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10】 17/260 백성을 살리는 전쟁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를 쳐서 이겼다.
제나라 선왕이 물었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연나라를 치지 말라 하고 어떤 사람은 빼앗아 버리라고 합니다. 만승의 큰 나라가 만 승의 나라를 쳐서 50일 만에 대승했으니, 사람의 힘으로는 된 것이 아니므로, 빼앗아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 생길 것입니다.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빼앗아서 연나라 백성들이 기뻐한다면 빼앗으십시오. 옛사람 가운데는 그렇게 한 사람이 있었으니, 무왕이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빼앗아서 연나라 백성이 기뻐하지 않는다면 빼앗지 마십시오. 옛사람 가운데는 그러한 일을 행한 사람이 있었으니 문왕이 그렇게 했습니다. 만 승의 나라로 같은 만 승의 나라를 치는데, 연나라 백성들이 대그릇에 담은 밥과 항아리에 마실 것을 담아서 왕의 군대를 환영한 것은 어찌 다른 까닭이 있었겠습니까? 물에 빠지고 불에 데는 재난과 같은 사나운 정치를 피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이 더욱 깊어지고 불이 더욱 성화를 부린다면 백성들은 다른 나라로 옮겨 가려고 할 것입니다.”
齊人이 伐燕勝之어늘 宣王이問曰 或謂寡人勿取하며 或謂寡人取之라하니 以萬乘之國으로 伐萬乘之國호대 五旬而擧之하니 人力으로不至於此니 不取하면 必有天殃이니 取之何如하니잇고 孟子對曰取之而燕民이 悅則取之하소서 古之人이 有行之者하니 武王이是也니이다 取之而燕民이 不悅則勿取하소서 古之人이 有行之者하니 文王이是也니이다 以萬乘之國으로 伐萬乘之國이어늘 簞食壺漿으로以迎王師는 豈有他哉리오 避水火也니 如水益深하며 如火益熱이면亦運而已矣니이다
제인이 벌연승지어늘 선왕이문왈 혹위과인물취하며 혹위과인취지라하니 이만승지국으로 벌만승지국호대 오순이거지하니 인력으로불지어차니 불취하면 필유천앙이니 취지하여하니잇고 맹자대왈 취지이연민이 열즉취지하소서 고지인이 유행지자하니 무왕이시야니이다 취지이연민이 불열즉물취하소서 고지인이 유행지자하니 문왕이시야니이다 이만승지국으로 벌만승지국이어늘 단식호장으로 이영왕사는 기유타재리오 피수화야니 여수익심하며 여화익열이면 역운이이의니이다
1.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면 기꺼이 싸우겠지만 전쟁은 하지 않는 것이 최고 좋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전쟁은 인간의 모든 삶을 폭력적으로 바꾸고 이별과 상실, 죽음과 공포를 낳아 개인과 공동체 삶을 파괴한다.
제나라는 연나라와 전쟁을 했다. 연나라 사람들이 제나라를 환영한 것은 맹자의 말처럼 연나라 백성들이 물에 빠지고 불에 데는 재난과 같은 사나운 정치를 피하려는 것이다. 자기 나라의 포악한 정치를 피하려고 다른 나라 군대를 환영한 것이다. 그런데 제나라가 더욱 포악하게 다스린다면 연나라 백성의 마음은 떠난다. 그러므로 제나라는 적당한 때에 연나라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제나라는 맹자의 충고를 듣지 않고 연나라를 군사통치하다가 연나라 사람의 민심을 잃었다. 맹자는 백성의 뜻을 존중하고 백성을 살리는 전쟁이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2. 현대사회의 전쟁은 자본주의 군수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전쟁이 전개된다. 생명의 가치와 문명의 진화는 비례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반비례하기도 한다. 많은 생명을 잃어버리고 집을 잃고 국민은 순식간에 흩어진다. 전쟁은 집단 광기이다. 군인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인 학살로 인하여 무고한 목숨을 잃을 뿐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적대와 원한으로, 마음의 상처 등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를 훼손한다. 전쟁은 일상의 평화와 행복, 인권과 정의 등 인류가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다.
3. 2차 세계 대전(1939~1945)이 끝난 후, 1945년에 세계 평화와 국가 간 우호 증진을 위해 국제 연합(UN)이 설립되었다. 현재 회원국이 193개이다. 국제 연합은 국제 연맹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강대국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국제 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1946년에 국제 사법 재판소를 창설하여 국가 간의 법적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해결하려고 하지만 강제적 관할권이 없으며, 판결 이행을 현실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4. 전쟁이 일어나면 국제법이 미치지 못한다. 186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쟁 중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립한 국제 협약인 제네바 협약을 맺었고, 전 세계 194개국이 이 협약을 비준했다. 이 협약은 시차를 두고 4번의 협약을 했다. 1864년에는 제1 협약을 맺어 육전에서의 군대의 부상자 및 병자의 상태 개선하도록 했다. 1906년 제2협약에서는 해상에서의 군대의 부상자, 병자 및 조난자의 상태 개선을 하기로 했고,
1929년 제3 협약에서는 포로의 대우에 관한 협약을 맺었고, 1949년 제4협약에서는 전시에 민간인의 보호를 하기로 했다. 즉, 제네바 협약은 전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무력 충돌에서 부상 등으로 전투력을 잃은 군인, 포로뿐만 아니라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민간인을 인도적으로 대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중에 이러한 협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5.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정책이다. 전쟁을 하지 않고 백성을 살릴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백성을 살리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하는 전쟁이라면 몰라도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반도에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남북이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함부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발언을 너무나도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는 소중한 군사합의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집권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다. 현재 우리의 삶은 평화를 전제로 한다. 미사일과 핵 위협, 남북 대결은 우리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의 도발을 막고 평화 유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민생이 안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