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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쿠데타: 대법원의 정치 개입, 민주주의 위기]

by 백승호


2025년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2심의 전면 무죄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 국민 다수가 주목하는 정치적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례적 속도로 결론을 내린 사실은 법적 판단을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다수 대법관이 ‘표현의 자유’보다 ‘허위사실 공표’를 우선시한 판결은, 대법원이 법의 이름을 빌려 특정 정치 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이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심장인 선거에 직접 개입한 ‘사법 쿠데타’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명백히 사법부가 정치의 영역에 무리하게 침해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정치적 논쟁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발언의 맥락과 의미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단정했다. 특히 ‘골프 발언’이나 ‘백현동 발언’은 청취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표현이었고, 발언의 목적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방어하고 설명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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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다의성과 맥락을 무시하고, 발언을 유죄 취지로 단정하여 법의 힘을 동원해 정치적 표현을 처벌하고자 했다. 이는 단순한 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권이 정당한 정치적 경쟁을 가로막고 나선 위험한 정치 개입이다. 특히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절차를 앞두고 특정 후보자의 발언만 선별적으로 기소하고 처벌하려는 행위는, 공정한 선거를 파괴하고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을 침해하는 ‘쿠데타’적 성격을 가진다.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이러한 위험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두 대법관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며, 법원이 모든 정치적 발언의 진위를 가리기 시작하면 “사법의 정치화”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더 나아가 검찰의 자의적 기소와 법원의 협조가 결합될 경우, 사법부는 정치적 분쟁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니라 특정 세력의 이해를 관철시키는 정치 행위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번 판결은 “주권자인 국민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구시대적 사고”이며,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에 대한 퇴행”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한 중대한 사건이다. 선거를 앞두고 야당 유력 후보의 발언을 법적으로 처벌하려는 시도는, ‘사법권의 행사’를 가장한 정치 개입이며, 법의 형식을 빌린 ‘사법 쿠데타’라 부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국민의 선택을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자신을 정의의 대리인이라 착각하고 국민의 선택지를 제한하려 드는 순간이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권력의 오만이며, 이 판결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반드시 기억되고 저항받아야 할 역사적 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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