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3

by 미자

지난 주에 친정부모님이 강원도에서

충청남도 우리 아파트 옆동으로 이사를 오셨다


다들 우려했지만,

내나이가 들어갈수록

두배로 나이가 들어가시는 듯한 부모님을

곁에서 자주 뵙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40대

아이들은 10대

부모님은 70대


'끼여있다'는 표현은 알맞지 않다

자연스럽게 나는 중재자가 되고,
누군가를 잇는 위치에 서 있다.


모든 중도가 좋다는데

나는 그야말로 '중간'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아직은 아기냄새가 나는 아들을

충분히 안아줄 수는 있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고,

퇴근길 아빠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들고

들어가면 고생했다며 반겨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다


가끔 급하지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이

나의 감정들을 자극해 오지만

나는 그 감정들을 신뢰하지는 않는다

내게 선택권이 있고

그것을 행사할 수 있는 분별력도 있다


여러가지로 뒤섞인 현안들이 쉼 없이 밀려오지만

나는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처리해 나가며

스스로 '삭제'라고 속삭인다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과정인데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죽을 때까지

해야할 일들 투성이고

나는 그 파도 속에서

웃을지 찡그릴지만 선택하면 된다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서
나는 시기를 헤아리고, 말을 고르고,
어떤 날은 웃고 어떤 날은 삼킨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그때그때 감당 가능한 선택을 한다
나는 중간에 서 있지만
멈춰 있는 사람은 아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이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있는 그 행복감은

어떤 일도 웃으면서

처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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