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배 아니십니다

by 신완식

거의 매일 아침마다 제게 카톡으로 연락을 주시는 지인들이 몇 분 계십니다. 제가 목사이다 보니 저와 같은 길을 걷는 분도 계시고 고등학교 때 출석했던 교회의 선배도 계십니다. 그중에 한 분은 여태 한 번도 뵙지 못한 고등학교 선배님이십니다. 부산에 있는 모 국립대학교에서 33년간 교수로 재직하시다 몇 년 전 정년퇴직하셨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학위를 하시고 귀국 후에는 내내 독일어 및 독일 문학과 관련한 강의를 하신 것 같습니다.


그분과 저는 어떤 일을 계기로 연결이 됐는데 제가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표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 저는 독일에 가 본 일이 없고 그분은 아직 영국을 방문할 기회가 없으셨지만 같은 유럽국가라는 공통점 때문에 비교적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그분은 다른 은퇴 교수님 두 분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셨습니다. 물론 보내주신 카톡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 여행 첫날 (2/20) 리스본까지 15시간 30분! 거의 시카고 가는 거리이다. 김해공항 국제선은 아침부터 유난히 붐볐다. 설 연휴 영향인 것 같다. 집사람이 공항까지 태워줘서 편안하게... 서둘러 보딩 절차 밟고 인천공항에 오니 여전히 많은 인파로 이곳 청사도 붐빈다.’


이렇게 시작된 간단한 여행기를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매일 보내주셨습니다. 물론 제게만 그런 것은 아니고 그분의 지인들께 그러신 것 같습니다. 저는 영국 외에 다른 유럽 나라를 가볼 기회가 없어 매일 흥미롭게 글을 읽고 사진을 감상했습니다. ‘아! 나도 기회가 되면 유럽여행을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온 여행기. ‘열두 번째 날(3/3) 포르투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일단 타고 싶었던 유람선 선착장으로 향했다. 도루우 브리지 클루즈. 보통 어느 관광지든 유람선 투어를 하고 나면 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투어에 기대감... 쾰쉬 Kölsch를 음미하며 쾰른 대성당을 바라보던 라인강 투어를 잊을 수 없다. 이번에도 포르투의 새로운 면모가 선상의 각도에서 새롭게 연출되리라.’


이렇게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던 여행기가 다음 대목에서 제 목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내일 아침 체크아웃 하면 여기서 3시간 정도 기차 타고 리스본 가서, 저녁 9시에 인천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13박 14일의 일정. 할배 셋이 함께한,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여행. 여행하면 부부도 다툰다는데 세 명 모두 서로 배려하며 아름다운 여행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


할배 셋! 할배. 경상도 말로 할아버지 줄임말. 이 단어가 왜 제 목에 걸렸을까요? 그 이유는 제가 그분께 써서 보낸 다음과 같은 답문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세 분 청년 교수님들의 아름답고 활기찬 여행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저희 마을에서는 아직 나이 80이 아니신 분들은 청년회원들입니다. 한창 일하시는 이장님들도 다 70대시고요. 환갑을 조금 넘긴 저는 소년입니다.


며칠 전 전직 교사이신 집사님 심방하고 왔는데 진짜 할배이십니다. 106세! 저희 교회는 베드로 남전도회장 89세, 한나 여전도회장 86세시고, 90세 잡수신 권사님도 헌금위원 대표기도 다 하십니다.


아직 할배 아니시니 더 활발하게 생활하시고 또 해외여행하시라고 후배가 한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하게 조심해서 귀국하소서. 세 분 청년 교수님 파이팅.’


제가 어렸을 때 환갑을 맞은 분들 다 진짜 할배로 인정받으셨습니다. 나이 70,80 넘으신 분들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환갑을 넘기면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얼마 전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내릴 때 65세의 비교적 고령이라는 점을 감형사유로 들지 않았습니까? 제가 80,90대 진짜 할배 할매들과 지내면서 깨달을 것이 있습니다.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할매 할배 된다!


얼마 전 가정방문 했을 때 만난 106세 교우님은 전직 교사이십니다. 평교사셨으니 은퇴하신 지가 벌써 40년도 더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또렷한 기억력을 지니고 계시더군요. 그분 앞에 가면 ‘내게 아직 40여 년의 세월이 남았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제 스스로 얼마나 젊은 사람인지를 자동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60대는 소년이고 70대는 청년이며 나이 80은 넘어야 진짜 어르신이다. 저는 진짜 할매 할배들이 대부분인 이곳에 와서 정말 좋습니다. 아직 청년이 되지 못한 소년으로서 여전히 푸른 꿈을 꾸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노래할 수 있으니까요. 젊게 살자 소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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