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23. 라마단(Ramadhan)과 금식(Fasting)

by 최성길

다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중 하나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과 생각의 방식을 경험하고 균형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갖는 것이다. 오랫동안 서양의 방식을 선택하고 있고 그에 익숙하여 있는 세상은 다른 방식과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다. 소위 주류문화로 이해되는 다수의 선택에 거슬리거나 그 유익에 방해가 되면 이방으로 분류됐고 말살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긴장의 뿌리는 어느 정도 그러한 연장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인간의 욕망은 가치와 이익을 좇아 이합집산을 거듭했고 그에 의해 종교 문화 역사 사상의 주류도 많은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목표가 다른 만큼 문화는 어느 지역이든 그 자체로서 인간의 존엄성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는 이슬람계 지역에서 온 조종사들이 다수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기독교나 불교에 비해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언젠가 부터인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불협화음에 대해 편견을 가졌고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란 만인이 수긍하는 보편적 진리를 품고 있어 그로 인해 다수의 사람이 믿고 따르며 삶에 중요하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절대성 등을 담고 오랫동안의 역사 속에 존재해왔다는 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다른 종교를 의심하고 무시하는 행위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인간의 속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종교의 파생으로 생기는 불협화음은 종교 그자체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경계심을 가지고 그들을 대했던 사실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어울려 비행하고 밥 먹고 대화하면서 나의 좁았던 시각과 소견에 대해 반성한다. 그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며 자신들이 믿는 절대적 사상에 따라 생각하고 기도하며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세상과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하며 이웃과 어울리며 다른 음식을 먹듯이 다른 종교를 믿으면서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대략 오월 말부터 유월 말까지의 기간은 무슬림(Muslim)이 일 년 중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라마단 기간이다. 이슬람력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라마단 기간은 매년 다르다. 한 달간의 시간 동안에는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자신들의 행위를 그들의 신에게 고백하여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각성의 시간이다. 이를 통해 일 년을 재충전을 받는 의미도 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해가 떠 있는 시간 즉 일출부터 일몰의 시간 동안에는 모든 욕망을 제한한다. 식사하지 않으며, 이성과 동침하지 않으며, 술과 심지어는 물까지도 금하고 있다. 금욕을 통한 불편함과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을 통해 진정한 신의 축복을 깨닫는 것이다. 이렇게 한 달간 매일 진행되는 라마단 금욕시간은 이슬람력으로 그다음 달 첫째 일의 축제(하리라야 /EID UL FITR)로 한해의 라마단 월을 마감한다.


라마단 동안 인도계 모슬렘인 에즈미(Azmi)와 몇 명의 이슬람 부기장 및 객실 승무원들과 같이 비행을 한적이 기억난다. 모두 식사와 물까지 제한하고 있으므로 얼굴이 핼쑥하게 보였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할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불편하고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 힘들지 않으냐는 동료들의 물음에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서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장난기는 엄격한 종교행사에서도 예외가 아닌듯하다. 자신들도 그랬고 언제든 어린아이들의 천진성은 신의 금도를 뛰어넘지만, 신도 아이들의 장난에는 두 손을 든 것 같다며 웃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해진 후에 먹으려고 준비한 음식에 손을 댄다든지 금식을 깨는 행동을 했었던 기억을 추억처럼 얘기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독교와 같은 신에 뿌리를 두면서도 전혀 다른 종교적 갈래로 이해되고 반목과 대립을 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인간의 이기와 필요로 각각 편향되게 선택됐고 결국 커다란 범위에서 문화라는 범주에서 서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종교적 현실로 돌아와 자신들의 믿음을 설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인간은 천사와 달리 욕구를 가지고 창조되었다. 왜 창조됐는지는 신의 영역이며 태어나서 죽을 때 가지 인간은 시험의 관문을 통해 걸어간다. 천국과 지옥의 시험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라마단의 목적은 한 해에 한 번씩 삼십 일간 모든 욕망을 인간 자신에게 배제하는 도전을 줌으로써 시험의 삶을 잊지 않게 하고 결국 올바른 삶을 살게 함이다.” 부기장 에즈미는 라마단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낮에 일해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금식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은 금식을 통해 여러 가지 깨달음을 느낀다고 핼쑥한 얼굴로 또렷하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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