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1-03】 26/260 패도정치와 왕도정치의 차이
맹자가 말했다.
“무력으로 다스리면서 어진 정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사람은 패자(霸者)이다. 패왕 노릇을 하는 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소유하고 있다. 덕행으로 인정을 베푸는 자를 왕자(王者)라 한다. 왕도정치를 하는 왕자는 나라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탕 임금은 사방 70리를 가지고도 왕도정치를 하셨고, 문왕은 백 리를 가지고 왕도정치를 실행하였다. 무력으로 남을 복종하게 하는 것은 마음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부족하며 마지못해 겉으로 복종하는 척하는 것이다. 덕으로써 남을 복종하게 하는 것은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진심으로 복종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70명의 제자가 공자를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과 같다. 『시경』에 문왕이 천하를 다스린 것에 대해 ‘서쪽과 동쪽에서 남쪽과 북쪽에서 모여들어,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는 사람이 없도다’라고 한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공손추-상-03】
孟子曰 以力假仁者는覇니 覇必有大國이오 以德行仁者는王이니 王不待大라 湯이以七十里하시고 文王이以百里하시니라 以力服人者는非心服也라 力不贍也오 以德服人者는 中心이悅而誠服也니 如七十子之服孔子也라 詩云 自西自東하며 自南自北이 無思不服이라하니 此之謂也니라.
맹자왈 이력가인자는패니 패필유대국이오 이덕행인자는왕이니 왕불대대라 탕이이칠십리하시고 문왕이이백리하시니라 이력복인자는비심복야라 역불섬야오 이덕복인자는 중심이열이성복야니 여칠십자지복공자야라 시운 자서자동하며 자남자북이 무사불복이라하니 차지위야니라
【해설】
1. 맹자는 왕도정치와 패도정치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패도정치는 무력으로 다스리면서 어진 정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고, 큰 영토를 소유하고자 한다. 반면에 왕도정치는 덕행으로 인정을 베풀고 큰 나라를 바라지 않는다. 나라가 영토를 확장하거나 인구를 늘리려고 하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해야 한다. 영토확장 때문에 전쟁을 일삼고 백성의 목숨을 죽이는 것이 패도정치다. 나라의 규모가 크지 않아도 덕치를 하면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면 왕도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왕도정치를 한다는 소문이 나면 많은 사람이 따를 것이다.
2. 오늘날 패도는 두 가지이다. 물리적인 힘을 이용하여 무력으로 다스리는 것과 합법을 가장하여 백성을 억압하는 것이다. 군부독재는 물리적 폭력이 겉으로 드러나는 패도이다. 반면에 특정 계급이 행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여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는 사법 독재도 패도이다. 사법부와 행정, 그리고 언론이 야합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공동체의 권익을 훼손하는 것은 패도이다. 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한 구성원일 뿐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5년을 위임받은 고용인이다. 대통령과 공무원은 위임받은 권한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여 잘 살아가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3.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은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 왜냐면 법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규칙이다. 즉,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들이 서로 합의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형식적 정당성을 가져야 하고 또한 내용이 적절하며 인류 보편적 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합의 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지닌다는 것은 구성원이 강제적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합의해야 하고, 특정 목적이나 일부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야 정당성이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시행령을 내려야 하는데, 시행령을 남발하여 특정 계층과 계급을 대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시행령이나 법률은 따르지만 부당할 경우에는 시민들은 저항할 것이다. 폰 예링의 말처럼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부당한 권력과 무력으로 시민을 일시적으로 복종하게 할 수는 있지만 맹자의 말처럼 힘이 부족하며 마지못해 겉으로 복종하는 척하는 것이다. 백성이 진심으로 복종하고, 그 복종을 기뻐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다. 통치자가 시행령을 남발하고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면 민심은 복종하지 않으며 부당한 권력에 강력하게 저항하며 정의를 외칠 것이다. 헨리 데비비드 소로는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왕도정치는 인과 의를 바탕으로 인류 보편의 복지를 통해 사람을 살리고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에 패도정치란 불인과 불의로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일삼고 불행의 구덩이로 빠지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