못 알고 있어서 의견 차이가 나면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에 대한 정확한 보도는 언론의 생명과 같습니다. 언론이 오보를 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언론 스스로 언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언론인의 말이 오염되면 정치인과 시민의 말의 오염됩니다. 가짜 뉴스와 오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언론이 자정작용을 상실했고, 개인이나 공동체에 대해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러한 제도가 언론의 비판과 감시활동 등 언론 기본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언론 본연의 기능인 저널리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법안을 시행해야 합니다.
뉴스룸에서 가장 좋아한 코너는 앵커브리핑입니다. 2014년 9월 22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950회 동안 품격 있는 뉴스의 진면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장면들> 책에서 손석희 앵커가 자평 하기를 “‘앵커브리핑’은 주요 이슈에 대한 앵커의 생각을 ‘대놓고’ 그러나 거칠지 않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특이하게도 그것은 뉴스라는 사회에 인문학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가능한 일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앵커의 주관적 견해를 대놓고 거칠지 않게 제시하여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알려주되 강요하지 않고, 주장하되 설득하려 하지 않을 때 가능합니다. 사실과 근거를 들어 여러 관점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차분하고 깊게 생각하여 어떤 문제의 본질을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미처 알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한 것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거나, 따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말의 품격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앵커브리핑은 인문학인 문학, 사학, 철학을 골고루 엮어 그날의 주제를 풀어냈습니다. 앵커브리핑을 만드는 과정은 담당기자가 주요 이슈를 발제하여 목록을 뽑으면 이를 손석희 앵커가 고른 다음 작가와 담당기자가 브리핑에 들어갈 시와 소설, 고전 등에서 자료를 조합니다. 그다음은 스토리텔링과 기획력을 갖춘 김현정 작가가 감동적인 이야기로 엮고 손석희 앵커는 이를 검토하여 브리핑을 했습니다. 앵커브리핑은 각자의 전문성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뉴스의 가치를 빛나게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이 과정을 최종적으로 묶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 시청자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했습니다.
“그날의 주요 사안을 한마디의 단어로 축약해서 앵커브리핑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오늘 뉴스룸이 주목한 단어는 '저돌'(猪突)입니다.”로 시작하여 "바람은 언제나 당신의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로 끝났습니다. 인생이란 봄과 가을처럼 평온하고 좋은 때도 있지만 여름처럼 뜨겁고 겨울처럼 차가울 때도 있습니다. 앵커 브리핑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거나 차가운 겨울을 지날 때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말의 품격과 뉴스의 품위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했고 좀 더 밝은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