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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쯔뜨끄 Jun 24. 2016

안녕, 너는 좋은 우산이었다.

모든 것과 이별하는 해이다.

매일 걸어다니 던 길인데,
왜 하필 오늘 버스를 탔을까.
살면서 마을버스 타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멀미 나는 버스를 싫어하는데,
왜 하필 오늘 버스를 탔을까.

막 떠나려는 버스에 달려가 올라탔다.
마침 자리에 앉았다.
두 정거장 지나고 할머니들이 탔다.
자리에서 일어나 봉을 잡고 섰다.

다음 정류장 아이를 앞으로 뒤로
안고 탄 여자가 검은 봉지를 떨어뜨렸다.
허리가 구부러질 리 없잖아.
내가 주워줬다.
아마, 그 때 였나보다.

잡고있던 우산을 팔걸이 봉에 걸어두고는
신나서 내렸고,
네 캔에 만원 하는 하얼빈을 사 들고
신나 집에 왔다.

우산이 없다.
다음주에 비가 오면 나는 어쩌나.

넌 참 좋은 우산이었다.
좌우 앞뒤 구분없이 불어오는 바람도 견뎌준
튼튼한 아이였다.

그래, 어딘가 이름모를 누군가의 손에 들려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심히 내리는 빗방울을 막아주렴.

미안하다.
비 올 땐 너를 소중히 여기고,
해가 뜨니 너를 잊어버리는 나라서.

이해해주렴.
올 해는 소중한 것들을 모두 빼앗기는 해라서
그렇다고,
이해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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