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날다

9. 불랙박스

by 최성길

지난날 우리나라의 항공 전반이 아직 어눌했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도 유지하고 있던 국제적인 관행과 규정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착이 되지 않아 비행 운항의 파행이 답습되고 항공사들의 사고율이 세계 다른 항공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던 적이 있었다. 항공사와 정부는 사고 원인의 근절과 사고율을 낮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고는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방송에서는 그 원인을 찾는 중요 단서로서 블랙박스라는 말을 수시로 언급했었고 일반인들도 그 말에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었다.

지금은 자동차에도 이 개념이 사용되고 있어 자동차 운행의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여 사고 및 자동차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일들을 규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블랙박스라는 말은 일반화된 개념으로 그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그러함에도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항공기와 관련된 블랙박스의 의미는 당시의 잦았던 사고 트로마와 함께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블랙박스는 원래 호주의 한 항공 과학자가 자기 부친을 비행기 사고로 잃은 후에 원인 규명을 하는 가운데 제기되고 발전된 개념이라고 한다. 블랙박스란 말도 그 말에서 연상되는 색깔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나 수집된 정보의 중요성과 외부로 누출되어서는 안 되는 기밀성에 초점을 맞추어져 붙이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초기 블랙박스는 항공기에 장착되어있는 디지털 비행 기록장치(DFDR: Digital Flight Data Recorder)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이제는 이와 함께 당시 조종사와 관제사의 대화와 그 밖의 경보음과 주변의 모든 음성과 소리를 기록하고 있는 음성 기록장치(CVR: Cockpit Voice Recorder)도 같이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두 장치는 따로 구분된 것으로 보통 항공기 꼬리 부분에 옆옆이에 장착되어 있다.

우선 디지털 비행 기록장치는 항공기의 비행 상태의 총체적 정보를 디지털화해서 초 단위 또는 그 이하의 아주 미세한 시간 단위로 쪼개어 기록하고 저장하는 비행 상태에 대한 기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고도, 속도, 방위와 비행기의 자세, 엔진의 추력, 날개와 꼬리날개의 움직임과 조종간의 움직임, 연료의 흐름의 상태 등과 그 밖의 여러 가지 비행에 영향을 주는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장치이다. 이 장치는 내열성과 내충격성, 방수성이 뛰어난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 유사시에 1100℃의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고 바닷속 6,000미터의 해저에서도 초음파 신호를 송출할 수 있어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블랙박스라는 이름과 달리 색상은 눈에 잘띄도록 짙은 오렌지색으로 되어있다.

음성 기록장치(CVR)는 비행기 조종실 내에 센서가 장착되어있어 조종사 간의 대화는 물론 관제 기관과의 대화와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경고음과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도 기록해서 당시의 비행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만들어져 있다. 음성기록 장치는 일종의 녹음기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즉시 판독이 가능하지만 비행기록장치(DFDR)는 구성이 방대하고 복잡해 국내에서 완전 판독은 아직은 불가능하며 부분적인 판독만 가능하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판독된 내용들은 각 항공사에 의해 실제 비행의 상황으로 재생되어 훈련과 사고 방지를 위한 교육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조종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조종행위는 매단계마다 기록이 되고 회사의 해당 부서에서 직접적으로 실시간으로 모니터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활주 속도가 규정 속도를 초과하면 즉시 또는 사후에 그에 대한 경고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조종사에게 규정을 이탈하고 표준화 된 절차를 무시한다는 말은 이제 성립이 될 수 없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항공기 사고에 대해 철저히 감시되고 그 가능성을 사전에 배제하는 것이다.

위의 두 개념외에 넓은 의미에서 항공기 사고 시에 사고의 위치와 두 설비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로서 긴급 위치 추적 장치 (ELT: Emergency Locator Transmitter)가 있다. 이 장비는 항공기가 5G(5Gravity) 이상의 충격을 받거나 바다에 추락하는 경우 물에 잠가지면 자동으로 신호를 보내 구조대의 장비에 의해 확인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장비는 작동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신호 발신에 대해 실험하므로 실제 상황과 상관없이 신호가 발산되고 이 이 산호를 듣는 조종사는 관제 기관에 보고하여 실제 상황인지 실험으로 하는 신호인지를 확인하게 되어있다.


이제는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블랙박스란 말은 한때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는 달갑지 않은 한국항공의 어두움을 안고 있는 단어이다. 그 시절을 지낸 사람들에게는 아픈 추억처럼 마음에 아직도 남아있으리라 생각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유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