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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사]

더 슬기롭고 설미로운 한 해가 되시길

by 백승호

한 살을 더하는 새해 첫날입니다.

올해는 더 슬기롭고

설미로운 해가 되려고 다짐해 봅니다.

이제 이순이 넘고 보니 마음은 청년이지만

몸이 따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등산을 할 때 하산을 염려하고

정상의 경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노력합니다.


고은 <그 꽃>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문재 시인이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에서

<그 꽃>을 보고 글을 적었는데 마음에 와닿습니다.

특히 “산정에 올랐다가 내려오지 못하면, 그것은 등산이 아니다. 조난이다.”라는 글이 좋습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등산은 하산에서 완성된다. 집에 도착해 등산화 끈을 풀어야 등산은 끝난다. 산정에 올랐다가 내려오지 못하면, 그것은 등산이 아니다. 조난이다. 산을 오를 때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이 꽃이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려는 내 의지, 내 체력이 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 그 꽃은 져 버린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오르막길만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와 젊은이만 있다. 올라야 할 정상만 있다. 마흔 줄에만 들어서도 곳곳에서 찬밥 신세다. 내리막길에는 안내판도 없다. 진짜 꽃은 홀로 내려오는 하산길에 피어 있다. 그런데 난감하다. 내리막길에서 발견한 이 꽃, 이 꽃을 누구에게 바치랴.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에도 하산에 관한 이야기 하면서 임기 말을 갈무리하기 위한 마음 가짐을 말합니다.

등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무사하게 하산하기 위해서는 정상의 경치에 대해서 미련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정상의 경치가 저에게는 좋기도 하지만 골치 아픈 일도 많습니다. 미련을 갖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자기와의 승부 속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제 자신이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다스려 내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될 남은 일입니다.


얼마나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잘 사는 것은 더 중요합니다.

인생의 여정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여유로운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슬기: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일처리 옳게 잘 생각해 내는 재간이나 능력

설미: 눈썰미, 사정을 두루 살펴 옳고 그름을 가늠하여 올바름을 북돋우는 마음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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