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기내에서의 흡연
오래전 국내 항공사에서 A300-600항공기를 비행할 때의 일이다. 오사카에서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까지 전세 비행(Charter Flight)을 한 적이 있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출발하여 세 시간이 지났을 즘 사무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칠십 대 할아버지 한 분이 담배 금단 현상으로 온몸을 떨며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십년대 중반까지 기내 흡연이 허용되었으나 막 흡연이 중단되었던 때였다. 오십 년 이상 흡연을 했고 하루에 한 갑 반 이상의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할아버지는 주기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고통이 따른다고 했다.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그때까지 담배 때문에 비행이 불가능하다는 승객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선뜻 이해는 가지 않았다. 기장님은 곰곰이 생각한 후 앞으로 네 시간을 더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을 하시고 한 번만 허용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할아버지를 조종석으로 들여보냈다. 키가 작고 홀쭉한 할아버지는 일본인 특유의 깍듯한 예의를 차리며 “스미마생”을 연속 외치며 연거푸 두 개비의 담배를 피우고 조종실 문을 나섰다.
돌이켜보면 식당에서 커피숍에서 사무실에서 어느 곳에서나 자욱한 담배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시절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었다. 실내 금연의 국제뉴스가 낯설었고 실내 흡연은 오히려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데 있어 당연한 부분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국내 식당과 커피숍의 금연이 발표 되었을 때 당황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몇 년이 지난 후 이웃 나라의 방문에서 경험했던 실내의 흡연이 오히려 불편했던 기억도 있다.
이제 비행기에서 흡연은 해외토픽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 되였다. 심한 골초들이라 하더라도 비행기 내에서는 흡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동의 해야 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좌석에 따라 흡연을 허용하는 항공사가 있었다.
2000년 6월경에 파키스탄 항공을 이용하여 이슬라마바드를 여행하면서 승객으로 처음으로 기내 흡연을 경험했었다. 방콕에서 출발한 A300-600기종이었다. 티켓팅 카운터에서 흡연 여부를 물어 좌석을 지정했고 나의 좌석은 비흡연석 즉 앞에서 10열 이전을 배정받았었다. 외견상 흡연 비흡연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륙 후 10000피트를 지나면서 기내의 상황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혼란과 무질서를 경험했다. 시트벨트 사인이 꺼지면서 비흡연석에 앉아있던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십열 이후로 일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십열 이후의 사람들도 많은 사람이 뒤쪽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썰물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항공기의 균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었다. 다른 흡연자들의 사이에 끼어 뒷자리로 이동해보았다. 흡연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상당수도 뒤쪽 비행기의 후미 쪽으로 이동했고 친구나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흡연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항공기의 무게 중심(Center of Gravity)이 날개 위치의 어느 즈음이고, 항공기를 앞 중간 뒤로 나누었을 때 승객 배치에 따라 항공기의 균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아는 나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 함께 환기가 원활치 않아 고여있는 자욱한 연기를 보면서 기내 환기 시스템에 대한 염려와 환풍구의 오염이 걱정되었다. 예전 조종석에서 흡연이 암묵적으로 허용되었던 시절에 조종실 환기구 배관에 고여있는 담배 타르의 양과 그 폐해에 대해 정비사의 설명을 들었던 생각이 났다. 조종실에서 한두 명의 조종사들이 피우는 담배의 영향으로 관련 계통이 까맣게 오염되고 심지어는 막히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했다. 다수의 승객에 의한 타르의 폐해는 비행기의 환기 시스템은 물론이고 다른 곳까지도 영향을 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후 다른 정비사에게 이와 관련된 실제 폐해 사실에 대해 들은 적 있다. 환기 장치만의 문제가 아니고 니코틴이 쌓여서 전기장치의 단락뿐 아니라 다른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기내에서의 흡연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가끔 화장실에서의 흡연 문제는 아직도 가끔 뉴스가 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의 호기심과 일부 몰지각한 성인들에 의해 자행이 되곤 한다. 항공기 내의 각 화장실에는 연기에 의해 감지되고 작동되는 화제 경보장치가 장착되어있다. 작은 분량의 담배 연기로도 작동이 되며 이는 객실 내의 사무장 석과 조종석에서 동시에 모니터할 수 있게 되어있다. 기내에서의 흡연 특히 화장실에서의 흡연은 화재로도 연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를 요하고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있다. 사무장의 보고를 받는 기장은 사전에 라디오 교신을 통해 도착지의 경찰동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그 이후는 현지의 법에 따라 처리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흡연은 기내의 낮은 기압과 낮은 산소분압으로 인해 저산소증(Hypoxia)을 유발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흡연자들에게 장시간의 비행은 쉽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흡연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고 항공기의 안전 운항에도 심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흡연 문제가 한때 대중들의 중대한 관심사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