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하늘과 땅의 기운, 물의 기억으로 키워낸 ‘쌀’은
우리 겨레의 으뜸 먹거리입니다.
쌀은 살이 되고 목숨을 거룩하게 이어가게 한 힘입니다.
쌀은 벼에서 나옵니다.
옛사람들이 쌀은 살이 되고
벼는 뼈가 되고 볏대가 튼튼해야 나락이 많이 열리듯
뼈대가 튼튼해야 사람이 건강하다고 말을 했는데
소리가 비슷하여 그렇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자연과 벗하며 삶의 이치를 찾아서 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겨레는 본디 이념보다 이치를 중시했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궁리하고
그 이치로 더 잘 알게 하고 더 잘 살게 하려 했습니다.
일제 강점과 남북전쟁으로 큰 난리를 겪고
이치보다 이념 다툼으로 싸우기 시작하여
내편 남편 편 가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가 벼를 기른 것은 청동기 시대부터라고 합니다.
벼는 습지나 늪지에서 자라던 물풀이었는데
청동기 시대 북중국 만주, 한반도 북부를 거쳐
우리나라에 벼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벼가 자라 열매를 맺은 것이 '나락'입니다.
나락을 중에 씨앗으로 쓴 것이 '씻나락'입니다.
씻나락을 물에 담가 둔 것을 '볍씨'라 했습니다.
2003년 청주시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는 15000년 전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겨레는 세계 최초로 벼농사를 지었고
콜린 렌프류는 《현대고고학의 이해》에서
쌀의 기원을 한국이라 했습니다.
벼가 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볍씨가 움이 트면 ‘모’라고 불렀고,
보리 수확이 끝나고 나면
모를 모판에서 한 뼘 남짓 자라면 넓은 곳으로 옮겨 심는 것을
‘모내기’라 했습니다.
모내기가 본격적으로 전국에 확대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였고, 이로 인하여 노동력은 줄고 생산은 늘어
삶이 많이 나아지기도 했습니다.
모를 내서 심으면 '모심기'인데
모심기가 끝나면 ‘벼’라 불렀습니다.
벼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나락’이라 했습니다.
벼가 다 자라면 벼베기를 하고 볏단을 묶어 타작을 합니다.
타작을 하면 짚과 나락으로 나누어지고
나락은 절구나 방아로 찧으면 껍질이 벗겨집니다.
껍질은 ‘겨’가 되고 알맹이는 ‘쌀’이 됩니다.
껍질이 다 벗겨지지 않고 쌀과 섞여 있는 것은 ‘뉘’라 했고
껍질인 ‘겨’가 잘게 가루가 된 것은 ‘등겨’라 하며
굵은 껍질은 ‘왕겨’라 했습니다.
이러한 겨로 만든 떡은 ‘개떡’이라 했습니다.
접두사 ‘개’는 가짜라는 말이고 품질이 낮다는 의미였습니다.
쌀을 물에 부어 불을 때서 끓이면 '밥'이 되고
물을 적게 부으면 고두밥, 많이 부으면 '죽'이 되고
더 많이 부어 쌀이 허물어지면 ‘미음’이 됩니다.
쌀을 갈아 여러 겹으로 쌓아 찌면 ‘떡’이 되고
쌀로 고두밥을 지어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것은 ‘술’되고
쌀로 고두밥을 지어 보리싹 가루인 질금(엿기름)을 넣으면 ‘단술(식혜)’가 됩니다.
쌀은 한자로 미(米)라 했고
쌀 미자가 들어간 한자는 정자 정(精)과 기운 기(氣)입니다.
부모의 정기를 받고 아이가 태어나는데 ‘쌀’의 힘을 소중히 여긴 것입니다.
쌀의 탄수화물은 포도당, 적혈구, 뇌세포, 신경세포,
그리고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쓰고 남은 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하고
남은 것은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쌀을 적당히 먹으며 살이 찌지는 않고 원기소(元氣素)가 됩니다.
우리 쌀의 뜻과 이치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고
물의 기억도 보시고
삶이 빛나는 광복절(光復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