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파리

by 이종열

계절을 앞서 핀

꽃파리,

저주인가,

축복인가,

아직 오지 않은

봄바람이 답할 일


초록의 잎사귀 위, 금빛 햇살을 등에 업은 작은 생명이 앉아 있다. 설날 아침, 아직 겨울의 잔기가 남은 공기 속을 비집고 나온 꽃파리다. 그는 불청객일까, 아니면 귀객(貴客)일까.

꽃도 피지 않은 계절에 먼저 나타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꿀 한 모금 찾지 못한 채 서리를 맞을지도 모른다. 너무 이른 탄생은 언제나 위태롭다.

그러나 모두가 잠든 사이, 홀로 태양의 온기를 차지하는 시간 또한 있다. 잎 위의 고요를 먼저 점유한 존재. 그 짧은 독점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순간이다.

결국 이 작은 생명의 운명은 시구처럼 ‘봄바람’이 답할 일이다. 따스한 기류가 그를 꽃밭으로 이끌지, 차가운 숨결이 다시 계절의 뒤편으로 밀어낼지 나는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의 날갯짓 하나가

이미 계절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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