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까만 건 글씨요 노란 건 종이니_진보초 고서점거리
[6박 7일간 여자 혼자 떠난 도쿄 여행기]
ALONE IN THE TOKYO
좋아하는 진보초 고서점을 넷째날 제일 마지막 일정으로 넣은 이유는, 더 편하게 보기위함이다.
서울도 첫 손님이 중요하듯, 일본도 그럴 것 같았다. 아침 일찍부터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이
반가울까? 생각하니, 오후 쯤 가서 맘 놓고 구경하는 편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
초록의 나무가 가득한 우에노 공원에서 나오니, 점심시간이었다.
다와라마치 역으로 갔다. 여행기에서 내내 말 하는 그 버킷리스트 실현을 위함이다.
[사케 담아 마실 술병과 잔 사오기]
다와라마치 역에는 그릇 시장 갓파바시 가 있다.
출구 정보가 없어서 헤맸다. 3번 출구로 나와 직진을 해도 그릇이 없었다.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스카이트리를 멀리서 구경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경찰아저씨가 갓파바시를 알려줘서
걸어갔다. 알고보니, 3번출구에서 나와 뒤돌아 우회전만 했다면 바로 갓파바시였다.
도쿄에서 길을 잘 잃었다. 친구들 사이에선 깡네비로 통하는데......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만났다.
블로그를 보지 않고, 출구를 나와 한바퀴 크게 빙 둘러봤다면 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 너무 블로그에 의지했나? 싶었지만, 괜찮았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 찾아가는 것도 재미니까.
일본사람들은 정원 꾸미는 걸 좋아한다던데, 작은 실내 정원을 꾸며놓은 집이 있었다. 깨진 항아리 안에
예쁘게 저렇게. 꼭 사고싶었으나, 어떻게 들고올까 막막해 관뒀다. (비싸서 사지 않은 건 안비밀)
술병과 술잔을 한세트로 사려니, 생각만큼 그리 저렴하지 않았다. 맘에 드는 건 역시 비싸. 무난 한 건 인사동에 가도 많으니까......
대신 그릇을 두개 사왔다. 밥을 아주 조금만 담을 수 있어서, 요즘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그릇에 큰 관심이 없어서 갓파바시 그릇 구경은 빨리 끝났다. 버킷리스트는 절반만!! 대신 절반만 줄을 그었다.
진보초 거리는 길게 고서점이 늘어서 있다. 어느 출구로 나가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거리 가득 책이 꽂혀있다. 좋다. 손바닥 만한 책이 많았다.
내가 출판하려고 준비하는 책 사이즈다.
찬찬히 책을 구경했다.
까만것은 글씨요, 노란것은 오래된 종이다.
도쿄로 여행 오기 전
"진보초 고서점거리에 갈거야."
말했을 때,
친구들은 일본어 알아?
라고 물었다.
"몰라도 괜찮아~"
호기롭게 말 했지만, 하나도 안괜찮았다. 뭔지 모르겠어......
실로 묶은 책도 200엔에서 500엔 사이에 팔고있다. 중국과 일본은 저렇게 4개의 침을 박는다. 우리나라는 5개의 침을 박아, 제본법 이름이 오침안정법 이라한다. 내가 낼 책도 오침안정법으로 손제본 할 계획이다. 더 꼼꼼하게 보고, 저 중 한 권 사 왔다.
거리 좌판은 물론이고, 벽면도 허투로 놔두지 않은 고서점 거리였다. 자전거 탄 두 젊은이는, 내가 거리를 두번 왔다갔다 할 때까지 저 곳에서 책을 꺼내보며 수다를 떨었다.
조금 더 질이 좋은 책들은 안에서 보관중이었다. 나도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 주인장들은 내가 들어가도 관심이 없다. 자기 책만 읽는다. 우리 집 근처 중고서점 사장님도 그랬다. 들어가도, 어서오라는 말도, 뭘 찾냐는 말도 없었다. 그냥 사장님은 책만 읽었다.
그림이 많은 책을 한 권 더 집어들고 계산했다. 500엔. 물어보니, 소설인데 코미디 라고 설명해줬다.
일본사..... 많은 일본사 책 중에,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책도 있을까? 그럼, 아베 총리에게 선뜻 사 줄 수 있는데.....
진보초 거리 끝에 있는 서점에 들어갔다.
뭔가 만드는 아저씨가 있어서 뭐냐고 물으니 북커버를 만든다고했다. 그래,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나..... 궁금해서 슬쩍 보니, 하나같이 책에 커버를 씌우고있었다. 천으로 또 가죽으로, 종이로 만든 커버. 지브리 미술관에서 토토로 책을 샀는데, 직원이 종이로 책 커버를 씌워줬었다.
책커버..... 초등학교 때 교과서를 달력으로 싸 주던 엄마가 생각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만드는 걸 한참 보다, 나도 하나 사려다 말았다.
책 크기에 맞는 걸 사야하는데..... 우리나라 책은 크기가 너무 다양해서, 그냥 포기했다.
지금 후회 하는 유일한 일이다. 책커버를 사지 않은 것. 다음에 도쿄에 가면, 꼭 사야지.
진보초 거리에서 숙소로 돌아오던 지하철 안에서 내가 출판하는 책에 맞는 책 커버를 만들기로 했다.
"내 책이랑 같이 묶어 팔아야지." 내 꿈에 한가지를 더 끼워넣었다.
나에게 혼자 여행이란?
모르는 걸 낯선 사람에게 선뜬 물어볼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