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린디합을_ 쁘쯔뜨끄와 책이야기
그들에게 린디합을 (손보미, 문학동네)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요즘 가장 “hot”하고, “hip”하고, “it”한 젊은 작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손보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한강인가..)
몇 년 째 그렇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해마다 받고 있는 그녀.
사실 나는 그녀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독특한 플롯으로 구성하는 그녀의 [글쓰는 기술]은 참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읽을 때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개인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코엑스 도서전까지 찾아가, 아침부터 줄까지 서 가며,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렸다가 질문까지 하고, 싸인까지 받아올 줄은 몰랐다. 내가.
내가 산 책은 친구를 주고, 싸인 받은 책은 집에 두었다.
그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과학자의 사랑] 이다.
플롯이 너무 독특해서 다른 글도 찾아 읽다가 단편집을 찾아 보게 됐다.
누군가의 블로그에 이런 추천서가 써 있었다.
올 해 그녀의 책을 읽지 않으면 간첩
이라고.
그래서 책을 사 읽었는데, 줄줄줄 잘 읽히면서도 도대체 내 마음 끌리는 이야기들이 없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린디합을]을 여러 번 읽고, 또 책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코엑스 도서전에서 만난 그녀는 이렇게 말 했다.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과대평가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때부터 글을 마구마구 썼어요.”
인기 꽤나 있다는 어떤 작가들을 만나면, 괜히 쑥쓰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운 좋게 작품이 당선이 되어서 등단하게 됐어요.”
라고 말하기 마련인데, 그녀는 달랐다.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썼단다.
쓴 글을 비평 해 주는 선배도 있었단다.
좋은 말이다.
나처럼 작가지망생인 어떤 학생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나요?”
손보미 작가는 “계속 쓰세요.” 라고 했던가.
운이 좋아 작가가 됐다는 말보다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인가!
그 때부터, [그들에게 린디합을]은 내 책상 위 가장 좋은 자리에 꽂혀있다.
볼 빼마다 힘이 된다.
앞서 말 했던 것 처럼 그녀의 글 보다, 글쓰는 기술이 더 좋고, 그녀가 글을 쓰는 자세가 좋아서.
그렇다고 책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줄줄줄 쉬지않고 읽게 되는 것도 그렇고, 읽는 내내 참 글 잘쓴다, 생각하게 하는 것도 그렇고.
많은 평론가가 칭찬하고, 어마어마한 팬을 거느리고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9작품이 실려있다. 9개의 단편을 쭉 읽고 가만 생각해 봤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이 한 마을을 이룬다면 어떨까.
그럼, 불륜이 넘쳐나는 마을 일까나.
행복보다, 불행이 많은 마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왜 사랑이 떠나버린 부부 사이를 이렇게 많이 쓰는 걸까.
책에 실린 9작품 중 6작품이 그렇다.
그녀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소재일까나.
그래서 나는 맘이 끌리지 않는 건가.
작품간의 관계도 참 좋다.
글 사이사이 전에 나온 작품을 등장 시키고, 작품을 인용하듯 등장시키는 위트는 어떻게 생각 해 내는 걸까.
읽다가 피식피식 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런거 보면, 작가의 특이한 플롯 구성은 많은 글을 쓰는 연습을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쉽에 번뜩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녀의 글에서 기억 남는 건, 그 특이한 플롯뿐이다.
나는 그렇다.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난 아직 그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웃긴 건, 이렇게 그녀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나는 그녀의 글이 나올 때마다 꼬박꼬박 읽고 있다.
참나.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