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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Jun 27. 2016

서른살이 되면 행복해 질거라 착각하는 스물아홉의 이야기

달콤 쌉싸름 사중주_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한스미디어)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스물아홉.
그 놈의 스물아홉.

21살 때, 아르바이트 했던 공연장의 3개월짜리 공연 [싱글즈] 주인공 '나난'도 29살.
[스물아홉 생일 1년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주인공도 29살.

스물아홉 살이 되면 여자들이 모두 힘들어지는 건지.
스물아홉 여자들의 사랑은 왜 항상 실패하는 건지.
책도 공연도 영화도 드라마도 그 놈의 스물아홉 을 외쳐댄다.

뮤지컬 싱글즈의 OST '스물아홉'에서 외쳐 대는 것 처럼
스물아홉! 그저 숫자에 불과해! 스물아홉! 아무 의미도 없어!
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서가에 꽂힌 많은 책 중에 이 책을 골라버렸다.

스물아홉. 그리고 네명의 친구.

나는 스물아홉이고, 네명의 친구는 아니지만 나를 포함한 세명의 친구들이 있다.
우리 람보, 우리 찌롱이.

스물아홉 네 친구의 달콤 쌉싸름한 삶의 이야기 라고 해서 뭔가,

일본판 섹스 앤더 시티를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일본 소설이. 연애소설이. 이런 로맨스 소설이.
절대 섹스 앤드 시티 같을 순 없었다.

가난하지만 꿈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시작한 가난한 피아노 강사인 여자.
일찍 결혼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주부로 사는 여자.
하고 싶은 일과 사랑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잡지기자인 여자.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코 앞에 둔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여자.

이 네 여자의 사랑과 우정, 일 그리고 스물아홉에 대한 이야기다.

아, 벌써 식상하다.

식상하다 못해 뻔하다.


책은 이렇다.
여자 한명씩 사연과 아픔과 상처를 받으면 나머지 친구들이 나서서 해결해주고,
너무도 부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음식을 끼워 넣는다.
심야식당 처럼, 카모메 식당 처럼.


용기 없는 여자가 사랑을 찾을 수 있게 도와 주는 친구들
그리고 유부초밥.

주부로 살던 여자가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자기의 커리어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친구들
그리고 아마쇼쿠.

결혼을 그리던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알아버린 여자와 도와주는 친구들
그리고 하이볼.

결혼을 했지만,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완벽하고 싶은 여자와 도와주는 친구들
그리고 고추기름.

마지막으로 설음식.

이 설음식이란 주제를 가지고, 그녀들의 고단한 스물아홉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결국,


모두 행복하게, 사랑과 일을 모두 얻고

당당한 서른의 여자가 되었답니다.


로 끝난다.

그래도 완독했다.
스물아홉 28년 하고도 3달 15일을 살아 온 나는, 이 책을 완독했다.

그래.
어차피 인생은 뻔한거다.
책 속의 스물아홉 그녀들 처럼, 현실의 스물아홉 나도.
사랑에 실패했고, 이제 다시 커리어를 쌓으려 다시 일을 하고 있고, 가난하고.
또 새로운 삶을 기대하는 어쩌면 뻔한 스물아홉의 나이기 때문에 이 책을 완독했는지도 모르겠다.

스물아홉살에 돌연 캐나다로 떠났던 회사 대리님을 얼마전에 만난적이 있다.
캐나다로 떠날 적에 대리님의 용기에 박수를 짝짝짝!! 쳐 주며,
나도 스물아홉살이 되면, 저렇게 용기있는 뭔가를 저지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아직은 젊은 나를 위로 했었다.

내가 스물아홉이 되고나니, 딱히 용기를 낼 필요 없는 나이다.


나는 아직 젊다
...
아마,


그런 것 같다.


책처럼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성공하고, 마음과 주머니도 더 여유로워지고,
아직은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멋진 서른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서른이란게, 멋지긴 한 걸까?

앞서 말한 뮤지컬 싱글즈의 OST "이제서른" 에서는

이제서른, 어떤 모습일까
이제서른, 그땐궁금했어
어린날 꿈꾸었던 장미빛 인생을
멋지게 이루어낸 내가 될까

그럴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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