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꿈

by 이종열

작은 몸뚱이로 어둠 속에서

꿈틀거려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를 실로 짠다

허공에 숙명의 씨줄과 날줄을

한 올 한 올 인내로 엮어 낸다

대숲을 지나는 작은 바람에도

그물은 심하게 흔들린다

시간을 포획하려 던져진 투망질에

잡으려는 대어는 안잡히고

운 나쁜 나비만 걸렸다

다들 본능이라 말하나

홀로 숨겨온 창조의 비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월,

조각난 공간 속에 바람을 붙잡고

강태공은 세월을 고요히 낚는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거대한 우주 한모퉁이에서

은밀히 카이로스를 낚아챈다

거미만의 위대한 사명이다

나비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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