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시작과 뿌리
군자의 도는 비유하면 먼데 가는 것은 반드시 가까운 데부터 (시작)하며, 비유하면 높은데 오르는 것은 반드시 낮은 데부터 (시작)한다.
君子之道는 辟如行遠必自邇하며 辟如登高必自卑니라
군자지도는 비여행원필자이하며 비여등고필자비니라
점이 있어야 선이 있고, 선이 있어야 면이 있다. 작은 목표를 정하고 큰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작은 실천부터 해야 한다. 중용의 도를 일상에서 실행하는 것은 순서가 있다.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아무리 차원이 높은 도를 시행하더라도 쉽고 가까운 것부터 해야 한다. '소학'의 물 뿌리고 비질하여 청소하고, 부르면 응답하고 물으면 대답하는 쇄소응대지절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작은 일을 하면서 큰 도리를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유가의 원리는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청소하여 주변을 정리 정돈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수신을 해야 제가를 하고 치국평천하를 한다. 높은 산에 오르려 하면 낮은 언덕을 오르는 것부터 해야 한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다.
시경에 읊고 있다. 처자가 잘 화합하니 슬과 금을 타는 것과 같으며 형제가 모여서 화락하고 또 즐기니 그대 집안 화목하고 그대의 처자 즐거워하네
詩曰妻子好合이 如鼓瑟琴하며 兄弟旣翕하야 和樂且耽이라 宜爾室家하며 樂爾妻帑라하야늘
시왈처자호합이 여고슬금하며 형제기흡하야 화락차탐이라 의이실가하며 낙이처탕라하야늘
사람 관계의 시작은 가정이다. 가족끼리 화목하게 잘 지내고 이를 미루어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맺어야 행복하다. 가까운 사람과 편안하고 행복해야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는 안락하시겠구나!
子曰 父母는其順矣乎인저
자왈 부모는기순의호인저.
순한 사람은 마음이 평온하고 따뜻하다. 부모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서 늘 순하고 악함이 없다. 효심도 지극하여 부모님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하는 일이 순순히 잘 풀리고 사람과 관계도 좋다. 좋은 사람들이 서로 잘 되기를 기원하며 돕는다. 자기 성장과 성취를 하며 부모님을 편안하게 하니 근심과 걱정이 없고 부모님은 안락하시다.
가족은 정체성의 시작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은 점이고 선이며 면이다. 삶의 시작은 가족이며 마지막도 가족일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가족이 되길 소망한다. 화목한 가정은 누구나 바라지만 쉽지 않고,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도 많이 받고 상처를 주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자신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왜곡되며 뿌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가족 전체를 강조하거나 화목을 강요하면 누군가가 상처를 받기 쉽다. 지나친 배려로 참고 절제하다 보면 마음에 좋지 않은 감정이 쌓이고 그러다가 갑자기 폭발하여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 관계도 남들 못지않게 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상처를 덜 받는다. 화목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족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각자의 삶을 존중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족끼리 불편하면 남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가족인데' '가족이니까'라는 말을 하기 전에 서로 상처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편안하게 기대고 쉴 수 있는 관계가 되려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또한 '우리 가족'을 중시하여 남의 가족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가족주의는 가족 이기주의가 되어 남을 배제할 수도 있다. '불멸의 신성가족'처럼 집단이기주의로 빠질 수도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며 지배적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할 수도 있다.
가족은 가장 편안한 쉼터라야 한다. 지치고 힘들 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 위로와 격려를 받고 충전할 수 있는 곳, 가만히 있어도, 아무 표정 짓지 않아도 그냥 이해받을 수 있는 곳이 좋은 가족일 것이다. 부모 형제 모두 편안하고 즐거우면 더 없이 좋고 좋다. 이것이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