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22. 기장방송

by 최성길


비행기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단연 조종사하고 여승무원일 것이다. 특히 여승무원은 전체 비행의 분위기를 아우르는 항공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도 조종사의 존재를 빼놓고는 비행이란 말이 성립할 수 없듯이 조종사와 그들이 하는 일은 항상 승객들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기장들의 목소리와 방송 내용이 항공사의 신뢰에 까지, 영향을 준다는 믿기 힘든 조사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기장이 기내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인터넷에 공개된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한 항공사에서는 초기 웰컴 방송하는 기장의 목소리가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아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결국 승객 중 한 사람이 항공사에 전화로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기장은 회사에서 쫓겨난 것뿐 아니라 면허 자체가 취소되어 다시는 비행을 못 하게 되었다. 해당 기장은 술이 아니고 환각성 물질이 포함된 담배의 일종을 흡입했고 항공법에 규정된 금지 물질로 구분이 된 물질은 아니었지만, 항공기 기장으로서 품위와 안전에 저촉된 행위로 판단되어 중한 처벌을 받았다.

기장방송은 가끔 내용보다도 기장의 목소리에 비중을 두어 인상적이고 흥미를 느끼게 한다는 말들을 듣는다. 최근의 기장방송은 과거에 비해 일률적이지 않고 재미있고 가벼운 일상 언어로 승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와 여행의 추억으로 기억되도록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저가 항공회사들은 기장방송뿐 아니라 객실에서의 여승무원들의 방송도 다양해지고 그들만의 테마와 주제를 가지고 승객들의 편에 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느 저가 항공사에서는 목적지의 지방 사투리로 방송해서 정보와 더불어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기도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또는 충청도 그리고 강원도와 제주도의 사투리로 객실 방송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에 색다른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기장방송은 크게 초기 웰컴 방송과 착륙방송 그리고 중간중간 필요에 따라 하는 방송으로 나뉜다. 웰컴 방송은 승객 탑승이 완료된 후 출발 전에 하는 것이 보통이나 항공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대부분 이륙 후 향로고도에 도달한 후에 실시한다. 내용은 간단한 인사말과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소개, 항로 및 비행시간, 목적지 공항의 예상되는 기상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초기 방송과 같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착륙방송은 착륙을 위한 하강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것이 보통이며 목적 공항에 도착 예상 시간과 기상, 시차와 시간 세트를 위한 지역시간 등의 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외에 항공기가 지연되는 경우라든지 회항 또는 대체공항으로의 비행, 외부 경치에 대한 소개 등 사정과 상황에 따라 기장의 판단으로 방송을 할 수 있다.

눈에 띄어 식별이 가능한 풍경과 경치 또는 명소를 지날 때는 승객들을 위해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후지산 옆을 지날 때는 시정이 좋고 구름에 방해되지 않으면 뾰족한 원뿔꼴의 모양과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이 독특하고 인상적 이어서 방송하는 경우가 있다.

기장방송도 시기와 상황을 봐서 전략적이고 적절하게 해야 한다. 출발이나 착륙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상황에서 승객들의 편의만을 생각해 방송할 수만은 없다. 기상이나 항공기 결함 또는 항로상의 사정이든 지연 사유와 예상 지연시간을 전달해야 해서 일시적으로 승객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예상만으로 기장방송을 하는 것은 예상치 않은 또 다른 불만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을 넘어 지연되는 경우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격이 되어 오히려 불신의 요인이 될 수 있고 승객들을 자극하는 이유가 될 수 있으므로 방송의 시기와 정보 내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내기 기장의 경우 아직 상황인식이 정확하지 않고 서비스 정신과 신념만으로 이러한 우를 범하기도 한다. 항상 객실 승무원을 통해 승객 동향을 파악하고 의견을 교환해서 시기와 내용을 선택하게 된다. 승객들이 느끼기에 상황이 답답하고 정보가 필요한데도 기장방송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근엄하고 절도있게 이루어지는 기장방송도 때로는 재미있는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내용이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서부터 조종사가 이전에 근무했던 항공사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라든지 크고 작은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향하고 있는 목적지 공항 도시와 공항 이름을 잘못 전달하면 승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 이외에 승객을 대상으로 해야 할 기장방송이 채널의 잘못 선택으로 엉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예도 있다. 특히 이륙 후 항로 고도를 취한 후에 이루어지는 기장방송의 경우 종종 이러한 실수가 이루어진다. 기장방송은 방송용 전용 마이크나 아니면 라디오 패널에서 객실과 통하는 라인을 선택해서 한다. 기장에 따라 전용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후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급하게 서두르는 나머지 잘못해서 관제용 주파수에 기장방송을 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 그 예이다. 방송은 해당 주파수를 타고 해당 주파수대에 있는 모든 조종사나 관제사에게 전달되고 바쁜 상황이 아니면 가벼운 농담처럼 재미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잘했어요(Good Job, Fantastic)” “멋져요” 등의 다른 사람들부터의 원치 않는 인사에 해당 기장은 창피함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다. 바쁜 상황에서는 단순히 실수의 차원을 넘어 항공관제의 흐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기장방송의 실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을 모시는 기장 홍길동입니다. 오늘도 저희 -------항공 ----- 발 항공기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와 같이하는 부기장은 ------ 이며, 금일 여러분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객실에서는 사무장 ------ 외에 -----명의 승무원이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비행시간은 이륙 후 ------- 이 소요될 예정이며 저희가 비행할 항로는 이륙 후 기수를 남동쪽으로 돌려 우리나라 동쪽과 독도 상공과 일본 상공과 북태평양 상공을 통해 비행하겠습니다. 항로상 날씨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예보되어 있으나 자석에 앉아계실 때에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항상 좌석벨트를 메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상되는 목적지 날씨는 대체로 맑으며 온도는 섭씨 24도로 예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 공항에 접근하면서 다시 한번 기상과 날씨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정한 것은 아니다. 회사에 따라 기준이 제공되지만, 조종사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도록 편집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하기도 한다.


다음 여행에 기장과 객실 승무원이 어떠한 내용으로 방송하는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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