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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36]

4-(4) 손석희 앵커의 말-4) 비하인드뉴스와 문화초대석

by 백승호

4) 비하인드 뉴스와 문화초대석


➌ 비하인드 뉴스

뉴스는 모든 것을 보여 줄 수는 없습니다. 뉴스는 항상 특정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의 방향은 기자의 시각과 카메라의 프레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생각하는 본질이 다를 때에는 더 본질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 있습니다. 또 뉴스의 본질은 아니지만 진실을 더 알고 싶을 때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시청자의 궁금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래도 꼭 사실과 진실에 가까운 것을 골라 뉴스를 전하기도 합니다. 비하인드 뉴스는 본 뉴스에서 다루지 못하거나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 싶은 것을 다루는 취재 뒷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래서 이 코너는 손전등과 같습니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주목할 수 없었던 부분을 다시 비추어 시청자의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뉴스는 기자의 주관에 의해 선택되고 데스크에서 다시 한번 거릅니다. 객관적이고 보편적 기준에 따라 보도를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편향되고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하인드 뉴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은 사람의 입장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비하인드 뉴스는 손석희 앵커의 엉뚱한 질문이나 미처 준비하지 않았을 듯한 내용을 훅 질문하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생방송으로 보는 살아 있는 방송의 재미입니다. 박성태 기자는 쩔절매는 척하거나 땀을 흘리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꿋꿋하게 다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2018년 09월 4일 손석희 앵커와 박성태 기자가 나눈 비하인드 뉴스 한 꼭지입니다.


[기자] 첫 키워드는 < 화가 난 '아미' >로 잡았습니다.

[앵커] '아미'? 군대, 아미요?

[기자]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도 아미입니다.

병역특례 논란이 일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라면서 예로 든 것이 바로 방탄소년단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도 빌보드 1위를 2번이나 했으니 군대를 빼줘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대표적으로 하태경 의원은 공식 인터뷰에서 특정 가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저렇게 "병역특례 제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계기는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앞서 있었던 안민석 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많이 했었고요.

[앵커] 그런데 왜 '아미'가 화가 났을까요?

[기자] 기사에 "방탄소년단도 군대를 빼줘야 된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 기사에 나오자 "방탄소년단이 무슨 금메달을 땄느냐, 특혜다"라는 댓글들이 일부 댓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방탄소년단이 의도치 않게 비판을 받게 되자,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이 '아미'가 화가 난 겁니다. 하태경 의원의 트윗에 답글을 달았는데요.

"방탄소년단을 왜 정치에 이용하냐, 이용하지 말라"라고 했고요.

"100만 아미는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

일부 외국인도 그리 어렵지 않은 영어로 답글을 달았는데요.

"I recommend you shut up. Do not tag…"이렇게 돼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당신이 입 다물기를 권고합니다. BTS를 당신의 정치적 의제에 갖다 붙이지 마세요"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주 쉬운 영어 같지 않은데요.

[기자] 핵심은 간단한 표현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방탄소년단이 군대 빼 달라고 한 적은 분명 없습니다, 그렇죠?

[기자] 그렇습니다.

[앵커] 그런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논란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니까 팬 여러분들이 화가 날 만도 하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이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은 'ARMY', '아미'입니다. '늘 곁에서 지켜주는 군대'라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저렇게 해서, '젊음의 청춘의 사랑스러운 대표자'라는 영어의 약자도 됩니다.

[앵커] 오늘(4일) 영어가 많이 나오네요.

[기자] Adorable Representative… 이렇게 돼있습니다. 아미의 팬클럽 회원 수가 100만이 넘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얘기했다가…죄송합니다.

[앵커] 웃음이 나옵니까? 본인은 연수도 갔다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계속하죠.

[기자] 100만 군대의 반발을 샀습니다.

[앵커] 좀 쉬었다가 할까요?

[기자] 아니요. 괜찮습니다.

[앵커] 괜찮습니까? 두 번째 키워드로 빨리 넘어가는 게 도와드리는 것 같습니다.



비하인드 뉴스도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아 품격을 지키고 있습니다. 내용은 진실을 다루되 진행 형식은 딱딱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방탄소년단을 왜 정치에 이용하냐, 이용하지 말라"는 아미의 말과 "100만 아미는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는 진실을 전달하며 억울한 마음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주고받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오늘 영어가 많이 나오네요.”하자 “Adorable Representative… 이렇게 돼있습니다. 아미의 팬클럽 회원 수가 100만이 넘는데, 일부 정치인들이 얘기했다가…” 하며 박성태 앵커의 웃음이 터집니다. 박성태 앵커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웃음이 나옵니까? 본인은 연수도 갔다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계속하죠.”라고 합니다. 그리고 박성태 기자가 “100만 군대의 반발을 샀습니다.”라고 하는데 박성태 기자의 참을 수 없는 웃음은 계속되자 “좀 쉬었다가 할까요?”하니 “아니요. 괜찮습니다.”라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도 내용의 본질을 알려주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➍ 문화초대석 인터뷰

문화초대석에 대하여 <장면들>이라는 책에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일들을 기록해내고, 그것을 각자의 관점으로 담아낸 다음 공감을 얻어내는 것. 노래든 영화든 그림이든 ‘문화’ 현상을 담아내는 것도 명백한 저널리즘의 영역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문화에 있어서는 그런 엄숙 주의가 없습니다. 소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구별하지도 않고요”라고 말하며 실용주의 노선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 뉴스 시간에 왜 대중문화 인물을 자꾸 만나느냐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희는 그런 필요 이상의 엄숙 주의는 피하고자 합니다. 우리 삶의 일부이고 또 심지어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이 대중문화이기도 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문화초대석은 질문하는 인터뷰어에 대한 관심과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의 관심을 함께 받는 코너였습니다. 그리고 가끔 출연자가 손석희 앵커를 인터뷰하는 돌발상황이 더욱 재미있게 했습니다. 2017년 6월 15일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은 손석희 앵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작년 2016년 10월 24일 7시 59분에 어떤 심정이셨습니까?’”라고 하자 손석희 앵커는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단지 준비한 것을 보도해야 된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2016년 10월 24일은 최순실 박근혜의 국정 농단 게이트의 불씨가 된 태블릿 PC가 최초로 보도한 날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대신하여 봉준호 감독은 손석희 앵커를 인터뷰한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손석희 앵커의 간결한 대답을 들고 ‘그 방송을 라이브로 봤는데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인터뷰를 많이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사실과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여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이요안 서강대 영문과 교수는 《분석 손석희 인터뷰》라는 책에서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를 분석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말하고, 미디어 인터뷰의 본질과 기능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미디어 인터뷰의 고유한 기능을 실현했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서 손석희 인터뷰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첫째, 논리의 쟁점화 둘째,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의 구체화, 셋째, 질문 내용에 대한 불만 대응이라고 했습니다. 논리를 쟁점화하기 위해서는 후속 질문을 통해 한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합니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게 하여 문제의 쟁점을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대응 논리를 제기하는 반론과 제반론으로 쟁점에 대하여 더욱 명확한 입장을 취하게 합니다.

인터뷰는 서로 대화를 주고 많으며 궁금한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시청자의 눈높이에게 궁금할만한 내용을 물어보기 때문에 시청자는 몰입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묻고 답하는 것을 통해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예를 제시하여 더 구체적으로 밝혀 진실에 접근하려 합니다. 반론과 제반론을 들으며 쟁점에 대한 입장과 가치관, 신념과 철학 등을 드러냅니다.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그 사람의 상황이나 입장에 주목하여 사실과 진실을 마주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손석희 앵커가 제시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네 가지 원칙인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구체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신념이나 이상을 말하기는 쉬운데 실천하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삶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의지와 노력입니다. 말을 잘하는 것도 마음속에 뜻을 세우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것은 따뜻한 마음과 바른 생각을 가지고 상황에 맞는 말을 품위 있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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