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잠깐 쉬어가는 우에노 공원
[6박 7일간 여자 혼자 떠난 도쿄 여행기]
ALONE IN THE TOKYO
넷째날의 일정에 진보초 고서점 거리를 넣은 이유는 어느 블로거가 그 곳에 가면, '이육사의 책이 있을 수도 있다'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써 놨기 때문이다.
'쳇.'
했지만,
'혹시......'
싶었다.
책을 좋아한다. 나 말이다.
책을 좋아한다. 도쿄 사람들 말이다.
서울에 있을 때보다, 도쿄 여행에서 지하철을 더 많이 탔다.
물론, 도쿄 사람도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고, 멍을 때리는 사람이 많지만 책을 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나의 서울과 달랐다.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 읽는 사람만 보인건가...... 곱게 북커버로 싼 손바닥 만한 일본책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본어를 일개도 모른다. (냐핫) 그래도 서점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고 봤다. 책이 참 좋다.
그래서 선택 한 곳이 오래된 책냄새 가득한 진보초 고서점 거리였다. 그냥 구경만 할 거라, 괜히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민폐이지 않을까, 싶었다. 왜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퉽"
그래서 오전은 여유롭게 우에노 공원 산책을 가기로 정했다. 오늘의 일정은 큰 기대가 되지 않는 곳들이다.
그냥 마음 편히 천천히 구경하고싶었다.
하늘은 더 없이 맑았고,
공원은 더 없이 푸르렀다.
번잡한 도심에 살고 싶어서 서울에 터를 잡았지만, 또 그런 서울의 번잡함이 싫어서 선릉공원 근처에 집을 얻어 산다. 그런 나라서 복잡한 도쿄로 여행이란 걸 왔으면서 꼭 공원을 찾는다. 정말 확고한 취향이다.
우에노 공원에 대한 정보가 없어, 입구에 안내판을 봤다.
동물원.
콜! 바로바로,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이번 여행의 컨셉 아니었던가.
안내판을 본 순간 마음 가는 동물원으로 갔다.
쭉 늘어선 나무 길 사이를 걸으니, 넓은 광장이 나왔다. 정면에 보이는게 국립박물관. 왼쪽이 동물원, 오른쪽으로 가면, 서양미술관이다. 일본 정원 답게 길이 복잡하지가 않다. 참 여러모로 한결같은 사람들일세.
아이들이 단체로 왔다.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 600엔을 내고 동물원으로 들어갔다. 이 동물원은 중국도 아닌 곳이 팬더가 유명한 것 같다. 들어서자마자 팬더 캐릭터가 보인다. 한글로 된 지도를 들고 걸어보기로 한다.
아주 열심히 대나무를 먹는 팬더1과
너무 편하게 기대 앉아 자고있던 팬더2.
생각보다 동물들이 더 가까이 있었다. 연신 팬다짱! 팬다짱! 하는 애들이 귀여웠다. 그래, 저 꼬맹이들 뒤를 쫓아가자 생각했다. 지도를 고이 접어 넣었다.
코끼리다.
손을 꼬옥 잡고 코끼를 보는 꼬맹이들.
아이들은 여기서도
코끼리를 부르며 소리를 질렀다.
귀여서워 셀카를 찍었는데, 손잡고 있던 여자 아이가 나를 쳐다봤다.
그래,
나...... 혼자왔어.
이 날, 눈썹을 잘못그렸다. 평소보다 너무 진하게 그렸는데,
" 너 눈썹 너무 진하게 그려졌어."
라고 말 해주는 일행이 없어서, 종일 저러고 다녔다. 숙소에서 사진을 확인 하고서야 알았다. 맙소사, 일본에서도 이불킥을 한 날이었다.
자꾸만 울어대는 꼬맹이들과는 여기서 뱌뱌를 외치고, 물론 속으로 외치고, 나는 고릴라를 보러 갔다.
무기력하게 저렇게 앉아서는,
꼬맹이들이 고리라짱! 하고 부르면 쓰윽 쳐다본다.
짠했다. 기운없이 앉아있던 고릴라가 불쌍했다. 집에 혼자 있을 우리 집 멍멍이 포가 그리워졌다. 한참을 보고있었다. 그 때, 고릴라 오빠가 쓱 일어나 건들건들 걸어서 돌 위에 올라 앉았다.
그리고, 똥을 쌌다.
아...... 너무 적나라하다. 뒤도 보지 않고 다시 걸었다.
발자국을 따라 동물원 여러곳을 다녔다.
살면서, 동물원을 많이 가지 않았다.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 난 동물을 좋아하지만, 갇혀있는 동물을 보는게 그저 마냥 신기하고 좋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넓었던 동물원을 돌면서, 동물보다는 신나 웃는 꼬맹이들과, 살살 걷는 노인들을 더 많이 봤다. 다들 나들이에 신나서 웃고있었다.
소프트 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고, 동물 구경은 하지 않은 동물원을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주변에서 도시락을 먹고있었다. 나도 슬슬 배가 고팠다. 서양미술관만 갔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주아주 넓은 미술관을 아주아주 천천히 둘러보고, 맘에 드는 그림은 엽서도 샀다.
생각해보니, 서울에서도 수요일에 가끔 혼자 미술관에 갔는데, 도쿄에서도 수요일에 혼자 미술관에 갔다. '수요일에는 미술관을' 이라는 모임을 하나 결성해야겠다. [수요 미술관 유랑단]
혼자 기념으로 셀카를 찍고, 지하철 역으로 갔다.
(사진이 많아, 넷째날 일정은 두번으로!!!)
나에게 혼자 여행이란?
눈썹을 진하게 그려도 말 해주는 일행 하나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