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_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메트로 (카렌 메랑, 달콤한책)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하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야하고,
뭔가 그럴싸한 말들을 해야하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전화를 해야하고.
하루에 쓸 수 있는 단어를 회사에서 몽땅 써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머릿속은 녹초가 되어있다.
집에 오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며칠 째 펼쳐 놓은 데미안은 표지만 보고있다.
난, 아주아주아주 가벼운 읽을 거리가 필요했다.
재단 서가를 기웃기웃 거리다 발견한, 누가봐도 한 두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만한 책을 발견!
바로 집어 들고 집으로 왔다.
요즘 책을 펼치면 겁이 난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읽지를 못하니 쓰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가벼워 보이는 책 마저도 펼쳐 놓고 읽지 못한다면, 나는 지독한 딜레마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주말,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용기있게 책을 읽었다.
가볍다.
책 무게만큼이나 가벼운 이야기다.
프랑스 산 우정은 언제나 흑인과 백인의 우정.
누가봐도 삶이 힘든 쪽은 흑인인데, 더 힘들어 하는 백인.
그리고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위로하는 흑인.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에 또 스스로 강해져가는 백인.
누가봐도 상처깊어 보이는 프랑스 노숙인 로제.
누가봐도 밝고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마케터 마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마야와 로제.
마야는 노숙인 로제를 돕겠다 나서고, 거듭되는 실패로 일과 삶에 깊은 딜레마에 빠진다.
그러다가 관심 없던 노숙인 로제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사랑과 삶, 일을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뭐.
세상 유쾌한 척 하는 문장들과 공감이라고는 되지 않는 캐릭터.
둘도 없는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낯간지러운 서평.
평소 같았으면, 읽고 바로 책장 제일 아래에 꽂아 뒀을 책이지만,
참 고맙게도, 다시 다른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독서에도 쉼이 필요하다.
아예 독서를 끊는 것도 방법이고, 나 처럼 조금 쉬운 이야기를 읽는 것도 방법이다.
완독이 어려우면, 중간에 덮어버리면 된다.
그래도 괜찮다.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예전의 나는 책을 완독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덮어버리면 이상한 죄책감이 생겼다.
그러지 않다도 된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내가 소화 가능한 문장의 양이 정해져있다.
일을 하면서 내 한계를 점점 느낀다.
일하며 머리를 고통스럽게 쥐어 짜고, 내 글을 쓰느라 또 쥐어짜고, 책을 읽느라 쥐어짜고.
과부하였다. 그 동안.
생각할 필요없이 간단하고 명료한 문장과,
복잡할 것 없는 플롯,
이미 많이 듣고, 보고, 읽은 평범한 이야기.
주말에 읽은 이 책이,
다시 일을 하게 해 주고, 다시 책을 읽게 해 주고, 다시 글을 쓰게 해줬다.
속도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