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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파리 Oct 31. 2024

정신과에 갔다.

드디어 첫 경험

오랜 고민 끝에 병원을 예약했지만

3개월이나 기다리라는 말에


하루 만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후순위로 생각했던 병원에 전화를 했다.

당일 진료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길로 바로 병원을 찾았다.


접수실에 계신 간호사 선생님이 굉장히 친절하셨다.

정말 친절함 그 자체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내 차례가 되어 상담실에 들어갔고

어딘가 슬쩍 피곤해 보이는 선생님 앞에 앉았다.



어떻게 오시게 됐어요?라는 질문에

나는 어디부터 입을 떼야할지 살짝 고민이 됐지만,



나의 지난 시간에 대해서 주절주절 늘어놓기 시작했다.


최근부터 과거로 갔던가?

과거에서 최근으로 왔던가,


두서없는 단어와 문장을 이어가며

최대한 이야기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가만히 들어주시던 선생님이

슥슥 뭔가 적어내리더니


그러면 약을 한 번 드셔보고 일주일 뒤에 뵙는 걸로 하죠.

하시더라



'또잉?'

약이요?! 이건 제 계획엔 없던 일이긴 한데... 



아무튼 나의 기대에 가득 찬 첫 경험은

그렇게 처방약으로 끝났다.



복용 방법이 적혀져 있지 않는

내 이름 두글자만 적혀져 있던 하얀 병원 봉투에 담긴 알약 14개.



조금은 허무했지만,

또 이 작은 알약이 나에게 어떤 호랑이 기운을 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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