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로 보는 세상27]

by 백승호


사람은 하늘 아래 살고

땅 위에 살아갑니다.


땅 위의 물이 하늘 위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다시 눈과 비가 되어 땅 위에 내립니다.


땅은 하늘과 짝을 이루어 온갖 생명을 기릅니다.

우리도 논과 밭에 씨를 뿌리고 일구어 먹고 살아갑니다.

우리 겨레는 늘 환웅(하늘)과 곰(땅)을 함께 소중한 존재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중국의 장횡거는 서명(西銘)이라는 글을 지어

자신의 자리 서쪽에 글을 새겨 두었는데,

“하늘은 아버지라 하고 땅을 어머니라 하는데,

나는 이 가운데 조그만 몸으로 태어나서 섞여 하나 되어 존재한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가득 차 있는 형상은 나의 몸이요,

하늘과 땅을 거느리는 모든 원리는 나의 본성이다.

백성과 나는 같은 배에서 태어났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형제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동양 신화에서는 여와(女媧)라는 여신이 흙을 뭉쳐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여 태초의 위대한 어머니 대모신(大母神)이라 불렀습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귀하니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며

발이 네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고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 오행이 있듯 사람은 오장이 있다. 땅에는 물이 흐르듯 사람에게는 혈액이 있다

땅에는 초목이 있듯 사람에게는 모발이 있다. 땅에는 돌과 쇠가 사람에게는 치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하늘과 땅 오행의 기운을 받아 합쳐져 몸의 형체를 이룬 것이다." 하여

우리 몸을 하늘과 땅과 대응하여 말하고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로 이해했습니다.


서양 신화에서도 땅은 온갖 생명을 기르기 때문에 어머니와 같아

그리스에서는 가이아(Gaia)라 하여 모든 신들의 어머니라 여겼습니다.

1970년대 초 영국의 대기학자 제임스 러브록‘가이아’라는 책에서

땅덩이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하여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우리겨레는 하늘이라고 존귀하고 땅이라고 비천한 것이라 여기지 않았고

아버지라고 존귀하고 어머니라고 비천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겨레는 남자라고 존귀하고 여자라고 비천한 것이 아니라

함께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슬기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땅은 큰 바위, 작은 돌, 자갈, 모래, 흙으로 이루어져 있고

물을 머금은 흙은 모든 생명을 기릅니다.

흙에서 씨앗이 움트고 싹이 돋아나 줄기와 잎이 나고

꽃피고 열매 맺으면 먹고 살아갑니다.

땅에서 풀도 자라고 나무도 자라 숲을 이루고

숲은 물을 머금었다가 맑은 물을 내려보내 생명을 살아가게 합니다.


땅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욕망의 대상이 되면

생명이 아프고 생명이 사그라집니다.

땅은 삶의 터전이고 온갖 생명의 터전입니다.

땅은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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