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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May 12. 2016

보통의 여름날

쁘쯔뜨끄의 짧은 이야기



바람이 가지마다

나뭇잎 만지고 지나가는 소리 사락사락 들리고

살랑살랑 움직이는 나뭇잎 사이로

쨍하고 들어 오는 햇빛에 눈이 시렸다.

집 뒷 산 빼곡한 숲 가득한 나무를

한번씩 스치고 온 바람이

나를 지나쳐 활짝열린 외가집 창호문으로 들어갔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 가물가물 멀어질 때 즈음

훤히 드러낸 허벅 다리 벅벅 긁으며

툇마루에 드러누워 있으면,

멀리 외삼촌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이미 낮잠에 취해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몸뚱아리는

외삼촌 오는 소리에도 움직이질 못했다.

'일어나야지......일어나야지.....'


외삼촌은 촤르르르 마당 한켠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방 안으로는 검정 봉다리를 하나 던져 놨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검정 봉다리 소리에 벌떡 일어나

그 봉지 열어보면,

동네 입구 구판장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있었다.

살짝 녹은 붕어 싸만코를 한입 베어물면,

달콤하고 끈적한 크림이 한방울 뚝 하고 발등으로 떨어졌다.


외삼촌은 대야 가득 받아진 물을 한번 쏴아아 쏟아버리고

조금 더 시원한 물로 첨벙첨벙 세수를 했다.

평상 가득 뻘건 고추를 널어놓고

상한 고추를 골라내고 있던 외할머니는

빨랫 줄에서 바삭하게 잘 마른 수건을 걷어다

외삼촌에게 건네줬다.

그리곤 부엌에서 수박 한 통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 쩍하고 그 시뻘건 속을 갈라놨다.


수박 먹겠다고 한 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앞에 가 앉으면,

수건으로 벅벅 얼굴을 문지르는 외삼촌이 와서 같이 앉았다.


외삼촌에게서 시큼 털털한 땀냄새가 아직도 나고 있었다.


-쁘쯔뜨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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