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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Jun 23. 2016

역사 속 그대로 내던져 진 한 많은 여인

한중록_ 쁘쯔뜨끄와 책이야기



한중록 (혜경궁 홍씨, 이선형 옮김, 서해문집)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우리의 지나 온 이야기가 두꺼운 교과서 안에 적혀 “국사”라는 과목으로 불리고,

또 그 내용을 얼마나 잘 외웠나를 평가 받아 점수로 환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지나 온 이야기는 [재미]를 잃어버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사극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 비록 이과를 선택했지만 나는 과목 중에 국사를 제일 좋아했다.

어쩌면 이과여서 국사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 하면, 이과는 국사 점수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정말 오롯이 재미로 국사를 공부했다.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어서.


그게 포인트였다.

재미.


요즘도 그렇지만, 예전부터 서점에 가면 역사 코너를 빠지지 않고 둘러본다.

대학 때는 집 앞 코엑스  (코엑스 리모델링 전)  반디앤루니스 서점에서

종일 앉아 역사 책만 읽고 오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 관심이 좀 멀어졌지만……


역사 코너에 가 보면, 그 긴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유독 관심을 받는 부분이 때마다 다르다.


문단세로 이어지는 세조찬위, 

영정조와 그 사이 사도세자의 이야기,

연산군, 장희빈 이야기 등의 주로 사랑 받는 조선의 파트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소재인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들은 이미 수 많은 미디어에서 그려냈다.


 ‘사도’가 개봉 했다.

또 한동안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주목 받았다.

임오화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미 너무 많은 미디어에서 이야기가 다뤄지긴 했지만.

예전에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다 탁! 드러나게 나눠서 서사의 흐름 그 자체에 시선을 맞췄다면,

요즘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영조와 정조 그리고 사도세자 각각의 시선에서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그리고 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왜 그래야 했는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앞머리가 길었다.

오늘 읽은 책은 그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를 모두 겪은 인물이지만,

항상 그 이야기 뒷전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는 인물이 기록한 책이다.

바로, 영조의 며느리이고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 이다.


말 그대로 그녀가 겪은 한의 세월을 적은 책이다.

책은 어렵다.

많은 주석이 달려있다.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그림도 많아서 쉬어가멍 읽으면 된다.


소설이 아니다.

수필, 에세이, 자서전.....

아?


어쩌면 헤경궁의 시선에 치우쳐 있어서 소설적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은, 그래도 소설은 아니다.

책 서평을 보자면,

“문학적으로 뛰어난 글이다.” 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문학적으로 뛰어나다는 게 뭘 말하는 지 모르겠다.

국문학도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는 그냥 내가 읽는데 부담 없이 재미있으면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런 내 기준으로 봤을 때, 한중록은 읽기에 부담 없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런 역사 책을 읽을 때, 재미있게 읽는 나만의 팁이라면 드라마의 인물과 비교해 가면 읽는 것이다.

한중록을 읽으면서는 드라마 ‘이산’과 비교해 가면 읽었다.

드라마 속 헤경궁은 배우 견미리였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혜경궁과 한중록을 읽으며 느낀 헤경궁은 많이 다르다.


이산 속 혜경궁은 너무 약한 여인으로 그려져있다.

한중록이 아니라, 큼직한 역사적 사건 속 혜경궁의 위치만 봐도 그녀가 그리 약한 여인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혜경궁은 남편의 죽음을 지켜 봐야만 했고,

혼란 속에서 아들을 지켜야 했으며,

아들이 자신의 가문을 내치는 모습을 봐야 했고,

명은 또 어찌나 길었던지 아들 정조의 죽음을 넘겨야했고,

원수나 다름 없는 정순왕후가 어린 순조를 수렴청정하는 모습까지 봐야 했다.

정말 한스러워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의 모진 세월을 견뎌 낸 강한 여자다.


 한중록을 읽으면서 느낀 혜경궁도 그렇다.

참 강한여자다.

문체를 강하게 써서 그런지, 강한 여자로 느껴졌다.

한중록 속 혜경궁은, 여타 다른 미디어가 다룬 임오화변의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로 느껴진다.

그렇다.

완벽한 역사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

역시 이야기는 주관적 시선이 들어가 줘야 재미있다.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의 이야기가 너무 많이 다뤄져

이제 그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혜경궁 홍씨의 시선으로 닳고 닳은 이야기를 새롭게 읽어 보는 건 어떨까?






덧,

통한의 세월을 살아 간 인물을 또 꼽아보자면 혜경궁 못지 않은 인물이 있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

내가 또 좋아하는 인물이다.


정순왕후를 가상의 화자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쓴 책이 있다.

영영이별 영이별.


지난 번 포스팅을 이미 했지만,

그래도 이번편에도 소개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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