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법정 스님의 말하기 2) 생명의 아픔과 무소유의 삶
현대 사회의 여러 부작용과 병리 현상의 근본 원인은 지나친 소유 양식의 삶 때문입니다. 산업 사회의 물질문명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며 소유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소비하며 삶의 의미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소망은 많은 돈을 가지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 전망 좋고 넓은 집에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대중매체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기업은 그 욕망을 부추기며 끊임없이 광고를 하며 소비를 조장합니다. 집에는 온갖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갖추어 놓고 풍족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냉장고에는 많은 음식재료를 쌓아놓고 살아갑니다.
이처럼 개인의 합리적 선택은 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작은 소망을 추구하는 삶은 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소망과 욕망이 비록 작아도 그것이 모이면 때로는 타인이나 나를 둘러싼 환경에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우리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그냥 행동하지만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생선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상업 어업을 더 활성화하여 바다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고, 육식 습관이 목축업을 활성화하여 지구의 산림을 파괴하거나 메탄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심화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소중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물질이 우리의 행복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물질을 풍요롭게 소유하는 것이 목적이고 목표 일 때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물질문명은 생명을 아프게 하거나 죽이고 사라지게 합니다. 박경리 선생의 <생명의 아픔>이라는 책에서 물질적 교환가치보다 생명의 가치의 소중함을 중시하고 문화를 중시해야 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물질만능의 자본주의는 생명의 순환과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고 생존과 관계없는 것을 축적하고 생존을 위협한다고 비판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물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황금만능주의, 물신 숭배의 부작용이 발생하며, 인간소외의 고통이 따르기도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며 소유에 대한 올바른 삶의 양식을 정립해야 합니다.
우리의 바람직한 삶의 양식과 방향을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정스님은 우리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물건이나 사람을 끊임없이 소유하기 위해 싸우고 경쟁한다고 말합니다. 소유 양식의 삶에 집착하면 소유하기 위해 근심하고,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며, 인간관계는 대립적이며, 나아가 국가 간 전쟁도 일어나기도 하여 우리의 참된 행복을 앗아간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참된 행복을 가지려면 소유사에서 무소유 사로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유욕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분수를 버리게 되고 우리 삶을 피폐하게 합니다. 우리가 소유욕을 버릴 때 온 세상을 갖고 진정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를 자본주의의 소유 양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존재의 삶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삶이냐』책에서 현대 사회의 근본 문제는 소유 양식의 삶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소유 양식의 삶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존재 양식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소유 양식의 삶'이란 필요 이상의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태도를 말하며, 소유하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 삶의 방식입니다. 반면에'존재 양식의 삶'이란 존재를 위해 필요한 만큼만 가지는 태도를 말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가 존재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유 양식의 삶을 지향하며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돈의 힘이 개인 삶의 질은 물론이고 전체 사회의 운용을 지배할 수 있는 사회이고, 소유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 우리의 삶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소유는 일시적 만족감을 줄지 모르나 자기 삶의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소유의 삶은 김태형 선생이 말한 ‘풍요 중독사회’에 빠지게 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2021년 12월 27일, 2022년 임인년(壬寅年) 신년 법어를 발표합니다.
“전(全) 세계적으로 창궐(猖獗)한 코로나 질병의 공포와 고통은 인간의 자만심(自慢心)으로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훼손에 대한 자연의 대응(對應)입니다. 이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책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자세를 바꾸는 것입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나와 더불어 남이 존재하고,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니며 인간과 더불어 자연이 공존(共存)하는 만유동일체(萬有同一體)입니다.”
진제스님은 코로나와 환경훼손에 대한 해법으로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시의 적적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법정스님의 글 <인간과 자연>에서도 이렇게 말합니다.
“자연과 인간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회복되어야 한다. 파괴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 안에서만 우리들 인간도 덜 황폐되고 덜 오염되어, 인간 본래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생명의 아픔을 깨닫고 무소유의 삶의 실천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길을 가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법정 스님이 강조한 단순하고 간소한 삶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무소유를 읽고 '이 책이 아무리 무소유를 말해도 이 책만큼은 소유하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무소유>의 마지막에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잇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