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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윤리 60]

8-3-(3) 좋은 질문은 교사와 학생을 함께 자라게 합니다.

by 백승호

(3) 좋은 질문은 교사와 학생을 함께 자라게 합니다.


좋은 질문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생각을 체계적으로 하게 합니다. 또한 바른 생각을 이끌어 좋은 선택을 하게 합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얼마나 좋은 선택을 하느냐가 지금 현재 위치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진리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도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질문을 통해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진리를 꿰뚫어 알아내고 좋은 선택을 하게 합니다. 좋은 선택이라고 할 때 좋은 것이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좋은 선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질문을 통해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따져서 묻고 배우며 성장하여 다시 일어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해 주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이 최고의 공부라고 하는 것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질문에 답을 하는 사람 모두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의 좋은 질문은 교사를 성장하게 합니다. 교사가 질문을 만들기 위해 여러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하면서 학생들을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합니다. 좋은 질문을 받은 학생은 자신의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나라 현재의 평가 제도는 학생들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교과서에 있는 답만 요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과서에 있는 것만 외워서 그에 맞는 답을 하는 것은 많은 지식을 주입해 놓고 필요한 것을 빼는 인공지능으로 충분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의 지식을 새롭게 조합하고 재배열하여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의 시험지 질문은 늘 가장 적절한 것은? 가장 옳은 것은? 가장 알맞은 것은? 정해진 답에 순응하는 질문만 합니다. 이런 질문으로는 창의성을 기를 수 없습니다. 적절한 것이 왜 적절한지? 옳은 것이 왜 옳은지? 알맞은 것이 왜 알맞은 것인지? 끊임없이 왜 그런지 궁리하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평가제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계속 닫힌 질문만 유도하였습니다. 이렇게 닫힌 질문만 하니까 학생들이 숨 막혀 수업은 재미가 없고 교실은 잠자는 학생이 절반이 넘습니다. 교사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재미있고 학생들은 수업을 기대하면서 설레고 기다려져야 하는데, 늘 정해진 답 안에서 질문을 하려고 하니 답답하고 갑갑한 것입니다.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을 하고 열린 대답을 허용해야 합니다. 자기 견해가 있어야 자기 것의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한자가 있어도 우리 생각과 뜻을 펼 수 없다고 여기고 우리의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세종대왕과 같은 창의적 인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 21세기 인공지능 시대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평가제도와 학습방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혁신학교, 혁신교육을 하고 있지만 무엇을 혁신했는지 깊이 고민하여 더 나은 방향을 찾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학교의 설자리가 생기고 교육이 갈 방향을 잡으며 교사가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 수능시험이라는 평가제도를 개혁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교사들이 먼저 수업시간에 좋은 질문을 하여 숨 막히고 답답해하는 아이들의 숨통을 열어젖혀 주고 갑갑한 교실에 산소를 부어 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질문이란 열린 질문과 탐구적 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이란 닫힌 질문의 반대입니다. 닫힌 질문이란 단순히 네, 아니오로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말합니다. 그리고 정답을 정해놓고 정해진 정답에 맞아야만 된다는 것이 닫힌 질문입니다. 반면에 열린 질문은 질문을 받은 사람이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말하도록 하는 질문입니다. 질문을 잘해야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게 합니다. 질문을 할 때 쉬운 것부터 조금씩 조금씩 어려운 부분을 들어가야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금방 지칩니다.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을 하여 자신감을 북돋우어 준 다음 약간 어려운 질문을 해서 생각을 자라게 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은 답변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답은 틀린 답이 아닌데 우리는 다른 답은 틀렸다고 가르치는 상황에서는 다른 것을 차별하고 차이를 존중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답은 왜 다른지 생각하고, 다른 생각을 인정하면서 어울려 살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과 협력은 나와 생각이 다를 때 더욱 필요합니다. 교사들이 하는 많은 열린 질문은 다른 것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게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자존감도 높여주는 인성교육도 할 수 있습니다.


탐구적 질문은 나와 세상에 관한 것이나 삶이나 앎에 대한 자신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채워 가는 질문입니다. 나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사회와 개인의 관계는 무엇인가? 공동체와 개인의 발전을 함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구 환경은 우리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등 여러 질문을 통해 자기 정체성, 공동체, 지구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 좋은 질문입니다. ‘궁리’ ‘격물치지’라는 말은 시대가 지나도 필요한 말입니다. 이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탐구적 질문은 사물의 이치를 깨우쳐 적용하는 것입니다. 주어진 답만 달달 외워 맞추는 것은 오늘날 시대 역량에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변화와 환경에 맞게 변형하고 적용할 때 그것이 왜 맞는지 묻고 따져보아야 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냥 외우는 것은 인간을 가장 비주체적이고 순응적인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입니다. 비판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여 능동적이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 사람은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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