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뚱이로 어둠 속에서
꿈틀거려 하늘과 땅을 잇는
다리를 실로 짠다
허공에 숙명의 씨줄과 날줄을
한 올 한 올 인내로 엮어 낸다
대숲을 지나는 작은 바람에도
그물은 심하게 흔들린다
시간을 포획하려 던져진 투망질에
잡으려는 대어는 안잡히고
운 나쁜 나비만 걸렸다
다들 본능이라 말하나
홀로 숨겨온 창조의 비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월,
조각난 공간 속에 바람을 붙잡고
강태공은 세월을 고요히 낚는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거대한 우주 한모퉁이에서
은밀히 카이로스를 낚아챈다
거미만의 위대한 사명이다
나비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