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_ 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이성아, 나무 옆 의자)
쁘쯔뜨끄의 책 이야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를 사러 간 서점에서
나는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를 집어 들고, 카페에 앉아 한참을 읽다 돌아왔다.
2015년 노벨 문학상을 버리고 2015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집어 든 셈이다.
프롤로그를 읽고는, 지난 여름 교토에서의 추억이 생각나 냉큼 계산을 해 버렸다.
표지만 봐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닐 거 라는 걸 눈치 챘어야 했다.
프롤로그는 8월의 더운 교토가 나왔고, 가마우지 낚시를 보러 간 소설가의 이야기가 써 있었다.
(나의 지난 교토 여행 버킷 리스트에서 해 보지 못 한 그 것. 가마우지 낚시 구경.)
뭔가 작가가 교토에서의 생활에 관한 일을 썼을까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교토의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책은 1970년도 북송선을 타고 북한에 도착한 재일동포 ‘자이니치’ 그들이 북한에서 겪은 삶에 관한 이야기다.
북한 이야기.
흡사 방송 [이제 만나러 갑니다] 에서 탈북자들이 배설하듯 내 뱉던 그녀들의 북한에서의 생활고, 탈북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겨우겨우 살아내야 했던 끔찍했던 그 시간들을 책으로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다르다면, 그들은 애초에 그 곳에 있었고, 책 속 ‘자이니치’ 들은 조총련의 거짓 홍보에 홀려 더 없이 밝은 미래를 꿈꾸며, 조국도 아닌 그 곳을 조국이라 믿으며 제 발로 들어갔다는 것.
책은 정말 실제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것처럼 생생하다.
안네의 일기를 읽는 기분이다.
북한으로 건너간 ‘자이니치’ 소라의 일기를, 조총련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녀의 사촌 언니 화자가, 북한에서 만난 미오에게 전해주고 그 일기를 친구인 소설가 준에게 전해주며 시작이 된다.
과거에서부터 시작하는 소라의 일기,
미래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다시 미래로 움직이는 화자의 기록,
미래에서 과거를 더듬는 미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단번에 읽었다.
지옥 같은 삶의 묘사는 더 없이 쉽게 쓰여져 있다.
해서, 읽기에 무리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야기의 사실성에 믿음의 힘이 실린다는 것은,
작가가 얼마나 자료를 열심히 수집했는가,
얼마나 많은 인터뷰를 했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썼는가,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그들의 삶을 고민했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해 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최근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믿음이 가는 책이다.
단편 소설만 쓰던 젊은 모 작가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누군가 본인의 글을 읽고,
“그 직업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죠?” 라는 물음에 고민 없이
“네.” 라고 대답했다며 너무도 당당하게 팬들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정이 뚝 떨어져 다시는 그 작가의 책을 읽지 않게 된 적이 있다.
그 작가가 너무 쉽게 생각 한 것인가, 내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를 읽으면서,
책을 쓰는 소설가가 경험하지 못 한 삶을 서술 하는데 있어서
자료 조사도 없이 깊은 고민도 없이 이야기 속 주인공의 삶을 펜으로 휘갈겨 소설이랍시고 내 놓는 게
얼마나 오만한지 알게 된다.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책은 단순히 북한의 화장을 벗겨내고 민낯을 드러내는 게 목적이 없어 보인다.
어차피 북한의 민낯이라 봐야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을. 까발려 무엇 하겠는가.
국가와 국민, 버림받은 국민과 모른척 하는 국가의 이야기이다.
원래 책을 읽으면서 이런 거 생각 안하고 읽는 편인데, 책은 너무도 명확하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쌀 한가마니 만큼 무게 있는 소설을 읽고 나니, 낱알처럼 가벼운 내 소설이 너무 부끄러워
다시 퇴고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1,
나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빨갱이도 파랭이도 아니다.
덧2,
자이니치가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넘어 간 과거의 역사가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대한민국은 모른척 했고, 일본은 떠밀었고,
북한은 거짓말 했다는 것도 몰랐다.
국가에게 버림받은 국민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국가에게 버림받은 국민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계속해서 국가에게 버림받은 국민이 나오고, 그 역사는 외면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