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I go to sleep_쁘쯔뜨끄와 책 이야기
내가 잠든 후에_Before I go to sleep
(S.J 왓슨, 알에이치코리아)
후텁지근하다. 덥고, 습하고, 끈적끈적하고,
미간을 종일 찌푸리게 되는 그런 날씨다.
이런 날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수박이나 츄릅츄릅 먹으면서
머리털 쭈뼛이 서는 스릴러 영화 한편 보면 딱 인데……
그래서 오늘 추천 할 책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 된 스릴러
“Before I go to sleep.”이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개봉한 작품이다.
사실,
이런 날은 책 보다는 영화를 보는 편이정신 건강에 더 좋을 수 있겠으나,
나는 책을 추천하려고 포스팅을 하고 있으니,
영화보다 책 얘기를 해 볼까 한다.
솔직히 말하면 Before I go to sleep은
영화보다 책으로 보는 편이 더 스릴러 적이고, 극적 긴장감도 살아있다.
나는 영화보다 책을 먼저 봐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는 책에 비해 극적 반전이 약한 느낌이었다.
뭐 내가 평론가가 아니니, 이쯤에서 비평은 일찌감치 각설하고.
요즘 읽은 독서기록을 쭉 훑어 보니, 국내 작가의 책을 많이 읽었단 걸 새삼 깨달았다.
20대 초반에는 일본 소설을 많이 읽었고,
중반부터 다른 외국 소설을 많이 읽었다.
의도하고 그렇게 읽은 건 아니었다.
그때 그때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그랬다.
요즘은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비유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문장 완성도가 높은 국내작가의 책을 선호하는 거고,
20대 초반에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뭔가 뿌연 기운이 넘치는 일본 소설을 읽었을테고,
중반에는 스토리 중심으로 책을 고르다 보니
외국 소설을 많이 읽은 것 같다.
Before I go to sleep도 2012년에 읽었으니까, 딱 25살에 읽은 책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하루를 또 살아야 하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의 이야기다. (아…이거 줄거리를 말 해야 하나? )
어느 날, 눈을 뜨니
나는 늙어 있고 낯선 남자가 내 옆에 누워 남편 (벤)이라고 말한다.
사고로 병에 걸렸단다.
겨우겨우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 복잡한 머릿속을 다잡고 있는데
또 다른 남자, 남편 몰래 치료를 해주고 있는 의사의 연락을 받는다.
그는 그녀가 매일 밤 적은 일기를 찾아 읽어보라고 한다.
그 일기장에는 “벤을 믿지마라.” 라고 적혀있다.
이 때부터 그녀의 혼란은 시작된다.
남편이라고 말하는 남자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의사.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이미 나는 나를 잃어버렸는데?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인 나는 생각한다.
벤이 진짜 나쁜 사람인건가?
그렇다고 의사는 믿을 만한 사람이야?
독자인 내가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이제 나는 책을 덮을 수 없게 됐다.
다시 읽는데 이틀이 걸렸다.
꽤나 두꺼운 책이다.
단번에 읽어 내려 갈 만큼 멋진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중간에 잠깐 루즈 해 지는 부분이 있다.
주인공의 남편에 대한 밑도 끝없는 의심.
자꾸만 부추기는 의사, 준비 된 남편의 해명.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년은 뭐 이렇게 자꾸 믿도 끝도 없이 의심이야.?’
라는 주인공에 대한 반감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중간에 책을 닫고 잠을 자 버렸다.
독자의 이런 생각의 흐름을 작가가 의도한 거라면,
이 작가 정말 어마어마 한데?
우리 나라에서는 뻔한 막장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는 기억 상실증이
이렇게 멋진 추리 스릴러로 탄생한 것에 대해,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또, 반성하게 된다.
예전에 내가 쓰던 글들은 스토리 중심의 글이었는데,
요즘 쓰는 글들은 문장에 많은 조미료를 쳐대고,
뭔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데 집중한 티나 역력하다.
문제다.
주인공은 삶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나는 내 글에서 나를 잃어버렸다.
가끔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읽고 나면, 작가에 대한 질투로 미칠 듯이 짜증이 난다.
부러워서……
S.J WATSON 내가 너를 격하게 질투한다!!!
무튼, Before I go to sleep!
오늘 같이 후텁지근 한 날 읽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자기 전에는 읽지 말길.
끝까지 읽느라 잠을 못 잘 수도 있다.
덧,
표지도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검지도, 하얗지도 않은 회색의 방에 회색의 옷을 입은
가녀리고 가녀린 여자가 누워있다.
누워있는 건가, 쓰러져있는 건가.
그녀는 울고 있는 걸까, 잠들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