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2-16】 23/260 어진 정치와 애도의 참뜻
노나라의 평공이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총애하는 측근 장창이란 사람이 물었다.
“다른 날에는 임금님께서 외출하실 적에는 반드시 관원에게 가시는 곳을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수레에 이미 말을 매어 놓았는데도 관원이 아직 가시는 곳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시려는지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평공이 대답하였다. “맹자를 만나보려는 것이오.”라고 하자
장창이 “무엇 때문입니까? 임금님께서 스스로 가볍게 여기시고 필부를 먼저 찾아가시려는 이유는 그 사람이 어질다고 여기시기 때문입니까? 어진 사람의 행위는 예의에 부합해야 합니다. 하지만 맹자는 모친의 장례식을 부친의 장례식보다 더 성대하게 치렀으니 예의를 잘 지키지 않았습니다. 임금님께서는 맹자를 만나지 마시길 바랍니다.”라고 하자 “그래, 그리하겠소.”라고 했다.
맹자의 제자인 악정자가 들어가 평공을 보고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어찌하여 맹자를 만나지 않으십니까?”라고 하니 평공이 대답하였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맹자는 그 모친의 초상을 부친의 초상보다 성대하게 치렀다’라고 말했소. 이 때문에 가서 만나보지 않았소.”라고 했다.
악정자가 물었다.
“임금님께서 성대하게 장례식을 치렀다고 말씀하신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이전에 부친의 상에는 선비의 예로써 했는데 뒤의 모친상은 대부의 예로 치렀고, 이전의 부친상에는 세 발 솥에 제물을 썼는데 뒤의 모친상에는 다섯 밭 솥에 제물을 쓴 것을 말씀하십니까?”
평공은 말했다.
“아니요. 관곽과 수의가 화려했던 것을 말한 것이오.”
그러자 악정자는 “그것은 지나쳤다고 말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부친의 상 때와 모친의 상 때의 가정 형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악정자는 맹자를 뵙고 말하였다.
“제가 임금께 말씀드려 임금이 선생님을 만나 뵈러 오시기로 했던 것인데, 측근인 장창이란 자가 임금님을 말렸기 때문에 임금님께서는 못 오시게 된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어진 정치를 행하는 것은 어떤 힘이 그것을 하게 하는 것이고, 어진 정치를 못 하게 되는 것도 어떤 힘이 그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어진 정치를 행하고 행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어찌 장씨 아들이 나를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겠느냐?”
魯平公이將出하사 嬖人臧倉者 請曰他日에 君이出則必命有司所之러시니 今에乘輿已駕矣로대 有司未知所之하니 敢請하노이다 公曰 將見孟子하리라 曰 何哉잇고 君所謂輕身하야 以先於匹夫者는 以爲賢乎잇가 禮義는 由賢者出이어늘 而孟子之後喪이 踰前喪하니 君無見焉하소서 公曰諾다 樂正子入見曰 君이奚爲不見孟軻也잇고 曰或이告寡人曰 孟子之後喪이 踰前喪이라할새 是以로 不往見也호라曰 何哉잇고 君所謂踰者는 前以士오 後以大夫며 前以三鼎而後以五鼎與잇가 曰 否라 謂棺槨衣衾之美也니라 曰 非所謂踰也라 貧富不同也니이다 樂正子見孟子曰 克이告於君호니 君이爲來見也러시니 嬖人有臧倉者 沮君이라 君이是以로 不果來也하시니이다 曰 行或使之며 止或尼之나 行止는 非人의所能也라 吾之不遇魯侯는天也니 臧氏之子 焉能使予로 不遇哉리오
노평공이장출하사 폐인장창자 청왈타일에 군이출즉필명유사소지러시니 금에승여이가의로대 유사미지소지하니 감청하노이다 공왈 장견맹자하리라 왈 하재잇고 군소위경신하야 이선어필부자는 이위현호잇가 예의는 유현자출이어늘 이맹자지후상이 유전상하니 군무견언하소서 공왈락다 낙정자입견왈 군이해위불견맹가야잇고 왈 혹이고과인왈 맹자지후상이 유전상이라할새 시이로 불왕견야호라 왈 하재잇고 군소위유자는 전이사오 후이대부며 전이삼정이후이오정여잇가 왈 부라 위관곽의금지미야니라 왈 비소위유야라 빈부불동야니이다 악정자견맹자왈 극이고어군호니 군이위래견야러시니 폐인유장창자 저군이라 군이시이로 불과래야하시니이다 왈 행혹사지며 지혹니지나 행지는 비인의소능야라 오지불우로후는천야니 장씨지자 언능사여로 불우재리오
1. 맹자가 모친의 장례식을 부친의 장례식보다 더 성대하게 치른 것은 벼슬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버지 장례 때는 맹자의 벼슬이 사(士)였고, 어머니 장례 때는 벼슬이 대부(大夫)였다. 이처럼 벼슬에 따라 장례를 치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2.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는데 노나라 평공은 뜻이 없었다. 노나라 평공이 왕도정치를 할 의지만 있었다면 맹자를 만나러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가 굳건한 사람은 어떤 상황도 극복하며 하려고 하는 것을 해낸다. 평공이 ‘맹자는 그 모친의 초상을 부친의 초상보다 성대하게 치렀다’는 핑계를 대고 만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뜻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듣거나 훌륭한 방법을 들어도 실행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 무엇이든 성과는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노나라 임금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기도 하지만 평공의 약한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장창의 말을 듣고 맹자를 만나지 않을 구실을 만든 것은 평공이다. 평공이 맹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장창 때문이 아니라 평공의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3. 예의는 형식과 내용이 중요하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내용을 예의라는 형식에 담으며 인간은 진화했다. 예의라는 형식은 서로를 편안하게 해 주고 진심을 다하여 내용을 담는 것이다. 삼년 상을 하는 이유는 충분히 애도의 기간을 가짐으로써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 충분히 애도해야 슬픔을 해소하고 이별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돌아오는 제사마다 그리움으로 부모를 회상하며 삶의 의미를 다질 수 있다. 장례와 제례는 돌아가신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살아 있는 사람의 심리적 아픔을 극복하는 예의이다.
4. 살아가면서 가장 큰 아픔이 죽음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충분히 애도해야 받아들이고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다. 소중한 사람이 나이가 들거나 병들어 목숨을 잃어도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소중한 사람이 사고나 특별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는다면 애도와 함께 진상규명을 하여 처벌하거나 책임을 물어야 덜 억욱하다. 목숨을 잃은 원인도 모르고 그냥 애도만 하는 것은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5. 억울한 죽음을 밝혀 진상을 규명해야 마음속에서 편안하게 떠나보낼 수가 있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의 예의이다. 세월호 유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상실의 고통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낸 것도 목숨을 잃은 사람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픈 마음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늘 오랜 날 오랜 밤을 고통으로 보내며 지난 지 8년 만에 또 이태원에서 참사가 일어나 156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정부의 안일한 예방과 지자체의 무책한 대응으로 사람들이 선 채로 숨 쉬지도 못하고 죽거나 깔려 목숨을 잃었다. 애도와 진상규명을 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 억울한 죽음에 정부와 관련 부서가 어느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회피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유족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진상을 규명하고 정부와 지자체, 관련 부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진상규명과 처벌을 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