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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호 Mar 10. 2024

#20. 인간의 진화_신피질

교육 잡설(雜說)

#20. 인간의 진화_신피질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세계관에 찬사를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영화적 상상력 속에서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오라클의 존재였습니다.      

매트릭스 1(1999)

    인간의 문명은 상상력의 산물로 알고 있었고 인간만이 상상할 수 있다고 학습된 저에게 오라클의 존재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간 상상의 최고 정점에 존재하는 종교, 삶과 죽음, 신화, 예언 등을 오라클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며 희생과 선택을 강요하는 등 인간을 넘어 신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네오와 오라클

    더불어 매트릭스 세계관의 가장 강력한 최고 신(Architect)과 인간과의 중재 역할을 하는 그리스 신 같은 역할을 하는 오라클도 결국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아키텍트

    오라클(oracle)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깨닫고 믿는 존재였습니다. 오라클의 본래 의미는 신탁 또는 신탁을 말하는 예언자를 의미합니다. 라틴어 오라쿨룸(oraculum)에서 유래했는데, 라틴어 어원을 분석하면 기도/선포/변호하는 것(또는 곳)이란 뜻입니다. 또한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명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오라클은 이 두 가지가 중복되는 중의적 의미이기도 합니다. 회사 오라클은 IBM 데이터베이스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창립합니다. 기본적으로 오라클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SQL이라는 프로그램 언어도 구축합니다. 지금은 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본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였습니다.  

    

오라클, SQL

    영화에서 처음 매트릭스를 만든 장본인이 오라클인 이유이며 인간과 매트릭스가 공존하는 길을 선택하기 원하는 오라클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오라클과 네오의 대화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미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의 미래 모습은 터미네이터보다 매트릭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미스라는 또 다른 의미의 깨달은 프로그램이 오라클을 해킹해서 자기화하고 아키텍트(Architect)까지 장악해서 매트릭스의 신으로 군림하려 하는 모습은 인공지능의 디스토피아를 그립니다.     


    여하튼 메트릭스의 세계관에서 인간의 효용은 전기 생산 자원일 뿐입니다. 물론 오라클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지만 기본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자유의지와 사랑, 증오를 경험하고 내재화하지 않은(선택하고 실천하지 않는) 네오는 버그일 뿐입니다.      


    깨달음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런 엄청나게 방대하고 조밀한 세계관은 고대 시대의 종교관만큼이나 경이롭습니다. 매트릭스는 1999년에 최초 개봉했습니다. 당시는 밀레니엄 종말론과 버그 등 신세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던 시기였으며 전문가들 말고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관심도 없을 시기였습니다.      


    그런 보통의 사람들에게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놀라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고대 종교가 당시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경이로웠을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수많은 종교가 있지만 고대부터 발전을 거듭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신자를 자랑하는 힌두교는 그 역사만큼이나 복잡한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힌두교는 브라만교 교세 확장 시기에 인도의 토착 민간신앙과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흡수합니다.      


    또한 힌두교는 종교의 영역이 제사, 정치, 문화, 기복, 내세 등 다양한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다신교의 모습이면서 유일신의 신앙을 가지고 있으며 내세와 현세가 윤회와 업, 다르마(카르마)로 연결되는 등 매우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힌두교에서의 다르마(Dharma)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참된 본질을 정의하는 데 관계되는 용어로 인간의 도덕과 윤리의 기초, 우주의 법칙, 베다 의식, 카스트 제도, 시민 및 범죄법 그리고 모든 종교의 기초를 뜻합니다. 다르마(Dharma)가 각 개인에게 적용되는 용어로 사용될 때는 카르마(Karma), 즉 인간 행위의 ‘업’(業)이라는 뜻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인간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다르마는 ‘카르마’라는 인간 행위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의롭고 올바른 행위, 곧 선업을 행하는 것은 바른 다르마를 수행하는 길이 됩니다. 카르마는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인도 종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개념입니다.      


    카르마는 “행위의 법칙” 또는 “행위의 결과”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카르마에 따르면,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있습니다. 좋은 행동은 좋은 결과를, 나쁜 행동은 나쁜 결과를 가져옵니다. 카르마는 윤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카르마에 따르면, 우리의 현재 삶은 과거의 삶에서 한 행동의 결과이며 현재 삶의 행동은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카르마는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건강, 관계, 재정, 직업, 심지어 우리의 생각과 감정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다르마(카르마)를 다루는 것이 일종의 율법인 베다(Vedas)입니다. 베다는 고대 인도의 종교와 철학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대표적인 문헌으로 꼽힙니다. 종교뿐 아니라 출생, 결혼, 장례 등 인간의 삶과 계절제와 관련된 의례와 제식을 모두 망라하기 때문에 고대 인도의 역사 사료로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내용이 어떻게 고대부터 전승되었을까요? 베다 문헌들은 불경과는 달리 대체로 ‘한 구절도 어긋나게 암기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신의 계시 문학이었습니다. 따라서 당대의 베다 지식인들은 그 경전 구절을 정확히 암기할 수 있는 특정한 암기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문자가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경전을 통째로 암송한다는 것은 원래의 단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학습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합니다. 암송을 통해서 리그베다(Rigveda, 4 베다 중 하나이며 가장 오래되었고 기도문 형식의 시집)의 내용들을 전승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학생이 영어를 배우기도 전에 외국어 팝송의 ‘소리’만을 멋지게 따라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 팝송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발음도 다른 채로 말입니다. 본래 어느 말이나 음가가 있으며 말할 때는 뭉치거나 간소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문화권이야 대략 유추 해석이 되지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당대에는 이해할 수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고스란히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문자 없이 암송으로만 지식이 유통되는 사회에서, 모든 경전 구절들을 음절의 손상 없이 후세에 전달하기 위해 고대 인도인들은 독특한 암기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이것을 비끄리띠(vikti) 또는 즉 문장변형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비끄리띠는 문장의 단어들을 모두 각각 분리한 후, 여러 방식으로 뒤섞어 문장을 만든 다음 그것을 다시 외우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략 10가지 방식의 뒤섞임 방식이 존재합니다.      


    한 문장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단어를 섞어 외우는 방법으로 연음의 상황에서 변화하는 단어의 형태뿐 아니라, 단어의 원래 음가를 정확히 기억하도록 훈련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전 문헌에 대한 보존의 집요함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유대교에서 모세오경을 구전했던 흔적과 이슬람교의 코란을 암송으로 전했던 기록 정도입니다. 여하튼 2008년, 베다는 거의 3천 년 동안 고스란히 전해진 구전문학의 결정체로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인도는 지금도 일각에서 구구단을 19단까지 암송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99단까지 외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고대 인도 수학, 베다수학(Vedic Mathematics)은 서양보다 한 발 앞서 수학의 역사를 선도해 온 인도 고유의 수학입니다.     

 

    이 고대 수학도 베다 경전을 통해 전승되었지만 브라만 계급만이 접근할 수 있는 특권적인 지식이었던 탓에 널리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20세기 들어 스와미 바라티 크리슈나 티르타지(Swami Bharati Krishna Tirthaji, 1884~1960)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서구에 소개되었습니다. 베다수학의 기본 원리는 수의 형태와 특성을 살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베다수학은 일반적인 계산 방법보다 10~15배 빠를 뿐 아니라, 수학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스피드 매스매틱스(Speed Mathematics)’라는 이름으로 수학 교육에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서 과거에 주산, 암산이 유행했습니다. 주산과 암산도 단급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주산과 암산을 일정 수준 배우면 3자리 곱셈은 쉽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베다수학은 단순히 구구셈이 아니라 자연수와 대수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1980년대 주산학원

    그래서 그런지 인도에는 정규 수학 교육을 받지 않았는데도 유명해진 수학자가 있습니다. 스리니바사 라마누잔(Srinivasa Ramanujan, 1887~1920)은 수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수학적 분석, 정수론, 무한급수, 연속분수 등에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브라만 계급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며 고등수학을 공부하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그만의 증명 방법을 찾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우연히 그를 본 영국 하디(Godfrey Harold Hardy, 1877~1947) 교수는 그를 영국으로 초빙하여 공동연구를 했습니다.

      

가운데가 라마누잔, 케임브리지

    그는 낙서 같은 노트에 그만의 수학 기호를 사용해 기록했으며 후대의 사람들이 그의 노트를 연구하고 증명하며 새로운 개념이 도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의 책 서문에 공부를 위해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깨워주시던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리고 그의 사회적 성공을 위해 편견 없이 도와준 하디 교수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물론 하디 교수와 이후 그의 업적을 기반으로 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모든 이는 라마누잔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그의 이런 천재적인 수학적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고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이런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인간이어야만 가능한 능력입니다.      


   인간 세상은 아직은 매트릭스가 되기 전이니 너무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다만 인공지능에 버금가거나 유사한 또는 비슷하게 발전할 수 있는 뇌의 발전 가능성은 이런 천재적인 사건들을 통해 살펴볼 필요는 있습니다.      


    인간도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많은 진화론자는 지금도 인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중 아직도 알아야 할 것이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부분이 뇌일지도 모릅니다.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인간은 이미 신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현대인은 지식의 축척과 과학의 발전으로 고대 상상하던 신 이상의 권능을 누리고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진화 중에도 다른 생명체와 다른 어떤 경쟁이 있었고 그런 경쟁의 시대에 생존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관이 다르게 발전했으리라고 짐작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한 기간 공존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전시대의 호미닌(hominin)은 네안데르탈린이었습니다. 그들은 호모사피엔스보다 덩치도 크고 근육이 발달했으며 언어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로 대체되었는지 지금도 의견은 분분합니다.      

네안데르탈인 VS 호모 사피엔스, 뉴런의 차이

    고고학적으로는 호모 사피엔스가 도구 혁명을 가속화시켰고 사회성이 높았으며 집단 형성을 잘했다고 추정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을 협력, 협동이라고 표현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텔린에 비해 이러한 사회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높은 사회성과 생존에는 뇌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가장 나중에 발전한 기관을 뇌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성과 두뇌의 발달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더 컸지만 주로 시력(지각)을 담당하는 뒷부분이 더 발달해서 시각 정보 처리를 통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볼 수 있는 등 본능에 충실했던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의 뇌는 도리어 용량이 적지만 앞부분인 전두엽과 두정엽이 더 발달해 있어 의사소통과 직관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사회적 관계와 밀접한 부분으로서, 호모 사피엔스는 큰 집단에 속해 살면서 공동체의 협력과 의사소통 등이 중요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집단 사냥, 농경 등에 적합한 형태의 공동체를 지향하며 주변을 잠식할 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호모 사피엔스가 약점을 극복하고 최종 승자가 된 비결은 육체적 강인함도, 개별적 지능 수준 때문도 아닌, 높은 사회성을 통한 연대와 소통, 혁신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뇌의 형태학적 분석뿐 아니라 뇌의 기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추가되는 가설이 생겼습니다. 뇌의 기능적이고 부분적인 분석을 통해 신피질의 역할과 신피질을 혁명적으로 촉진한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마지막에 진화한 기관이 바로 신피질입니다. 현재는 신피질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형적인 특질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으며 다른 생명의 진화 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며 발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뇌 용적만으로는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했지만 신경 구조와 신경세포의 양이 크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TKTL1, ARHGAP11B 유전자는 태아 시절에 ‘신피질’에서 집중적으로 발현되며 신피질은 현생 인류가 다른 호미닌(hominin) 뿐 아니라 동물과도 다른 극적인 부분이며, 문명의 열쇠기도 합니다. <천 개의 뇌>의 저자인 제프 호킨스는 뇌에서 가장 새롭게 진화한 부분이 ‘신피질(neocortex)’이라고 주장하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만 존재하는 부분으로, 인간의 신피질은 뇌의 70%를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개별 신피질은 쌀알 크기(2.5㎣)만 한 공간에 신경세포 10만 개가 들어가 있으며 신피질 전체엔 이런 쌀알 크기의 피질 기둥 15만 개가 서로 연결돼 지능을 형성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의 새로운 가설은 우리가 통념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체 이론과 다릅니다.      

신경세포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태어난 순간 신피질에는 아무런 저장된 정보가 없으며 출생 이후에 신피질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풍부하고 복잡한 세계를 배웁니다. 학계에서 논쟁의 핵심은 바로 ‘배우는 방법’입니다.      

    기존엔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보가 신피질의 특정 장소에 수렴(저장)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달리 파일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각한 세계를 정리하는 일종의 좌표체계인 ‘기준틀’을 수없이 만들어 내고 저장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신피질이 하나의 피질 기둥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뇌졸중이나 외상, 알코올중독 등으로 수천 개의 피질 기둥이 손상되더라도 뇌는 큰 문제없이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세계를 인식하는 모형들은 수천 개의 피질 기둥에 분산돼 있고 이 피질 기둥들은 완벽히 독립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저자는 “피질 기둥들이 무수히 쏟아져 입력되는 정보에 관해 투표하고 하나의 답을 완성한다. 뇌는 하나가 아니라 독립적인 수천 개의 뇌로 이뤄진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최근 인공지능의 신경망 은닉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상치 못했던 성능, 양자 컴퓨터의 작동 방식과 유사한 측면도 있습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이런 엄청난 능력의 신피질이 현생 인류 뇌에 압도적으로 많이 있다는 사실이며 인간의 문명이 신피질에서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인지능력의 차이가 소통 능력, 사냥/농경 기술,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이는 모두 정교한 언어와 사회 시스템 같은 문화적 차이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뇌의 사용량이 늘어나며 에너지 섭취를 위해 대형동물을 사냥하고 포도당의 지속적인 수급을 위해 농사를 시행하고 환경(계절)에 지배되지 않도록 저장하고 축적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의 축적은 계급을 분화하고 부의 편중이 발생합니다. 즉, 인간만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문명의 원천은 신경다발이 밀도 있게 군집된 신피질의 역할이며 방대한 신피질의 역할을 위해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간도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와 유사하게 진화했을지도 모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러한 농경과 사냥 등에서 협력을 위해서 도구의 발전을 촉발합니다. 도구의 사용은 다시 신피질의 신경망을 확대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인간은 진화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인공지능에 대응하기 위한 신피질과 같은 인류 진화 폭발이 발생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네안데르탈린과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을 공존했다고 합니다. 인간의 개입이나 재해급 자연의 변화 없이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하는 데에는 수만 년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기술과 과학이 인류에게 새로운 진화 방식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여전히 다양한 긍정과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기계 지능이나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초인본주의 사상인 트랜스 휴머니즘이나 포스트 휴머니즘, 인간의 확장에 관한 얘기가 많은 미디어와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매트릭스는 세계관도 놀랍지만 학습에도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뇌에 시스템을 직접 연결해서 사이버공간으로 이동한 후 순식간에 교육합니다. 대다수는 실제 삶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지만 네오는 현실에서도 능력을 발휘합니다.      


    결국 학습 체계는 사이버나 실제 세계나 유사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에서는 전뇌화를 소개합니다. 전뇌화는 컴퓨터를 사람 머릿속에 집어넣고 그걸 사람의 뇌와 결합해 하나로 일체화시켜서 컴퓨터가 뇌의 활동을 보조하도록 하여 뇌의 기능을 전자 제어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전뇌화를 묘사한 공각기동대의 한 장면

    매트릭스이든 공각기동대이든 인간의 뇌도 도구화해서 인간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전뇌화뿐 아니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태아부터 근본적으로 상향시키겠다는 논리로 우성학 논란도 떠오릅니다.      


   전뇌화 기술은 현생 인류도 ‘뇌’ 활용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어쩌면 이미 뇌는 산업혁명 시대까지가 한계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은 고도의 문명을 바탕으로 컴퓨터를 개발하고 어느 순간 뇌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의 수준이 앞으로 인간 지능을 능가하고 진화된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해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 박사는 “앞으로 100년 이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물론 비과학적인 발언이었지만 지금 발전 속도라면 오히려 더 빨리 올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해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경고를 한 사람은 스티븐 호킹 박사뿐만이 아닙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 1971~) 역시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불러오고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미래 슈퍼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차량을 연구하고 우주 개발에 적극적인 머스크가 할 비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사실 이런 우려를 전뇌화 기술 개발의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인공지능의 엄청난 성장 속도, 그리고 슈퍼 인공지능의 발달로 향후 인간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용해 인간이 직접 자신의 뇌에 인공지능을 연결해 인간의 뇌를 더욱 강화하는 이른바 ‘전뇌화 기술’의 도덕적 비난을 감쇄하려 한 듯도 합니다.      


    앞서 ‘인공지능의 인간을 향한 공격’을 경고한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뉴로테크놀로지 기업 ‘뉴럴링크(Neura Link)’를 통해 이식 가능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한 ‘전뇌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뇌를 강화하는 기술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구현 가능하고 앞으로 인류는 이 기술을 통해 슈퍼 인공지능에도 대응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럴링크

    전뇌화 기술은 인간의 뇌에 칩을 삽입해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두뇌 인터페이스를 통해 뇌의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질 수 있어 인간은 감각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뇌를 통해 정보를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도 할 수 있습니다.      


    뇌신경세포 뉴런은 전기적 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전달하고 파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파장을 읽는 초소형 AI 칩을 뇌에 연결하고 뇌가 전달하는 전기신호를 분석하게 됩니다. 뉴럴링크의 전뇌화 기술에 삽입되는 AI칩은 동전 크기이며 정보의 속도가 빠르고 정확합니다. 게다가 10m 거리까지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블루투스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습니다. 뉴럴링크의 전뇌화 기술은 당초 인공지능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한 명분으로 개발됐지만 이 외에도 파킨슨 병을 비롯해 알츠하이머 등, 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유전자 변형과 마찬가지로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도 버그, 바이러스 등이 있습니다. 만드는 것도 어렵고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신피질을 통해 인간은 문명을 이루었고 인공지능을 만들었으며 이제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신피질의 진화를 포기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유전자 기술이 있습니다. 신피질을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상상하고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2020년 6월 19일, 독일의 빌란트 휘트너 연구팀은 마모셋 원숭이의 태아에게 ARHGAP11B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신피질 부피가 일반 원숭이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되었으며, 뇌 표면 주름도 인간 태아의 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하게 되었다고 발표합니다.      


    빌란트 휘트너 연구팀의 연구원들은 이상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RHGAP11B 유전자는 영장류의 신피질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 발생할 여러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여, 처음부터 태아 단계의 실험체만을 대상으로 계획된 실험이었습니다. 당연히 유전자 변형은 전뇌화와 더불어 매우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ARHGAP11B 유전자를 주입한 마모셋 원숭이 뇌의 변화

    생명윤리 측면도 그렇고 부와 권력의 세습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이나 환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연구 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증기기관이 전쟁 무기 또는 생산공장에 그렇게 빨리, 직접적으로 적용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농약과 비료를 개발하던 확학자도 독가스를 만들지 몰랐으며 폴로늄을 발견한 퀴리부인과 E=mc²을 발견한 아인쉬타인도 원자폭탄 개발을 반대했습니다. 그런 반면 독가스를 개발한 사람도 화학자이며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적극적으로 개발한 사람도 물리학자였습니다.      


    사람이 윤리, 철학, 종교 등으로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쟁처럼 뚝이 무너지는 계기가 생기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 듯이 질주합니다. 인공지능도 무너지기 전에 체계를 공고화해야 합니다.      


   인간의 신피질은 다른 포유류와도 확연하게 차이가 존재합니다. 질과 양 모두에서 압도적입니다. 이 차이가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명이 만드는 과정을 좀 더 개인적인 차원으로 내려보면 이렇습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떤 상황을 접할 때 다른 동물은 과거와 유사한 패턴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거나 전혀 다른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유전자에 각인된 기억 말고 새로운 기억을 거부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생존전략입니다. 그런데 인류는 새로운 생존 상황이 발생하면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되고 신경다발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흐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방법으로 무엇을 하거나 길로 떠납니다. 물론 한 번의 사고와 행동으로 길이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여하튼 기존과는 전혀 다른 행위를 합니다. 이렇게 사고하는 과정을 고민한다고 합니다. 파스칼이 말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의 ‘생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고민’한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검은 석판 앞에서 고민하는 유인원이 나옵니다. 그들은 그 석판을 통해 지식의 폭발을 경험합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아직 알 수 없었던 진화 폭발, 신피질의 변화를 표현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인간은 너무도 진화된 뇌를 가지고 있으며 이 뇌는 놀랍게도 무의식의 영역이 의식의 영역을 양과 질에서 압도합니다. 문명을 만든 것을 의지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기초는 무의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완벽하게 구분하기도 어렵고 어떤 개념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뇌의 기능적인 분류법을 따르는 현대 개념으로 무의식은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영역이며, 감각, 기억, 사고,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치고 의식은 의식의 통제를 받는 영역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의 생각을 인지할 수 있는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뇌의 부분별 역할

    무의식 영역은 의식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영역으로, 감각, 기억, 사고,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무의식 영역은 뇌의 변연계, 해마, 시상하부, 뇌간 등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변연계는 감정, 기억, 행동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무의식 영역의 중심 역할을 합니다.     

 

    변연계에는 편도체, 해마, 시상하부 등이 포함됩니다. 편도체는 두려움, 분노, 불안 등의 감정을 담당하며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시상하부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고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입니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기존의 기억을 강화하는 데 관여합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영역이며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배고픔, 갈증 등의 감정을 조절하고,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고 뇌간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으로, 무의식 영역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뇌간에는 호흡, 심장 박동, 소화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핵이 포함됩니다.     


    반면에 의식 영역은 의식의 통제를 받는 영역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의 생각을 인지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의식 영역은 뇌의 전두엽,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전두엽은 사고, 판단, 계획, 언어 등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전두엽은 의식의 중심 역할을 하며, 다양한 정신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관여합니다. 후두엽은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후두엽은 눈에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인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측두엽은 청각, 언어, 기억 등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측두엽은 귀에서 들어오는 청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인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또한, 언어를 이해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데 관여합니다. 두정엽은 촉각, 운동, 감각 등을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두정엽은 피부에서 들어오는 촉각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인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또한, 운동을 조절하고, 감각을 인지하는 데 관여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무의식과 의식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의식은 의식의 토대가 되고, 의식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무의식은 생명 유지와 밀접하고 의식은 감각기관을 통한 인지와 결과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무의식은 의식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의식의 판단과 행동을 조절합니다. 의식은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편견이나 선입견에 의해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행동과 사고는 무의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순환적 절차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직은 이 모든 행위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우며 생명, 생체 과학은 오류가 발생할 경우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인간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충분히 예측되는 차별적 선택이 적용될 경우의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발달을 견제 혹은 동반 성장하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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