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에어브레이크
오래전 국내 항공사에서 비행할 때이다. 비행이 없는 날에는 행정 근무에 임했었다. 한 중년 남성 승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상기된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산 출장 비행 상승 중에 에어브레이크(Air Brake)를 사용하여 자신이 앞으로 쏠려 넘어지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참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항공기 상승 중에는 승객이 주장하는 소위 에어브레이크를 작동시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기류라든지 구름의 영향으로 흔들림은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승객이 경험한 불편한 느낌과 피해를 주장할 수는 있어도 그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자신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당시의 기장과 부기장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었다. 승객의 불편 신고이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는 없었다. 접수신청을 받고 승객 서비스 부서와 협조하여 해당 편수의 조종사 편성을 확인하고 승객이 제기했던 지역과 시간대의 기상과 기류를 확인한 후 정황을 추정해보는 선에서 상황을 종료시켰다. 동료들 사이에 화제가 되어 웃고 넘겼던 기억이 난다.
에어브레이크라는 말은 그리 흔하게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 날개 상면에 부착되어있는 판넬을 들어올려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여 저항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강하중 강하율을 높이거나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때 또는 위의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스피드 브레이크라고 일컬어지는 이 장치는 필요에 따라 비행마다 사용할 정도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승객들이 느낄 정도의 급격한 작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더구나 상승중에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착륙 후에도 스피드 브레이크는 사용된다. 역추진 장치와 함께 활주로상의 제동거리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사용하며 역시 공기의 저항을 이용하는 원리이다. 공중에서 사용할 때와 달리 특히 짧은 활주로에 착륙할 때 다소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야 하므로 가볍게 몸이 앞으로 쏠릴 정도의 느낌을 준다. 상승중 또는 고고도에서 수평 비행 중에 승객이 언급했듯이 에어브레이크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실수로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중에서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지? 의 질문을 많이 받아본 경험이 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개념과는 다르다. 항공기는 앞뒤 항공기 간의 간격분리 기준이 있고 그에 근거해서 지상의 관제기관과 협조하여 거리유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소위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일 간격분리의 필요에 따라 증속 또는 감속이 필요할 경우에도 충분히 시간과 간격을 두고 흐름을 유지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부득이 필요하다면 항공기의 큰 흐름은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하면서 중간에 일정각도로 선회를 시키거나 심한 경우에는 360도 선회를 시켜 간격조절을 하기도 하며 결국에는 같은 방향으로 흐름을 유지하여 진행한다.
접근 단계이내의 구간으로 들어오면 조종사는 고도별 지정된 속도를 지키기 위해 계획에 맞게 조절하고 그리고 공항에 근접하면서 양력장치를 사용하여 속도를 줄이고 간격을 유지한다. 이단계에 이르면 조종사의 판단이 더욱 요구되며 필요에 따라서 종종 고도와 속도조절을 위해 앞에서 애기했던 스피드브레이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강하 중에 창가에 있는 승객들이 날개 상면의 일부가 들어올려지는 것을 목격하고 동시에 잔잔한 요동이 느껴진다면 빠른 고도 처리가 요구되거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스피드 브레이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맞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란 앞뒤와의 간격을 조절하거나 일시적인 정지를 위해 필요하나, 비행기의 브레이크의 개념과는 다르다는 점, 비행기의 경우에는 브레이크라기 보다는 공간과 거리를 이용하여 앞뒤간격과 거리를 유지하고 속도를 유지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인터넷이나 다양하게 알려진 항공 지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조종사들이 예전보다는 좀더 겸비해야하고 부담을 느끼며 비행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