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태도에 관하여]

어떤 태도가 삶을 성숙하게 만드는가?

by 백승호

왕과 사는 남자의 바람직한 태도

— 권력을 파는가, 함께 살아내는가 —


1. 선거철입니다. 권력이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시기이며,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태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 하나가 눈에 띕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보다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누구와 가깝다’, ‘소통한다’, ‘연락이 닿는다’는 식의 발언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이동형 작가의 발언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나아가 문자까지 주고받는 관계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순한 개인 발언을 넘어 하나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른바 ‘뉴이재명’을 내세우며 친명을 강조하는 일부 정치인들 역시 비슷한 흐름에 서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니라 ‘권력과의 거리’를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그것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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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권력과 가깝다는 사실이 과연 그 사람의 자격을 증명해 주는 것입니까? 그리고 권력을 말하는 순간, 그 관계는 과연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중요한 통찰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왕 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태도를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엄흥도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완성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처음에는 권력 가까이에 다가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권력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변화합니다. 권력을 이용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권력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태도로 나아갑니다. 그는 더 이상 왕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과 함께 있으면서도 왕을 팔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이 변화가 바로 이 영화가 말하는 핵심이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입니다.

이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모습과는 정반대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권력과의 관계를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엄흥도는 권력과 함께 있으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왕과 사는 사람’과 ‘왕을 파는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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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차이는 동양 고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논어에서 공자의 제자 안연은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않으며, 수고로운 일을 남에게 끼치지 않겠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태도입니다. 능력이 있을수록 드러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진정한 인격은 그것을 절제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또한 맹지반의 일화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는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뒤를 맡고도 그것을 공으로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이 나아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역할을 감추었습니다. 공자는 이러한 태도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공을 자랑하지 않는 것, 그것이 곧 인간의 품격이라는 것입니다.

이 두 사례를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분명해집니다.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진짜 관계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것을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이미 ‘자산’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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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히 권력과의 관계는 더욱 그렇습니다. 권력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개인의 영향력처럼 말하는 순간, 권력은 사유화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신뢰는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유시민 작가가 지적했듯이, 실제로 소통하는 사람이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는 관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소비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 이전에,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을 관찰하고 선택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권력을 말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일을 말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친분을 강조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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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엄흥도는 처음에는 욕망을 따라 움직였지만, 결국 태도를 바꾸었습니다. 안연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맹지반은 공을 숨겼습니다. 그리고 공자는 사람을 품는 삶을 말했습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태도는 하나입니다. 권력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 태도입니다. 권력과의 거리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속에서도 자신을 절제하는 것.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와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입니다. 권력은 인간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권력을 향한 태도는 인간을 실체를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공공선을 지향할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지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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