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2
얼은 맑은 영혼입니다.
얼이란 서구 근대 이성에서 중시한 ‘이성’을
좌우하는 맑은 영혼, 영성(靈性)입니다.
뇌과학자 에이멘 박사는 <영혼의 하드웨어인 뇌 치유하기>라는 책에서
건강한 최적의 뇌를 만드는 것은 명상을 통한 영성과 깨달음이라고 했는데
이는 ‘얼’을 잘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얼은 ‘초자아’와 ‘자기’ 속에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의 ‘초자아’ 속에 얼이 있고
칼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의식 깊은 곳,
집단 무의식 안에 있는 ‘자기’ 속에 얼이 있습니다.
사람은 현실 속에서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이상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현실은 ‘있는 것’이고 이상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있는 것'에서 '있어야 할 것'이 실현된 상태가 ‘자기실현’입니다.
자기실현은 사적 욕구를 넘어 공적 욕구가 실현된 것입니다.
라캉은 현실에서 이상을 향할 때 '욕구'를 지향하는 과정이 삶이라 했습니다.
욕구는 욕망과 요구를 합친 말입니다.
본능을 충족시키려는 ‘욕망’이고 정신적 결핍을 채우려는 것을 ‘요구’라고 했습니다.
결핍을 물질적 욕망으로 채우려는 것이 ‘잘못된 인정투쟁’이고
이러한 것은 남의 부러움을 사려는 ‘인정 욕망’입니다.
인정 욕망만 채우려 하면 영혼이 타락하는데
이를 ‘얼이 나갔다’ ‘얼이 빠졌다’고 합니다.
얼간이 얼빠진이는 영혼이 없거나 타락한 것을 말합니다.
서구의 근대 이성은 영혼의 타락을 부채질했습니다.
서구의 근대 이성은 이성을 도구로 사용하여
자연과학발전과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헤겔은 이성은 진보하고 사회는 발전한다고 했지만
이성의 집단 광기는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과 반문명적 식민지 쟁탈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가 "햇빛이 눈부셔 사람을 죽였다."라고 한 것은
작은 충격에도 이성이 쉽게 무너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알 톨킨은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의 절대반지인 악(惡)이 깨어나지 않게 하려고
프로도와 반지 원정대를 통해 인간의 맑은 영혼이며 절대선(絕對善)인 ‘얼’을 지키려고 합니다.
서구의 이성은 자본주의 욕구보다 이기적 욕망을 극대화합니다.
욕구는 이기적 욕망을 벗어나 이타적이고 공적 욕구일 때
자기실현이 이루어진 것이고 현실의 삶에서 역사적 삶을 실현한 것입니다.
사적 욕망을 벗어나 공적 욕구로 나아가게 하는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이 ‘얼’입니다.
얼이 있는 사람은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보다 옳고 그름을 따집니다.
떳떳하고 바른 것을 지향하려는 사람이 얼이 가득하고 맑은 영혼이 있는 사람입니다.
동서양 성인들은 모두 맑은 영혼과 영성(靈性)을 가지려고 노력한 사람입니다.
공자의 인(仁), 부처의 자비(慈悲), 예수의 박애(博愛)로 얼을 채워
마음의 가운데인 중심(中心)이 되게 하고
그 위에 가치와 신념, 자존감 등으로 의식의 나인 정체성을 세우고
역량(능력)을 더하여 말과 행동을 한 결과가 오늘의 ‘나’입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더브레인> 책 마지막에
“우리가 누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맹자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 학문이라 했고
스티브 잡스가 명상으로 선(禪) 돌을 쥐고
참선을 하며 맑은 영혼인 ‘얼’을 찾으려 했습니다.
우리의 맑은 영혼인 ‘얼’을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얼을 가지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고
얼을 잃으면 악한 카인이 됩니다.
얼을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 공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