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그 너머
유난히 무덥고 길었던 여름도
이제 그 끝을 향해 갑니다.
아직도 한낮이면
선풍기를 아쉬워 하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지난했던 시간들 위로
어김없이 계절은 오고야 말 테지요.
몇몇 날 비가 내립니다.
건너온 계절이 힘들었으니
보내주는 마음도 애달파서일까요?
사는 게 고단하다 하여도
젖은 수건 볕에 널어 뽀송하게 말리고
창가에 꽃 한 포기 심어 두고
볼 때마다 흐뭇해하며
베란다 난간을 잡고 간신히 매달린 호박
올망졸망 열린 풋고추를 따다
맛있는 저녁상을 차리고
몇 개는 남겨 뒀다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눈물겨운 그 소소한 일상이
가을을 반기고 겨울을 이기는
힘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