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1】 41/498 분수에 넘치는 계씨의 팔일무와 세월호
공자께서 계씨를 평가하기를, “팔일무(천자만이 할 수 있는 춤으로, 여덟 줄 64명이 추는 춤)를 자기 집 뜰에서 춤추게 하니, 이런 것을 참람(분수에 지나침)하게 한다면 무슨 일인들 차마 하지 못하겠는가?”라고 하셨다.
孔子謂季氏하시되 八佾로 舞於庭하니 是可忍也온저 孰不可忍也리오
공자위계씨하시되 팔일로 무어정하니 시가인야온저 숙불가인야리오
위(謂)는 다른 사람을 평가하여 논하는 것을 말한다. 계씨는 노나라 대부 계평자인데 계씨가 천자의 춤의 분수에 맞지 않게 뜰에서 추게 하자 이에 대해 공자가 비판한 것이다. 팔일무는 주나라 성왕이 노나라 시조인 주공의 사당에 특별히 내려주었던 춤이다. 예법에 천자는 팔일 제후는 육일, 대부는 사일이다. 예법에 따르면 계씨는 대부이기 때문에 네 줄로 춤을 추어야 하는데 천자가 추는 여덟 줄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지적한 것이다.
공자는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정명론자이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과 직분을 다해야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정명론은 이름에 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회 질서가 편안하다는 것이다. 사회 질서를 중시한 것은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대에 분쟁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없애 국민의 삶을 온전하게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마온공이 말하기를 “천자의 직책은 예(禮) 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예(禮)는 (분)分보다 더 큰 것이 없고, (분)分은 이름값에 맞는 명(名) 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무엇을 예(禮)라 이르는가? 기강(紀綱)이 이것이요, 무엇을 분(分)이라 이르는가? 군신(君臣)이 이것이요, 무엇을 명(名)이라 이르는가? 공경대부(公‧侯‧卿‧大夫)가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마온공도 공자의 정명론을 이해하고 계승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수직적 질서보다 수평적 질서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다원화 사회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구분하여 차별하는 꼰대의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회나 조직이 있고 그 조직은 짜임이 있고 짜임은 일관된 체계가 있다. 그래서 업무의 계층적 기능에 따라 나누어 일을 실무자, 관리자, 경영자 등으로 수직적인 조직을 만들어 생산성을 향상하고 효율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 실무자가 일을 잘하도록 관리자는 늘 소통하고 조정해야 하고, 경영자는 관리를 잘하도록 관리자와 늘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비록 수직적 관계지만 선을 잘 지켜 서로 존중해야 한다. 선을 넘어 불편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하고 서로 위해주는 것이 역동적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의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어하는 것이다. 회사 경영이든 국가 경영이든 조직관리를 할 때 서로를 존중하는 예의를 기반으로 해야 튼튼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를 잘 대처하는 것이 국가의 당면과제인데, 청와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이 원활한 소통을 하고 각 주무관,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 차관보, 차관, 장관, 대통령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소통하며 협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은 여러 주무관과 소통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늘 잘못을 자신의 탓이라 하고 책임을 다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지위와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그 조직은 살아 있다.
이 책은 세월호 사건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며 관료조직과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관료 조직의 개선방향을 세 가지 제시한다. “첫째는 관료 사회의 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무의 사유화’라는 말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주체적인 업무 수행 권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는 ‘국민에 의한 평가 방식 도입’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주체는 국민이며 따라서 공무원 조직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만족도 증대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 인사고과는 윗사람의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위 ‘눈치 보기’ 문화가 개선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선발의 객관화’다. 내부 승진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똑똑한 인물을 공개적으로 기용해야만 조직에 미래가 있다.”
이 책의 맨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설봉호와 세월호를 비교하여 말하고 있다. 2011년 9월 6일 자정을 지나 여수 남쪽 73Km 해상에서 부산-제주 여객선 설봉호 배에서 불이 났다. 세월호와 달리 설봉호 승객 128명이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 선장과 승무원들은 신속히 승객을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하여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다. 저자는 설봉호는 윗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최선을 다해 구조했고, 세월호는 윗사람이 개입하여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자율과 책임을 다하고 선한 의지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했다면 세월호에서 한 명이라도 더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최순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행동했더라면, 해경청장이 해경청장답게 행동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과 직분에 맞게 자율과 책임을 다해야 하며 그러한 조직을 만들어야 국민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다.
노나라의 3대 권문세가 세 대부의 집에서 제사를 마친 후 『시경』「옹장」을 노래하면서 제기를 거두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 ‘제후들이 제사를 돕고 천자는 위엄이 성대하도다.’라는 천자의 노래인 옹을 어찌 세 대부의 집에서 취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셨다.
三家者以雍徹이러니 子曰相維辟公이어늘 天子穆穆을 奚取於三家之堂삼가자이옹철이러니 자왈 상유벽공이어던 천자목목을 해취어삼가지당고
고
노나라의 권력가 집안인 맹손씨, 숙손씨, 계손씨 집안에서 제사를 마치고 철상(상을 물림)할 때 천자의 제사에 사용하는 『시경』 「옹」장을 연주했다. 이를 보고 공자는 명분에 직책에 맞지 않은 무례함을 꾸짖은 것이다. 맹손, 숙손, 계손 삼가(三家)는 무례하고 항상 물의를 일으킨다. 공자는 천자를 도와야 할 삼가가 천자의 음악을 마음대로 사용하여 자신의 지위와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자신의 분수에 넘치면 항상 사고가 난다. “오버 하지 마라”는 말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뭐든 자신의 분수에 맞게 말하고 행하면 운이 함께 하지만 넘치면 불운과 불행이 따른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예는 무슨 의미가 있으며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음악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하셨다.
子曰 人而不仁이면 如禮에 何며 人而不仁이면 如樂에 何리오。
자왈 인이불인이면 여례에 하며 인이불인이면 여악에 하리오。
예(禮)란 공명정대한 마음으로 바르고 반듯하게 살아가는 인간의 품격을 말한다. 악은 음악을 말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예의와 음악도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재벌이 갑질을 하고 음대 교수가 갑질을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기본 바탕인 어진 마음이 없어 공감과 배려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어진 마음은 바로 인성의 본질이고 핵심 알맹이이다. 어진 마음은 공감과 배려를 잘하는 마음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어진 마음은 불쌍한 것을 안쓰럽게 여기며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마음이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어진 마음이다. 어질 인(仁)은 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양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댈 수 있을 때 힘들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기댈 곳이 없는 불쌍한 사람. 레미제라블! 어진 마음으로 따뜻한 말과 온화한 눈빛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어진 마음이란 본바탕이 꽉 채워져야 예도 있고 음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