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제기와 회복탄력성
BBC News 코리아 기사 제목은
“파리 올림픽서 빛난 한국의 ‘칼, 총, 활’”입니다.
펜싱, 사격, 양궁에서 한국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고,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금메달을 축하드리고 그 노력과 열정에 박수 보냅니다.
오늘 새벽에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고 난 뒤 구본길 선수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Q 이번 대회 개인적으로 언제 가장 고비였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본길 선수의 답
사실 개인전 뛰기 전까지 몸이 너무 좋았거든요
몸이 너무 좋아 이번에 개인전도 가능하다는 혼자만의 생각도 있었고
대진도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과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전에서 그렇게 뛰고 나서 단체전 뛰기 전 3일 동안
쉬는데 사실 불안에 휩싸였어요
불안과 심리적 압박감에 너무 있었는데
동료들이 옆에서 계속 힘이 되어 주더라고요
힘이 되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첫 경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상대한테 진 게 아니에요. 제가 제 자신한테 졌거든요.
8강전 마지막 게임에서 우영 코치님께서 이제 교체를 하면 어떨까 묻더라고요
동료들이 한번 더 믿어주더라고요
형 할 수 있다고 형 형 믿고 할 수 있다고
특히 경동이가 옆에서 형 자기 뒤에 있으니까 믿고 자신 있게
형 져도 되니까 동작하라고
그때부터 조금 뭔가 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라커룸 가서 경동이한테 혼났거든요
정말 진지하게 혼났거든요
경동이가 하는 말이 형은 자신 있게 해야 잘할 수 있다고
그 계기로 사실 4강전에서 한 번 딱 맥을 뚫렸다고 해야 되나
그 기운으로 결승은 무조건 자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동료들이 믿어준 것 때문에 제가 다시 극복할 수 있었고
또 이 결과가 나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훈련하면서 이걸 정말 많이 준비했고, 사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이 경동이가
레퍼토리가 이 상황을 만드는 거였는데
순간 제가 8강에서 제가 만약이 회피하고 제가 뒤로 물러났다면
금메달을 좀 더 어렵게 따지 않았을까
끝까지 믿어주고 그리고 저희가 맨날 훈련해 왔던 그런 상황대로 잘 흘러가서
정말 경동이가 무조건 해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걸 또 결과로 보여줬고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Q 이번 올림픽이 라스트 댄스인지?
올림픽은 라스트댄스입니다.
선수생활은 제가 한국돌아가서 더 할 생각이고
올림픽은 정말 라스트 댄스입니다.
왜냐하면 정말 이런 말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한계를 느꼈거든요
사실 기술적인 한계, 펜싱 그런 실력의 한계가 아니라
후배들과 다른 나라의 어린 선수들의 그런 열정의 한계를 느꼈거든요.
제가 더 노력하고 제가 연구를 하고
제가 상대방을 파악하고 이런 펜싱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이런 열정이 아 물론 제가 개인전 때 페르자니 선수와 뛰었을 때 어떤 걸 느꼈냐 하면
제가 기술적인 면보다 정말 나를 파악을 많이 했구나
정말 나를 연구를 많이 했구나
그런 열정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 실력만 믿었거든요
실력을 떠나서 제가 그렇게 다시 선수로서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약간 한계가 온 것 같아요
선수는 계속하고 후배들이 또 다음 올림픽 때 4연패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본길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전을 마치고 "상대한테 진 게 아니에요. 제가 제 자신한테 졌거든요."
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모든 경쟁은 상대와의 경쟁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과 경쟁이기도 합니다.
승리를 하려면 자신의 체력, 정신력, 노력, 열정, 전략 등을 잘 점검해야 합니다.
남 탓을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잘못을 헤아려 보고 부족한 것을 채워가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반구제기"라는 말이 떠 오릅니다.
반구제기는 『예기』「사의(射義)」편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활쏘기란 어짊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활을 쏠 때는 스스로 올바름을 구해 나 자신을 바르게 한 뒤에야 쏜다. 쏘아서 적중하지 못하더라도 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을 따름이다.’라고 했습니다.
공자도 "활쏘기는 군자와 비슷한 게 있으니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자신에서 원인을 찾는다."라고 했습니다.
子曰 射有似乎君子하니 失諸正鵠이오 反求諸其身이니라
자왈 사유사호군자하니 실제정곡이오 반구제기신이니라
살아가면서 회복탄력성이 중요합니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큰 힘이 되고 어려움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구본길 선수는 개인전 때 패배한 원인을 성찰하여 단체전에 나섰지만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동료의 응원과 격려를 받고 심리적 압박을 벗어났고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될 때가 많습니다.
힘들 때 곁에서 응원해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의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열정의 한계’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자기를 성찰하고 스스로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될 때
성숙해지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간은 우리의 열정을 서서히 식게 합니다.
하지만 열정은 식어도 도전은 멈출 수 없겠지요.
끝까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열정의 한계를 깨닫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성숙한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의 경험을 후배에게 나누어 주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멋진 선배의 모습이겠지요.
메달의 색깔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노력의 과정이 인생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더 빛나고 값진 ‘인생의 승리’를 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올림픽, 패럴림픽을 상징하는 프리주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모토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동료와 함께 믿고 나아가야 멀리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