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17. 조류충돌

by 최성길

하늘을 날고 있는 각종 새들이 인간이 하늘을 나는 데 있어 중요한 동기였고 시작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상식적인 추론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항공 여행과 각종 기구를 통한 유희 비행까지 자유로워진 시대에 새들의 난다는 특성이 사람들의 꿈과 동경과는 더 이상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듯하다. 새들을 보며 자신들이 하는 일의 뿌리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조종사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어느 지역의 같은 하늘을 날면서 서로 귀찮은 훼방꾼이며 공간을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고 안타깝다.


예전에 동료 기장들의 SNS 대화창에 모 기장의 경험 한 건이 올라왔었다. 착륙을 위한 접근 중에 400피트(13미터) 상공에서 조류 충돌(Bird Strike)이 있었고 주 계기(PFD, Primary Flight Display)상의 속도계(Speed Scale) 수치(Reading)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장은 조정 간을 인계받았고 스탠바이(보조) 계기를 이용하여 착륙할 수 있었지만 자칫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후에 기장용 정압공(Pitot Tube)에 새의 충돌이 있었음이 발견되었고 이에 따라 정압과 동압의 차이에 의해 속도를 표시해주는 관련 계통의 계기에 정압 정보가 단절되어 속도 계기에 영향을 준 것임이 밝혀졌다.


조류 충돌은 공항 주변의 낮은 고도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새의 종류도 다양하다. 큰 종류는 물론이고 작은 종류라 할지라도 항공기의 속도와 마주 날아오는 새와의 충격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공항 주변에서는 그들의 퇴치를 위해 여러 시설과 아이디어를 동원하지만,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하는 삶이 그들의 특징 일터인 데 어느 지역을 가상선으로 구획해놓고 들어 오지 말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어찌 보면 설득될 수 없는 인간 편의주의의 소치이고, 그마저도 과학의 힘으로 가능한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새들과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에 암스테르담에서 이륙한 B737 항공기에 조류 충돌(Bird Strike)이 있었고 엔진 하나가 꺼져 회항하는 사태가 있었다. 기체 곳곳에 여섯 군데의 조류 충돌이 있음이 밝혀졌다. 다른 엔진에까지 영향을 주었거나 중요 기체 부위에 충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섬뜩해진다.


이륙 후 조류 충돌로 인해 엔진 두기가 모두 꺼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유나이티드항공 A320 항공기의 사고는 조류 충돌이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셀리기장의 순간적인 기지와 판단이 없었으면 수많은 승객이 희생될 수 있었던 심각한 사건이었다.


조류 충돌은 나에게도 자유로운 일은 아니다. 이제까지 십여 차례 새들과의 조우와 충돌이 있었다. 대부분 가벼운 것이었고 주요 부분의 충돌은 없었다. 그중 인도의 체나이 공항 접근 중 경험했던 부조종사석에 까마귀가 유리창에 부딪힌 일이 기억난다.

빠른 속도 속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으며 설령 미리 감지되었다 하더라도 회피를 위한 기동은 불가능하다. 항공기 다른 외부에 부딪히는 경우는 착륙 후 외부점검을 통해 새들의 잔류물과 기체 외부에 생긴 흠집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유리창 정면으로 맞이하는 조류 충돌은 가히 충격적이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유리창 전면으로 퍼져 시야를 차단하는 조류의 피와 잔류물들은 비행의 중요한 안전 저해 요인이다. 낮은 고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륙 또는 착륙단계의 경우가 대부분이고 순간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 착륙 접근 중에 일어난다면 낮은 고도 에서의 비행기가 진행 중인 점과 순간적으로 받는 놀라움과 충격을 고려하여 복행(Go-Around)하여 상황 파악을 한 후 재착륙을 시도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충돌 순간 부조종석 유리창 전면이 시계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었지만, 기장석에 영향이 없었기에 조종간을 인계받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오늘도 많은 새들이 미움을 받으며 공항 주변을 날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한가롭고 자유로운 모습은 편안함과 안도감을 준다. 그들과 같이 하늘의 한 부분을 공유하면서 비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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