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 법정 스님의 말하기 -1) 맑고 향기롭게
1) 맑고 향기롭게
넥플릭스 <고요의 바다>를 보았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미래의 지구 환경문제와 식량부족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이 부족하여 물 배급을 하는 모습과 식량부족, 영유아 사망 등을 환경파괴로 인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지구가 처한 기후위기와 미래의 우리 지구 모습을 보는 듯해서 두렵기도 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삶이 지속 가능하려면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고 삶에 대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운동이나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며 심층적인 전환 운동'은 우리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생각과 사상은 ‘맑고 향기롭게’에 잘 드러납니다. 맑고 향기롭게는 1994년부터 법정스님이 펼친 시민운동입니다. 맑고 향기롭게의 취지문에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합니다.”라고 밝혀 놓았습니다. 그리고 발원문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자연은 아름다워, 사람은 그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여기에 먼지 한 티끌이 끼어들었습니다. 그것은 소유욕에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먼지는 먼지를 불러 우리의 거울은 흐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물질이 마음을 가리어, 각종 균을 창궐케 하였으며, 우리들 본래의 복전은 다툼 터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까마득히 잃어버린 '나'를 찾고자 합니다. 청정한 마음 한 번, 청정한 빛 한 줄기, 청정한 풀씨 한 톨을 헹구어 푸른 하늘 아래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실천덕목으로 개인, 사회, 자연환경 등 3가지를 말합니다.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며 삽시다.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삽시다. 나 혼자만 생각 말고 더불어 삽시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나누어 주며 삽시다. 양보하며 삽시다. 남을 칭찬하며 삽시다.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합시다.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가꾸며 삽시다. 덜 쓰고 덜 버립시다.”
법정스님은 1997년 길상사 창건법회에서 맑고 향기롭게를 실천하는 삶을 강조합니다.
“저는 이 길상사가 가난한 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어떤 절이나 교회를 물을 것 없이 신앙인의 분수를 망각한 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흥청거리는 것이 이 시대의 유행처럼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길상사는 가난한 절이면서도 맑고 향기로운 도량이 되었으면 합니다. 불자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면서 마음의 평안과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맑고 향기롭게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입니다. 법정스님은 <녹색평론>을 즐겨보셨다고 합니다. 녹색평론이 지향했던 가치와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시민운동의 방향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은 근대문명을 넘어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서구 근대문명과 산업사회 패러다임을 생태사회 패러다임으로 인식체계를 전환해야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입니다. 이문재 시인 2020년 7월 14일 경향신문 칼럼에서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며 심층적인가’는 글을 통해 김종철 선생을 기리고 있습니다.
“ ‘녹색평론’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 제가 말하고 쓴 것 대부분이 저 격월간 잡지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흔들릴 때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마다 선생님의 글과 책이 중심을 잡아주곤 했습니다. 선생님께선 질문하라고 했습니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이고 심층적인가.’ 저는 이를 ‘장포심’이라고 줄여서 뇌 한가운데에다 모셔놓고 있습니다. 어떤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때 세 가지 잣대를 들이대곤 합니다. 장포심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본질을 두루 아우릅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심층적인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근본과 연결된 것만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결과를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질에 가닿는 것만이 그 과정 또한 윤리적이고 미학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며 심층적인 문제의식을 가졌다면, 그리하여 근대문명의 폭력성을 넘어 땅에 기반한 공생공락(共生共樂) 사회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면,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이 시간이 이토록 애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김종철 선생의 ‘녹색평론’의 전환 정신은 내 마음의 욕심을 줄이고 나를 둘러싼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공존의 의미이고 대동의 가치라는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말하는 천인합일의 정신이고 사람과 사람의 공생을 생각하는 ‘호모 심비우스’를 지향하는 삶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전환이 필요합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주의로 살아간다면 맑은 공기와 물이 사라지고 꽃과 식물이 없는 삭막한 ‘고요의 바다’에 살아갈지 모릅니다. <고요의 바다>를 보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떠 올랐습니다. 그리고 법정 스님의 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는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우리 곁에서 새소리가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들의 삶은 얼마나 팍팍하고 메마를 것인가. 새소리는 단순한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서 약동하는 소리요 자연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런데 이 새소리가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 참새며 까치며 희귀 조류까지 사람의 손에 잡혀 먹히고, 독한 농약으로 인해 논밭이나 숲에서 새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극심한 대기오염 때문에 텃새와 철새들도 이 땅을 꺼리고 있다.
새가 깃들지 않는 숲을 생각해 보라. 그건 이미 살아 있는 숲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연의 생기와 그 화음을 대할 수 없을 때, 인간의 삶 또한 크게 병든 거나 다름이 없다.
세상이 온통 입만 열면 하나같이 경제 경제 하는 세태다. 어디에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삶의 가치가 있는지 곰곰이 헤아려 보아야 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행복의 소재는 여기저기에 무수히 널려 있다. 그런데 행복해질 수 있는 그 가슴을 우리는 잃어가고 있다.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푸른 하늘 아래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회복하는 것이 기후위기 생태위기를 극복하고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