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박물관 _ 쁘쯔뜨끄와 책이야기
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 뮤지엄, arte)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 시간, 무슨 책을 읽을까.
재단 서가를 기웃기웃하는데, 5월 신간을 모아 둔 그 곳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얼마 전, 언뜻 지나가는 뉴스로 "실연의 박물관"이 한국에도 전시 될 거라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거랑 관련 된 건가, 했더니. 그런거였다.
한 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모든 관계들의 이별. 그 이별로 남은 물건들을 전시한다라.....
처음 들었을 땐, 케이블 방송 중에 뭐였지.
김지민이 나와 이별 뮤지엄 같은 곳에서 꽁트를 했었는데. 그런 건 줄 알았다.
다행히, 그런건 아니었고. 평범하지만,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비록, 끝나버린 사랑이야기 이지만.
10년. 무려 10년의 사랑이 끝난 여자의 글이다.
미련이란 단어 대신
아득함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는 하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 흐릇해 질 뿐이지, 완전히 잊혀질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별도 아프고, 남은 추억도 아프다. 생각하면 다 아프다.
할매할배와의 이별도,
갑자기 떠나버린 친구와의 이별도,
오랫동안 살던 곳에서의 이별도,
깊이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도.
그리고 앞으로 오게 될 멍멍이 포와의 이별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지난 이별에 제일 힘들었던 건, 사랑하는 마음 가득한 편지를 버리는 일이었다.
애초에 물건 하나하나에 의미부여 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와의 이별에 온갖 의미를 다 품고 있는 관련된 모든 물건을 버려버렸다.
편지를 버릴때, 그 때가 마음이 제일 아팠다.
추억이 버려지고, 사랑했던 마음이 버려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랬다.
감성적인 책이다.
공감가는 책이다.
누구나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또 살아가니까.
바쁜 하루하루였고, 고단한 하루하루였다.
얼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정리되고 나니, 어느 순간 내 하루 중에 그가 들어 오는 시간이 없어졌다
그 누구도,
"그까짓 남자랑 이별한 것 가지고 유난 떨기는"
하고 핀잔주지는 않았지만, 혼자 청승 떠는 시간 동안 거울 속 내가 나한테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야, 오바야.
원래 감정이란게, 속에서 오바되어야 표출되는 거 아니던다.
참 많은 걸 쏟아 낸 길고 긴 몇 달이 지났다.
사랑받고,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 아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 같다.
제주도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전시 보러 한 번 가야겠다.
어쨌든, 사랑은 또 오고.
나는 앞으로의 그 사랑에 최선을 다하면 그 뿐이다.
지난 사랑을 곱씹으면서 나쁜 건 버리고, 좋은 건 간직한 채로
새로운 사랑에게 내 마음 그대로 보여주면 그 뿐이다.
이별은 다른 사랑이 시작하기 전 까지, 딱, 그 뿐이다.