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영화속의 비행1
“Sully”라는 영화를 보았다. 2009년 1월 15일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하여 조류 충돌(Bird Strike)로 두 엔진 모두를 잃은 후에 기적적으로 허드슨강에 불시착했던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승객 155명 전원의 탑승자가 무사했기 때문에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중대한 현실에 대해 기장 “설리”의 침착함과 정확한 판단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한때 내가 비행했던 동 기종이라서 더욱 관심과 애정이 갔고 허구의 요소가 거의 없이 사실적으로 각색된 영화이기에 현장감과 감명이 더한 영화였다.
긴급구조 신호 (Mayday Call)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과거에 경험했었던 Mayday Call 상황을 겹치게 하였다. 당시의 다급함과 처리 과정을 떠올리며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어떠한 후속 조치와 도움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조종사, 특히 기장의 판단이 단연 돋보였지만,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구조활동과 엄격하면서도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사고 조사와 공청회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같은 조건의 기상과 바람의 요소를 입력시켜 해당 사항을 다르게 대처할 수 있는 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종사가 취한 판단이 적절했는가를 평가하는 시뮬레이션 공개 시연 겸 공청회에서 당사자였던 기장의 인적요인(Human Factor) 고려의 부족에 대한 시의적절한 이의제기와 항공 조사위원회(NTSB)의 초기에 자신들이 간과했던 해당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들은 조종사인 나에게는 많은 울림과 부러움이 있었다. 한번 인정한 사실에 대해 좀처럼 번복을 어려워하는 우리의 상황과 옳고 그름의 잣대보다는 어느 측에 속해 있느냐의 진영 논리로 종종 일이 처리되는 현실과는 너무 상반되는 장면이었다.
최근의 한국 사회현상과 빗대 제기되고 질문이 주어지는 극중의 대목이 있다. 조류 충돌이 발생하고 두 엔진이 모두 꺼진 것을 확인 한 후에 기장은 자신이 직접 비행하지 않는 입장(Pilot Monitoring)에서 초기 대응 절차를 실시한다. 즉 부기장이 비행을 하고 있는 중에 두엔진이 꺼졌기 때문에 전기 소스를 모두 잃게 되었음을 간파를 하고 차분하게 보조파워(APU)의 시동을 한다. 그리고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간단하면서도 분명하게 지휘권(Control Right)을 확인해준다.
“My Aircraft!” 짧게 지나간 이말은 긴장되게 흐르는 영화의 진행에서 자칫 잊고 지나친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행 조작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해주고 조작이 중첩되지 않도록하며 비행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떠맡는 중요한 선언이다. 기장이 비행에 대한 전체의 명령권(Command authority)를 가지고 있지만 당일의 비행에서는 부기장에게 조종권을 이양하여 부기장이 이륙단계에서부터 비행하고 있었고 이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기장은 다시 조종권을 이양받은 것이다.
이는 조종사 사회에서 어느 기종의 항공기를 불문하고 자연스럽고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기본 절차이다. 간단하고 눈에 띄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표준화와 절차 화 되어 엄격하게 시행되는 비행문화의 한 부분이다. 과거, 이 사실이 절차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 기장과 부기장의 임무 이행에 혼선과 중첩을 초래하여 이로 인한 사고와 책임소재의 분쟁 또한 적지 않았었다.
특히 한국의 조종 현실에서 이문제는 과거에 많은 도전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에 수없이 강조되고 반복적인 연습이 있었다. 과거 권위적인 문화와 엄격한 상하관계의 문화 속에서 무시되었던 절차와 기장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졌던 불분명함은 많은 비효율과 손실을 줘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모든 훈련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지만 큰 중요한 절차로 정착되었다.
비행 테스트에서 조종권 이양 선언 즉 “I have control과 그 대답으로 “You have control” 의 선언을 빼먹어 감점받는 경우는 종종 본다. 긴급상황이나 기장이 판단하여 자신이 조종을 해야 하는 위급 사항에는 언제나 “I have control. 또는 I have airplane”하고 선언해서 임무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해주어야 한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수중 강제착륙(Ditching)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절차, 특히 객실에서 이루어지는 절차들은 낯설지 않았다. 모든 절차와 과정이 실제 라인에서 반복적으로 이행하는 연습 및 훈련과 같게 묘사되어 다루어졌다. 평소에도 객실 승무원들은 이 내용들을 끊임없이 되뇌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매 이륙 시 미소 짓고 있는 승무원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절차가 영화의 자막과 같이 흐르고 있고 언제 무슨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Sully 기장의 지도력이 돋보였다. 그의 섬기는 자세는 기장으로써 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도 본이 되기 충분했다. 정확한 판단과 객실에서의 옳바른 움직임과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구조활동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열정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와 이루어짐을 큰 교훈으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