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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공부』읽고

하루빨리 석방되어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어 가시길

by 백승호

『조국의 공부』를 통해 본 ‘사회권 선진국’의 길

— 정여울의 따뜻한 질문, 조국의 단단한 응답


1. 정여울 작가의 글은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감싸고 있어 즐겨 읽는다. 정여울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과 위로하는 힘이 있다. 정여울의 글은 늘 '하고 싶은 말'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말의 거리를 좁히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여울 작가가 조국 대표와 함께 삶과 공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을 펴냈다. 『조국의 공부』다.

감옥이라는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꺼내는 조국의 맑고 묵직한 사유와, 그에 대한 정여울의 다정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질문들이 편지와 대담 형식으로 오가며 펼쳐 술술 읽힌다. 이 책은 조국 개인의 고통과 성찰, 그리고 사회적 책임과 대안을 생각하는 ‘공부하는 삶’의 기록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을 ‘사회권’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읽었다. 이 단어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지만, 『조국의 공부』를 읽으며 조국의 생각이 실현되길 바라며 빨리 석방되고 재심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2. 『조국의 공부』 135~136쪽

정여울의 질문:

“조국혁신당에서 말하는 사회권과 관련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조국혁신당과 다른 당의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권을 확립했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사실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국민이 집중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소수자에 대한 차별, 여성 문제, 인권, 복지, 환경 등 중요하지만 항상 뒷전으로 밀리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 문제)가 묻힌 느낌이 큽니다. 이런 수많은 동료 시민들의 요구를 향해 조국혁신당의 사회권은 좀 더 구체적 답을 들려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질문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넘어 ‘진정한 복지와 평등의 사회’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한 핵심을 짚는다. 정여울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은 ‘묻힌 문제들’을 다시금 공론장으로 불러내는 촉구이다.


조국의 답변


“대한민국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 경제적 기준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분류되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UNCTAD 설립 후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으로 격상한 첫 국가지요. 표현의 자유, 선거의 자유 등 자유권도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2024년 자유권을 박탈하려 한 12·3 비상계엄이 있었지만 우리 국민의 힘으로 격퇴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요?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조국혁신당의 주장은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이것은 제가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이전부터 강조한 것인데, 2024년 3월 3일 창당하면서 당의 핵심목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OECD 최고 수준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약 130시간이나 더 일합니다. 그런데 전체 임금노동자 중 약 37퍼센트가 비정규직이기에 일자리가 불안정합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동일한 노동을 해도 정규직 임금의 절반가량을 받습니다. 다른 OECD 국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Equal Pay for Equal Work' 원칙을 확립한 것과 대조되지 않습니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권리로 보장해야 합니다. 여기에다 집값과 전셋값이 매년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큽니다. 싱가포르의 국민 다수는 공영 임대 주택에서, 오스트리아 빈의 시민 다수도 사회주택(공영·협동조합 임대주택)에서 평생 살 수 있습니다. 주거비 걱정이 없는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왜 이런 권리가 없는 것일까요.

OECD 국가 중 미국 일부 주 외에 한국만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하다가 아픈 사람의 치료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 등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유권도 위태로워집니다. 사회권을 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권은 복지와 다릅니다. ‘권權’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이는 국민의 권리입니다. 유엔사회권규약에 뿌리를 둔 사회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그 이전이라도 법, 제도, 정책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K-민주주의도 더욱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3. 조국의 답변은 사회권을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국민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사회권의 확립은 단지 경제적 수치의 향상이 아니라, ‘삶의 질과 기본권 보장’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국의 공부』는 사회권을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이해한다. 자유권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선진국 대한민국이지만, 여전히 노동 불안정, 주거 불안, 의료권 사각지대, 플랫폼 노동자 권리 미보장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회권을 권리로 인정하고 구체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고, 시민 모두가 최소한의 삶의 안전망을 누리는 ‘사회적 연대’에 대한 약속이다.


사회권, 인간다운 삶의 바탕이자 민주주의의 기초

사회권이란 ‘사회(社會)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權)’이다. 과거 인본주의가 자본주의에 밀려나 물질만능주의 시대가 되었고, 19세기 독점자본주의, 20세기 제국주의, 21세기 신자유주의는 빈부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사회복지 강화와 사회권 확립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사회권은 국가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인간다운 삶과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는 권리이며, 국가에 인간다운 생활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기본권이다.


조국 역시 『가불선진국』에서 사회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회권을 완전한 민주주의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실현하는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권에는 행복추구권, 교육권, 근로권, 환경권, 보건권 등이 포함되며,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제31조 교육받을 권리, 제32조 근로권, 제33조 노동삼권, 제34조 인간다운 생활권, 제35조 환경권과 주거권, 제36조의 모성보호 및 보건권 등에서 구체적으로 보장된다.

이처럼 사회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 바탕이며, 이재명이 말하는 ‘먹사니즘’과 ‘기본사회’의 철학 역시 사회권에 기초하고 있다."


4. 『조국의 공부』가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회권이 온전히 실현될 때, 우리는 단지 ‘선진국’으로서의 경제적 지위를 넘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길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이고, 국민 모두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책무이자 시민의 당당한 권리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조국의 공부』가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사회권이 온전히 실현될 때, 우리는 단지 ‘선진국’으로서의 경제적 지위를 넘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길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이고, 국민 모두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책무이자 시민의 당당한 권리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정의와 선을 추구했던 조국 전 장관과, 불의와 악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윤석열이 같은 감옥에 갇혀 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거대한 아이러니다. 이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한층 더 사회권과 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조국 전 장관이 하루빨리 석방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는 사면뿐만 아니라 재심을 통해 반드시 정의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평생 바라고 노력해 온 사회권이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 모든 시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 손으로 반드시 만들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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