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16. 하늘에도 길이 있나요

by 최성길


이륙 차트를 살피고 마음속에 절차를 그려 본다. 활주로에서 벗어난 항공기는 선회방향을 정하고 일정한 경사각을 유지하여 더 높은 공간으로 향한다. 비행기를 지상에서 공중으로 부양시키는 일은 자신의 중량에 맞는 최고의 에너지를 쏟음을 의미한다. 증속을 조절하며 주변 지형을 피해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세상은 욕망과 혼돈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쑥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비행기는 잠시 숨을 고르며 속도를 증가시켜 자신의 갈 길을 찾는다. 고도와 속도는 비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챠트에 지정된 수치들을 지키며 목적지로 인도하는 항로를 찾아 향한다. 사전에 지정되고 확인된 자료들과 데이터베이스에서 불러온 항로들의 이름과 수치들이 일치하는지 살펴보며 주어진 길을 따라 진행한다. 길은 보이지는 않지만 챠트상에 직선과 도형으로 분명하게 그려져 있어 그 위를 날아간다.


목적지를 가진 모든 이동 물체는 길이 필요하고 비행에도 길은 존재한다. 경계도 없고 이정표도 없는데 어떻게 구분하고 식별하는지 그 길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접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이 경험한 유사한 것을 떠올리며 상상으로 추론하고 개념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방법은 몰랐던 것을 쉽게 이해하게 할 수 있으나 좀더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해로 접근하는 것을 막는 방해물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하늘의 길을 생각하면서 경부나 호남 고속도로와 같이 매일 같이 이용하는 지상에 있는 도로를 떠 올렸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도로의 너비와 어디로 연결되고 어떠한 표지판이 있고 하는 식의 상식적인 상상과 추론으로 이해를 시도하지는 않았는지. 그 이상의 의문에 부딪히면 추론은 이제 상상의 몫으로 남겨진다.


항로, 사람들이 얘기하는 하늘의 길은 전자 신호을 이용한 가상적인 길이며 동시에 구체적이고 개념적이다. 전통적으로는 전자 신호를 발산하는 기지국이 곳곳에 세워지고 한곳의 기지국과 다른 곳의 기지국에서 발산하는 전자 신호가 일직선의 길을 형성하고 비행기는 이 신호를 받는 장비가 있어 그 위를 비행하는 것이다. 이제는 점점 GPS의 영향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정확하여 운영하는 입장에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항로로 변화되어 사용되고 있고 지상의 기지국은 점점 보조의 역할로 밀려나고 있지만 아직도 유용하게 사용하는 기본 장비들이다. 태평양이나 대서양 인도양과 같이 대양 횡단 비행을 위해서는 역시 관성 항법장치 또는 GPS에 의존한 항로를 이용한다. 항공기의 많은 장비 특히 내비게이션 및 자동항법장치 등은 주변의 다른 장치들과 서로 간 대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통합하고 분산하여 만들어 내는 정보와 지상과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GPS, 관성항법장치 및 지상 기지국에 의해 만들어진 항로를 찾는다. 하늘에 만들어진 수많은 가상적인 길 즉 항로는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비행계획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비행에 영향을 주는 여러 조건을 참작해 목적지로 향하는 최적화된 하나의 길이 선택된다. 선정된 항로는 기상 때문이 아니면 항공교통의 분산을 위해 종종 레이다의 감시하에 이탈되기도 하고 인근의 다른 항로로 유도되어 국경과 대양을 넘어 목적지까지 연결된다.


항로상에는 운영의 편의를 위해 수많은 중간 지점(Way Point)이 설정된다. 항로 중간중간의 지점들, 특히 방향이 변경되는 곳이라든지 국경 지역의 지점을 정하여 이름을 붙이고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을 식별하기 위해 그 이름들은 사용된다. 때로는 한곳에서 멀리에 있는 다른 곳으로 직항하여 비행하기도 하고 우회 비행할 때도 그 중간 지점의 명칭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의 상공에도 항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고 그 위에 많은 중간 지점과 한국 또는 영어식의 이름이 지정되어 있다.


오래전 별자리를 기준으로 항로를 찾는 때도 있었다. 구름이 별을 가리면 갈 길이 몽연해지던 그 시절부터 신작로가 고속도로가 되듯 항로는 이제 하늘에 최첨단의 옷이 입혀져 구성된 가상의 길이다. 이정표와 가로등이 같이하는 길은 아니지만 해와 달과 별이 길을 밝혀주고 최첨단 체계가 안내를 담당하는 무한 공간 속 무형의 길이다. 허구나 마법의 길이 아니고 단지 보이지 않게 존재하여 여러분의 목적지로 안내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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