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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 Jul 13. 2022

내가 만난 의사들



© gpiron, 출처 Unsplash


의사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나는 직업이다. 하루에 40명에서 많게는 100명까지도 만난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의사와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과 환자분들이다.

그렇기에 기억에 남는 의료인도 많고 환자도 많다. 오늘은 내가 만난 의사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첫 번째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분! 비록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어릴 적 위인전 속의 슈바이처이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 책을 많이 사주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집에는 두 가지 전집이 있었는데, 전래동화 전집과 100권짜리 위인전이었다. 그래서 그 책들을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위인전은 다 10번 이상씩 보았는데 슈바이처의 이야기는 수십 번 읽었다. 그분의 희생정신과 사랑, 선교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의사가 되어야지.”

라는 꿈을 자연스럽게 꾸게 되었다.

어쩌면 책을 통한 꿈은 정말 강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직접 그 위인과의 만남과는 아니지만 책으로 그 사람을 수십 번 만나게 되니 말이다. 그것도 그 사람의 인생을 수십 번 만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지금 나는 정말로 의사가 되었다.



두 번째는 20대에 오지로 선교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의사 선교사님 부부이다.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아들과 딸, 이렇게 아이가 두 명 있었다. 그때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결혼해서의 삶을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교사님이 하시는 말씀,

"현지 아이들이 집에 놀러 오면  아이들을  아이와 똑같이 대해요. 같이 놀다가 옷이 더러워지면 아이들을 다 같이 씻기고  아이들의 옷을 입혀줘요.  아이와 똑같이 대하고 먹이고 입혀."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선교지에 가서 진짜 사랑은 저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마음.

성경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생각나는 분들이다.

나도 저분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슈바이처를 직접 만나면 이분들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레지던트 수련을 하며 만난 많은 분들.

위암 수술을 많이 하던 교수님이 어느 날해 주신 말씀,

"나는 수술을 할 때 모든 환자들을 나의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수술을 한단다. 나에게는 매일 만나는 수많은 환자 중 하나이지만 그분에게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의사, 처음 수술받는 의사가 나일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 환자를 대할 때 나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한 명 한 명을 대하게 되었다.



레지던트들에게 한 번도 화낸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교수님. 환자들에게도 정말 친절했던 분. 환자가 울면 따라 울던 여자 교수님이 생각난다.

교수님의 환한 미소를 보며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말아야지 했던 나의 다짐이 떠오른다.


내가 회진 중 질문을 많이 하던 환자들에게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드리며 다시 설명해 드릴게요."

라고 말하면 "환자들에게 말한 건 다시 적어놓고 꼭 지키세요."라며 내가 바쁘면 잊을까 신신당부하시던 교수님.

그 교수님은 환자들에게도 정성이 대단했지만 바쁜 와중에도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외에도 새벽에 와서 환자를 보던 교수님, 밤에 당직하고 있으면 와서 환자들 둘러보던 교수님도 있었고...

환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해 주신 분,

레지던트 때는 누가 봐도 걱정이 될 정도로 문제가 많았는데 노력에 노력을 해서 지금은 전설이 된 분도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존경하고 기억하는 분들은 공통점이 겸손한 분, 따뜻한 분, 노력해서 실력을 갖춘 분들인 것 같다.나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의사가 아닌 삶을 살아가는 것에서 사랑과 성실함이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하루도 더 많이 사랑하고 노력하는 하루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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